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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사보기고

‘불씨 경영’의 리더십이 조직을 살린다

by 전경일 2011. 6. 15.

인류가 불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불은 생활의 필수도구가 되었다. 다른 한편으로 불은 신성한 힘으로 모든 것을 정화하고 새롭게 시작한다는 의미로 확장되며 종교적 의미로까지 승화되었다. 인류 문명을 지배한 불은 모든 문명을 파괴하기도 하고, 불 탄 곳에서 다시 새로운 문명이 일어나는 등 순환원리를 잘 보여주고 있다. 각종 제전이나 올림픽 같은 체육문화 행사에도 불은 빠지지 않는다. 불이 채화되는 장면을 바라 볼 때 자연스럽게 모든 의식에는 불이 함께 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

불을 담아내고 심지어는 섬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하늘과의 소통과정이자, 성공과 성취를 위한 인간의 바램이 함께 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조상들은 질화로의 불은 절대 꺼뜨려서는 안되는 ‘소등 불가침’의 원칙을 세워놓고 있었다. 평소에는 말할 것도 없고, 이사를 갈 때에조차 애지중지 따로 운반하기도 했다. 불이 집안의 복록을 가져다준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현대에 들어서는 제철ㆍ제련업 같은 산업현장에서 용광로의 불이 꺼지지 않게 하려는 것은 효율성면도 있지만 사업이 처한 현 상태와 연결시켜 ‘꺼지지 않는’ 용광로 같은 사업의 지속성을 바라는 의미도 크다. 이와 다른 종류의 불이지만, 바다를 비추는 등대 또한 꺼져서는 안되는 불이다. 해양은 육지에서 쏘아대는 불빛에 의지해 항해하는 선박을 인도한다. 불은 이처럼 실용적인 면과 더불어 상징적 의미를 함께 지니고 있다.

얼마 전, 어느 회사 사옥 앞에 “노사가 다 함께 화합의 불씨를 키웁시다.”라는 플랑카드가 걸려 있는 것을 보고는 불현 듯, 이 회사에는 어떤 불씨가 필요한 것일까? 혹은 어떤 불씨가 모자라서 함께 나누고, 키우려 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노사간의 마음에 화합의 불씨를 키우자는 얘기는 오늘날 우리 기업이 처해있는 소통 난망의 현실과 상호 이해의 어려움이 그대로 표출되어 있다. 이를 확장하면 대기업 중소기업간 상생협력, 동반성장의 정신과도 일맥상통한다. 상대를 이해하며 협력 정신을 높이자는 얘기일 것이다.

외부의 불씨가 지닌 의미가 이렇다면, 조직 내 불씨는 무엇일까? 조직이 성장하고, 사업이 불처럼 번져 나가는 불씨? 아니면, 정반대로 불신과 대립의 불씨? 어느 불씨를 키울 것인가에 따라 조직의 사활은 물론 그것이 미치는 파급력은 대단히 클 것으로 보인다. 어느 조직이나 내부 메커니즘을 잘 살펴보면 불씨를 지닌 직원들이 있다. 왜곡되고 비뚤어진 불씨를 지닌 직원들이 있는가하면, 열정과 혁신의 ‘초발(初發) 불씨’를 지닌 직원들도 있다. 아직 검증되지 않는 고체연료를 한 짐 지고 다니는 ‘불점화된’ 직원들도 있다. 불신의 불씨는 조직 전체에 불행이 되고, 열정의 불씨는 조직 활성화의 원동력이 된다. 그 열정적인 불씨를 키워 조직의 혁신과 활성화의 연료로 쓴다면 기업이 욱일승천해 나가는 최상의 조건을 내면화해 낼 수 있을 것이다. 만일 부정적이고 소극적인 문화가 팽배한 조직이라면 부정적인 불씨를 누르고, 긍정의 불씨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런 불신의 에너지를 대긍정의 에너지로 순치시킬 방법이 있다면 무엇일까? 리더십의 핵심은 바로 이것이다.

오늘날 기업들은 직원들 마음 속 보이지 않는 불씨를 조직의 연료로 쓰고자 부단히 애를 쓰고 있다. 직원들 마음에 어떻게 하면 기업 성공을 위한 불씨가 활활 타오르게 할 것인지가 변함없는 화두다. 기업들이 경영학에서 얘기하듯 ‘피플 이슈’에 큰 관심을 가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기업이 ‘일하기 좋은 기업’이란 키워드로 조직 활성화를 꾀하려는 시도도 긍정의 불씨를 나누기 위한 활동으로 볼 수 있다. 직원들 마음에 강한 긍정의 에너지가 넘치게 하려면 개인의 비전과 조직의 비전을 일치시키려는 소통 구조가 필요하다. 노사든, 대기업-중소기업간 협력정신이든, 서로 견실하게 맞닿아 있지 않으면 긍정의 불은 점화되기 어렵다.

조직 내부에도 보다 끈끈한 관계성이 요구된다. 어려운 때일수록 조직은 질화로처럼 훈훈한 정을 피우며, 지속적으로 직원들의 마음과 하나가 되는 작업을 수행해야 한다. 기업 생태계에서 상호 유기적인 관계성을 맺는 일들이 성과의 기초를 이룬다. 직원들에게 따뜻하고 깊은 관심을 보여주는 건 조직을 밝히고, 비전을 이뤄내는 ‘불씨 경영’라고 할 수 있다.

사업에서도 제대로 된 불씨를 지피는 작업은 조직 성패의 기준이 된다. 불과 2명의 젊은이로 시작한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회사들이 창업 후 채 10년도 안된 기간에 세계적인 초우량 기업으로 성장해 간 것은 아직 잠자고 있는 거대 시장에 불을 지폈기 때문이다. 이들은 기존 사업에 안주하던 기업들과 차별성을 이끌어 내며 글로벌 리더로 자리 잡기 위해 구성원을 모두 타오르게 했다. 그런 의미에서 자발적 리더십을 발휘토록 한 그들의 조직 문화는 충분히 벤치마킹할만 하다. 기업의 성장과 함께 조직원들의 내면에 이는 열정을 조직 전체의 열정으로 승화시켰다. 필요하다면 과감하게 외부의 우수 인력이나 자원이란 불씨를 가져다 조직의 용광로에 점화시켰다. 과감한 아웃소싱으로 우수 자원을 획득해 남다른 성장 동력을 만든 것이다.

성공하는 조직은 작은 불씨 하나로 광야를 불태운다. 사업이 일어나는 방식이 이와 같고, 사세가 확장되는 과정이 이렇다. 보잘 것 없는 회사가 우뚝 서는 이유도 이것이다. 조직이 강력한 에너지로 타오르게 하려면 리더들은 자신부터 태울 줄 알아야 한다. 기존의 나를 버리고 보다 포옹적이며 자기희생적인 모습을 가질 때 리더십은 발휘된다. 불을 다스리는 것은 리더의 능력이다. 역화(逆火)를 순화(順火)로 만들어 내는 것은 분명 리더십의 핵심일 터다.

ⓒ카인즈교육그룹, 인문경영연구소, 전경일 소장 <한국조페공사> 사보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