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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사보기고

멋진 인생 항해를 계속하려면

by 전경일 2011. 5. 16.

인생은 항해와 같다. 이런 비유는 낯설지 않다. 포구를 떠난 배는 항해에 나서고, 때론 풍랑을 만나 거친 파도와 싸운다. 바다에 평온이 찾아오면 한가로이 햇볕을 쪼이며 차를 마신다. 그 눈빛은 멀리 수평선에 맞닿아있다. 선원들의 이 같은 일상은 아마도 인생과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삶의 면면은 각 단계마다 거쳐야 할 과정으로 가득 차 있다. 어느 단계도 건너 뛸 수 없다. 아무리 잔잔한 바다라도 폭풍으로 일렁이기도 하고 언제 그랬냐 싶게 잔잔해 지곤 한다. 스무 살 무렵, 처녀항해에 나설 땐 사회라는 거대한 바다 앞에서 누구나 마음 부푼다. 이땐 ‘도전’이란 키워드가 가장 적합하다. 안전해 보이던 항해가 풍랑을 만나면서 우리는 아이를 낳고, 부모가 되고, 생활이란 강적을 만나며 서른과 마흔 무렵을 쏜살 같이 지나간다. 그 시기를 지나면 자연스럽게 안정을 추구하고, 평온하고 쾌적한 상태가 계속 되길 바란다. 장년과 노년기에 여기에 해당될 것이다. 하지만, 안정은 준비 없이는 얻어지는 게 아닐 것이다.

누구든 인생의 최종적인 목표는 ‘평온’과 ‘안정’같은 키워드일 것이다. 젊어서 더 큰 파도를 겪어 본 사람일수록 안정에 대한 갈구가 큰 것도 이 때문이다. 인생의 중후반기에 이르러 삶의 궤적을 돌아보면 삶에 대해 의문에 사로잡히곤 한다. 무엇이 나를 여기까지 끌고 왔을까? 평온하고 쾌적한 상태, 보다 일상적인 삶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방법은? 많은 경우, 이런 고민은 풍랑이 몰아칠 때 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한가로이 갑판에서 차를 마시는 여유로운 시간을 가지려면 풍랑을 벅차게 이겨낸 기억을 갖고 있어야 한다. 삶을 살아낸 힘이 여기에 있다.

인생을 요즘 기업 용어로 ‘지속가능’하게 하려면 몇 가지 원칙이 있다. 첫째는 좌초하지 말아야 한다. 처녀항해에 나선 때로부터 마지막 격랑을 이겨낸 그 순간까지 배의 키를 놓지 말아야 한다. 파도가 몰아 칠 때 배의 이물을 파도 정면에 부딪쳐야 배는 난파의 가능성이 줄어든다. 도전을 회피하지 말란 얘기다. 두 번째로는, 지속성을 위한 여유자원을 확보해 두어야 한다. 생에 하고 픈 일, 그러면서도 지속적으로 경제활동이 될 수 있는 일에 끊임없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 나이 들어서는 유행을 타는 일보다 보다 보수적이며, 변화계수가 낮은 일이 유리하다. 트랜드에만 급급하다보면 젊은 층들과 경쟁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 나이듬이 경쟁력이 될 수 있는 일은 얼마든지 있다. 노년을 대상으로 하는 노년산업이나, 오랜 직장 생활을 통해 터득한 경쟁력을 나의 다음 단계에 맞게 미세 조정해 시도하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마지막으론, 실행력이다. 과거 자기계발을 위한 지침들은 주로 사람의 ‘생각’에 초점을 맞춰왔다. 요즘 연구는 실행이 생각을 바꾼다는 것으로 대체되고 있다. 움직임의 실체가 있을 때라야 내가 원하는 평온 상태가 유지된다. ‘동적인 안정’은 인생을 지속가능하게 이끌어 나갈 유일하고 최종적인 방법이다. 결국엔 움직임의 실체가 인생을 완성해 내는 것일 테니까.

누구나 여분의 자원과 시간을 만들길 원하고 느긋하게 갑판위에서 차를 마시는 멋진 풍경을 떠올리고 싶을 것이다. 삶의 지속성은 부단한 활동의 결과여야 한다. 그럴 때 시간 자원이든, 경제 자원이든 마련된다. 내가 그런 삶을 살고자 한다면,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에 의문 부호를 지금 당장 달아 보라. 자칫하다간 좌초 위험에 빠지거나, 항해를 중단하고 피난처를 찾을 수 있다. 나를 풍요롭게 하는 것들은 회피하고 싶은 일에 있다. 급한 삶, 가파른 삶이 아닌, 천천히 가는 삶은 조금은 부족해도 얻어질 수 있지만, 남다른 실행력이 뒤따르면 조금은 넉넉하게 맞이할 수 있다. 이점은 시간이 지나도 바뀌지 않는다. #

전경일. 인문경영연구소장.《마흔으로 산다는 것》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