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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경영/통섭과 초영역인재

360도 인재의 핵심 조건

by 전경일 2011. 7. 11.

미국의 인사관리 전문 컨설턴트인 신시아 샤피로는 앞으로의 시대는 “레이저 빔형이 아닌, 전구형 인재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왜 하필 전구형인가? 레이저빔처럼 어느 한곳에 집중하는 것이 아닌, 전구처럼 사방을 밝히는 인재유형이어야 의미있다는 이유에서다. 마치 360도 시각을 지닌 잠자리가 사방을 주시하며 기회를 엿보는 것처럼, 지적 시계(視界)가 360로 자유자재여야 한다는 얘기다. 이는 다각적(多角的) 시야의 중요성을 강조한다는 면에서 ‘다분히 보는 방식’만을 뜻하지 않는다. 대신 통합적 사고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면적 이해가 총체적 문제분석능력, 해법창출 능력을 통해 전혀 새로운 국면을 창출해 내는 (즉, 비즈니스에 요구되는 다양한 측면이나 문제, 본질을 꿰는) 능력을 드러낼 때 기업은 창조적 국면을 열어젖힐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런 의미에서 360도 인재는 다각적(多角的)인 게 아닌, 전각적(全角的)이어야 할 것이다.

이를 학제에 적용해 보면 어느 한 전공에의 초점이 아닌, 학제간 통섭이 필요한 것과 같다. 인재를 구분할 때 쓰는 흔한 비유로 스페셜리스트냐, 제너럴리스트냐 하는 것은 한 우물을 깊게 파느냐, 혹은 여러 우물을 조금씩 파느냐에 따라 구분 지을 수 있다. 즉, 깊으냐(深) 얕으냐(薄), 어느 우물이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반면, 통섭형 인재는 여러 우물을 깊게 파고, 수도관으로 상호 연결시킨다. 즉, 지식 및 경험에서 전방위로 상호 연결, 연계, 연동시킴으로써 남다른 우물을 팔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궤를 꿰는 능력은 다양성과 복잡성의 경영환경에 가장 잘 맞는 인재형이다. 런던 비즈니스 스쿨의 개리 하멜(Gary Harmel) 교수가 말하는 ‘핵심역량’ 중, ‘만화경식 사고(Kaleidoscopic Thinking)’가 바로 그것이다. 복잡한 일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는 시각적 은유는 모든 데 적용된다. 그러기에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모든 그림은 관찰할 줄 아는 힘에서 나온다.”고 말하기도 했다. 보는 눈을 달리하는 건, 세상을 대하는 사상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일전에 나는 한 석유업체의 임원과 얘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가 하는 말이 의미심장했다. 미국 텍사스의 유정(油井)은 직선으로 시추공을 박은 뒤 원유를 다 뽑아 올리고 나자 기존 업자들이 떠나 버렸는데, 그곳에서 다시 사선으로 탐침하면서 직선에서는 발견되지 않았던 미발견된 원유를 찾아낸 업자가 있다는 것이었다. 
 


이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효율성을 최대한 올리기 위한 방편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단순히 직선으로 더 탐침하는 것이 아닌 기회와 만나는 면적을 넓혔다는 면에서 창조적인 발상으로 인식된다. 즉, 비즈니스 모델을 바꾸거나, 경쟁의 축을 바꾸거나, 다른 시장을 겨냥하거나, 없던 시장을 상상해 내는 것 등은 목적은 같더라도 완전히 내용을 달라지게 할 수 있다. 이 같은 시도들은 기존의 것을 전혀 다른 낯선 눈으로 볼 때 얻어질 수 있는 착안이다.

통섭형 인재의 창조성은 통합적 통찰력을 가지고 새로운 유정을 찾는 사람들과 비슷하다. 지식을 연계하는 역량을 발휘해 달리 사고하고 다른 각도에서 시도해 볼 때 창조는 발현된다. 창조와 혁신을 위한 ‘창조적 파괴’는 실은 전공 영역을 파괴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어느 한 두 가지 지식과 경험으로는 기업이 당면한 문제의 본질을 다 파악할 수 없다. 나아가 복잡성을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도 없다. 눈먼 장님이 코끼리를 만지는 식이 되어 버린다.

정보화가 진행되면서 지식은 누구거나 간에 마음만 먹으면 전문가 수준까지 될 수 있다. 그 정도 아이디어는 누구나 IT관련 스킬만 갖고 있으면 지식에 접근할 수 있다. PC와 인터넷 등장 이후 개인은 가히 폭발적으로 지적인 경험과 통섭적 경험을 쌓아왔다. 다만 그 연계성에서 질서를 찾아내는 훈련을 쌓아오지 못한 면이 있다. 이 같은 능력이 지식의 전분야로 확대 심화된다면, 이는 2차 지식 빅뱅이 될 수 있고, 새로운 지식 시대가 요구하는 하이브리드 지식(hybrid knowledge)의 신천지를 열 수 있다. 순종간 교배에서 순종-잡종간, 잡종간 교배로 지식이 융합되며 지식경제가 360도로 넓어지는 것이다.

앞으로는 전공, 비(非)전공이 아닌, 다전공(多專攻)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이미 의학-법학(예컨대, 법의학적 지식이 요구되는 보험산정인 같은 직무를 생각해 보라.), 컴퓨터공학-신경학(MIT에서 개발 중인 인간 신경을 이용한 컴퓨터 칩에 대해 생각해 보라.), 소비자학-미디어학(요즘 Web2.0 세대를 잡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 마케팅 회사들의 활동을 보라.), 디자인학-기계설계공학(산업 디자인 분야에서 디자인은 기구와 같은 기계공학적 원리를 충분히 이해하고 디자인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 봐라.) 등 수많은 분야에서 연계학문, 비교학문의 등장을 눈으로 목격하고 있다. 이처럼 각 학문이 얽혀 한 덩어리가 되는 요구는 곧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학문과 학제에서 벌어지는 영역파괴를 통한 통섭은 기업 활동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쳐 기존의 사업 분야를 확대개편하며 창조성이 대폭 강화된 새로운 경쟁의 틀을 짜고 있다.

생명과학 분야 기업에서 과학자-컴퓨터 공학자-제품개발자가 묶이는 이유는 분명하다. 기업의 역량을 최대한 향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종다기(異種多奇)의 지식 연합체가 일을 내는 시대에 접어든 것이다. 그 예로 미국의 시티즌 파이낸셜 그룹은 역동적인 경영을 위해 은행산업 이외의 경력을 갖춘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영입하고 있다. 이는 통섭적 마인드가 지식경제 사회의 핵심역량이 되기 때문이다. 벗어나고, 깨뜨리고, 꿰뚫는 과정에서 ‘풀고 헤쳐 모으는’ 잡종 역량이 태어나고 있다. 이처럼 지식 접목을 통한 차별화나 독특한 신생 가치가 새로운 종자지식(seed knowledge)으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사회현상이 복잡해질수록 지식의 분절, 경험의 분절 현상이 해체되고, 통합이 주요 화두가 된다.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고자 하는 기업은 탐침의 방식이나 방향을 바꿔서라도 경쟁의 날을 세우고자 한다. 대학에서도 복수전공, 트랙전공을 통해 초전공 학제를 도입하는 시도를 하는 것은 이 같은 사회적 요구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Abraham Maslow)가 말하듯 “망치를 잘 다루는 사람은 못 하나하나의 문제점을 볼 수 있다.”는 얘기는 전체지식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로 통섭의 시대에 적절한 비유가 될 수 있다.

대학은 세계적인 추세인 통합적 학문 접근법에 따라 융복합의 전공과정을 속속 개설하고 있다. 경영학도 통섭을 ‘새로운 변화’의 상징으로 적극 받아들일 것으로 보인다. 이는 경영학이 그 자체로 독자적인 정체성을 지닌 학문이라기보다는 관계적 정체성에 기반한 학문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쟁에서는 복합형 인재들을 두루 갖춘 세계 유수 기업을 상대해야 하는 초경쟁 환경이 국내 기업에 요구되고 있다. 당연히 요구하는 인재상도 퓨전형 인재로 귀결된다. 피할 수 없는 인재상의 흐름이다.

21세기의 기업의 생존은 인재에 달려있다. 두루 꿰면서도 각 지식을 엮어낼 수 있는 능력은 글로벌 역량보다도 더 중요하다. 지금 대학을 보면 과거 10년 전에는 없던 학과가 대거 등장하고 있다. 어제까지만 해도 없거나 생소하기만 했던 학과는 하루가 다르게 속속 신설되고 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초전공이 대학 학제의 기본이 될 거라는 전망이다.


자료: 박건형, <21세기 新다 빈치 프로젝트-통섭을 말하다>,서울신문,2008.7.18. 김상운, <서울대 ‘통섭’으로 간다> 동아일보, 2008.7.28.

이제 개인은 철저하게 초역량 인재로 거듭나야 한다. 웹의 정신이 360도 다면시점, 다원적 가치로 표면화 되고 있는 현상은 이미 기술적으로도 개인화(personalization)의 파고가 얼마나 높은지 알 수 있다. 모든 면에서 기업은 이전에는 상상치 못했던 새로운 지식의 물결과 맞딱뜨리게 된다.

우리 사회는 이미 인터넷을 통해 분절지식이 포화점을 넘어섰다. 이제는 거의 모든 지식에 접근 가능하다. 우물 물이 넘칠 때에는 옆에 다른 우물을 파서 기존 우물의 수위를 조절해 주어야 한다. 그래야 하나의 손실 없이 충만하다. 지식의 포화는 새로운 지식 우물을 개척하는 것으로 전체적인 균형을 맞출 수 있다. 여러 우물을 깊게 파고, 연계시키는 작업은 21세기 지식 경영자에게 요구되는 가장 큰 덕목이다. 통(統)함으로써 섭(攝)하고, 섭(攝)함으로써 달(達)할 줄 수 있다면, 기업이 요구하는 21세기 인재상에 가장 가까이 다가가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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