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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경영/통섭과 초영역인재

인류는 과연 지속가능한가?

by 전경일 2011. 7. 15.

지금으로부터 약 6,500만 년 전인 백악기 말엽, 지구에는 거대한 불운이 몰아닥쳤다. 우주에서 날아온 유성 하나가 중앙아메리카 근방에 떨어진 것이다. 이 충돌로 1입방 킬로미터 이상의 먼지 소용돌이가 생겨난다. 화염은 수백 년 동안 지구 주위를 맴돌다 불꽃을 일으키고 떨어지며 지표면의 초목을 거의 다 불 태웠다. 거대한 화재는 그을음과 연기를 자욱하게 일으켰고, 공중으로부터 지표면에 도달하는 햇빛을 차단시켜 나갔다. 이로 인해 지구의 기온은 급격히 떨어졌으며, 광합성을 할 수 없는 식물들은 속수무책으로 죽어갔다. 결과적으로 상호 먹이사슬로 연결된 생태계는 파괴되기 시작한다. 이 같은 기후 변화로 짧게는 몇 백 년에서 길게는 40만년까지 빙하기를 맞이하게 되는 데 이를 홍적세(洪績世) 또는 제4 빙하기라고 부른다.

이 암울한 시기, 미약한 인간은 어떻게 생존에 성공했을까? 인간은 생존을 위해 뇌의 활용을 가장 왕성하게 해야 했는데, 450만년에서 200만 년 전에 있었던 빙하기 동안 인간의 뇌는 급격히 진화했다. 호미니드가 바로 그것이다. 이들은 인류 최초로 도구를 만든 것으로 알려진다. 또한 190만년 전부터 70만년 전까지는 어떤 기술적 진보도 없어 보이지만, 놀랍게도 인간의 뇌는 3배 이상 커졌다. 기후상 변화는 인류뿐만 아니라, 지구상의 모든 동식물에 영향을 미쳤고, 주기적으로 나타나 약 11만년 전에도 다시 빙하기가 시작되었다. 이 시기에도 과거와 같이 인간은 생존을 위한 특별한 투쟁을 해야 했다.

갑자기 닥쳐오는 거대한 자연의 불행 앞에서 인류가 배운 게 있다면 생존을 위해 강인한 신체 조건을 갖추는 일과 종족 번식을 위한 고도의 유연성과 적응력을 갖추는 것이었다. 그리고 깊은 동굴에서 언제 끝날지 모르는 빙하기 동안 3가지 ‘마법적인 발견’을 이뤄낸 점이었다. 하나는 사냥을 위해 연장을 혁신한 것과, 인류 최초로 문법적 구조를 지닌 언어가 출현하며 커뮤니케이션이 생겨났다는 것과 벽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즉, 생존과 관련된 일과 지식을 만들어 내는 ‘제3의 취미’를 개발해 낸 것이다. 이 같은 인류의 적응과 진화 과정은 인류가 멸종하지 않고 존속케 한 힘이었다. 실로 대단한 변화를 겪으며 진화(진보)를 이뤄낸 것이다.

자연이 인간 생존에 위협적인 존재로 비치는 것은 비단 어제 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지질학자들의 얘기에 의하면 지구는 2000년에 한번 씩 화장을 고친다고 한다. 지표면의 변화가 서서히 일어나다가 급격히 표출되는 것이다. 2011년 3월 11일, 일본 후쿠시마 근해에서 발생한 쓰나미는 2만여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자연 재해 앞에서 우리는 속무무책이지만 예방활동과 사전 경고 시스템을 통해 그나마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인간은 자연보다 더 위협적인 위험 요인을 스스로 만들어 냈는데, 쓰나미가 지나간 후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벌어진 것이다. 이 사고를 계기로 방사능 위험은 전지구적으로 확산돼 지구를 돌아 멀리 북유럽은 물론, 한반도까지 상륙했다. 편서풍이던 바람의 방향이 바뀌면 방사능은 우리에게 더 큰 위험으로 지속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현실화 되고 있기도 하다. 또 쓰나미가 끌고 간 쓰레기가 태평양을 건너고 있어 내년쯤이면 미국 서부 해안에 도착할 거라는 예측이다. 각종 쓰레기와 함께 인간을 포함한 생물체의 부패한 시신이 표류하다가 해안가에 닿으면 각종 전염병과 2차적 감염을 가져올 게 분명하다. 2차 대전 때 핵의 위험을 직접 경험한 일본은 이번 쓰나미 사태를 계기로 또 다시 방사능의 경험을 하고 되었다. 그리고 이 같은 사태는 나비효과를 일으켜 전 세계에 위험요인으로 확장되고 있다.

백악기 말엽 지구를 지배했던 공룡은 자연재해에 의해 멸종됐다. 포유류의 일원으로서 인류는 작은 체격이었지만 무엇이든 먹을 수 있는 잡식성과 빙하기를 거치며 강력한 두뇌 확장으로 생존과 번영에 성공했다. 암울한 시기에 제3의 취미로 불리는 지식을 창출해 내며 인류로서 지속가능한 조건을 스스로 만들어 낸 것이다. 핵과 원전 위험의 공포 앞에 인류는 생존사의 그 지난한 궤적을 곱씹어 보아야 한다. 현재의 위험을 제거하고 인류가 다 함께 사는 공동체로서 지속가능성을 획득하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보다 생존 친화적 지식을 개발하고 이를 현실에 접목해야 나가야 한다. 과도한 욕망은 끝내 전지구적 불행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경계 시스템과 욕망 최적화는 생존의 필수요소다.

1912년 타이타닉 참사를 계기로 전 세계는 모든 선박에 무선장치를 장착하도록 의무화했다. 또한 1914년 1월 30일에는 13개 해양국이 참여한 국제 빙산 감시대가 창설되었다. 이 조직은 지금도 그랜드 뱅크 부근의 95만 제곱킬로미터 해역을 샅샅이 감시하고 있다. 해안 경비대는 빙산의 수를 세고 크기를 측정하며 표류방향을 확인하면서 빙산 감시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재난 이후에야 대책 마련 시스템이 갖추어진 것이다. 일본 쓰나미-원전 사태는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다. 원전에 대한 근본적 대응책을 인류 차원에서 새롭게 수립해야만 한다. 도구-소통-예술의 탄생을 가져온 오랜 선조들의 경험 중, 우리는 원전이란 도구 사용과 전지구적 소통에 지금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인류가 자체적으로 지속가능성을 계속 유지하려면, 우리는 현대문명의 이기에 대해 본질적으로 원점에서 생각해 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것이 오랜 인류사의 경험으로부터 유리가 배우는 생존법일 것이기에 그렇다.
전경일. 인문경영연구소장.《초영역 인재》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