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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경영/통섭과 초영역인재

작은 지식이 세상을 구한다

by 전경일 2011. 11. 1.

세상에는 수많은 지식이 존재하고, 그 지식은 나름 쓰임새가 있다. 어떤 지식은 우리가 말하는 이른바 ‘지식인’들만의 것이 아닌, 보통의 평범한 사람들이 알고 있는 지식이다. 이런 작은 지식은 때로 생명을 구하는 등 위대한 결과를 가져오곤 한다. 이런 이야기는 2004년 12월 26일 인도네시아 북 수마트라 서쪽에서 지진이 일며 쓰나미나 몰아닥쳤을 때 충분히 입증되었다.

그날, 규모 9의 지진은 8분 동안이나 격렬하게 흔들며 그 지역 일대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수마트라에서는 앞뒤로 흔들리고 동시에 엘리베이터의 하강 가속도보다 훨씬 빠른 상하진동 때문에 서 있기조차 어려웠다. 무너지는 주변 건물에서 피하기란 도저히 불가능했다. 해저가 갑자기 상승해 생긴 큰 파도는 항공기 속도인 시속 700킬로미터 이상으로 이동해 15분 만에 주변 해안에 도달했다. 5미터의 파도가 수마트라 북부 반다아체 25제곱킬로미터를 덮쳤다. 24미터 높이의 파도가 내륙으로 1킬로미터까지 피해를 주었고, 일부 지역은 8킬로미터까지 피해를 입혔다. 쓰나미는 상상할 수 없는 피해를 주고 물러갔다.

많은 사람들은 쓰나미가 물러가자 평온 상태가 온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착오였다. 이런 놀라운 대자연의 위기 속에서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의 힘을 발휘한 것은 열살된 한 초등학교 여학생이었다. 이 아이는 최근 수업시간에 배웠던 쓰나미 관련 지식을 즉각 떠올렸다.

“쓰나미는 썰물처럼 빠진 다음에 재차 더 강력하게 몰아친다!”

그 초등학생은 쓰나미가 몰려오기 전 해수가 밀려나간 것을 보고 즉시 주변 사람들에게 높은 곳으로 대피하라고 외쳤다. 많은 사람들이 따르지 않아 소중한 목숨을 잃었고, 어떤 사람들을 그 말을 믿고 대피해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한 초등학생의 기지와 ‘작은 지식’이 수많은 생명을 구한 것이다.

다른 경우로는 <내셔널지오그래픽> 잡지에서 쓰나미 특집을 읽었던 인도의 외딴 섬에 사는 한 부두 노동자에 의해 증명되었다. 그는 지진을 감지하고 이웃들에게 큰 파도가 밀려온다는 점을 알리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결국 이 두 사람은 1,500명 이상의 목숨을 구해 냈다. 작은 지식과 훌륭한 행동이 귀중한 인명을 구한 것이다.

우리는 수많은 지식을 이야기 하나 정작 인간의 생존과 직결된 지식에 대해서는 많이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독사에 물렸을 때의 처방법, 사막 여행을 갔다가 전갈에 물렸을 때의 치료법, 아프리카 오지를 탐험할 때 말라리아를 퇴치하는 법, 아기의 목구멍에 걸린 콜크 마개를 신속히 제거하는 법, 불이 났을 때 제일 먼저 취해야 하는 방법 등은 초등학교 시절에나 잠시 배우고 잊고 만다. 그러나 이 같은 지식은 불예측한 환경에서 갑작스럽게 닥치는 위험 앞에서 적절한 대응법을 알려준다는 점에서 생존에 필수적인 지식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그보다 우리는 다우지수가 국내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법, 펀드 이익률 계산법, 부동산 가치 환산법 등에 더 관심을 갖는다. 이는 사회인이자, 경제인으로서 필요한 지식이겠지만, 그것이 삶을 죽음을 나누지는 못한다. 물론, 주식 폭락으로 자살을 결심하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다를 수 있다.

우리의 지식은 많은 점에서 자신과 세상을 구하는 일에 더 많이 쓰여져야 한다. 비록 그것이 작은 것이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최근 미국에서는 일회용 빨대를 없애자는 한 소년의 캠페인이 크게 호응을 받고 있다. 지구 온난화와 환경오염은 멀리 볼 필요도 없다. 올해에는 추석이 지났어도 한반도에서는 폭염이 이어졌고, 경기도 일부 지역에서는 한여름에 우박이 떨어지는 등 이상기후를 보였다. 여름철의 집중 호우와 산사태는 이 같은 재앙이 남의 일이 아님을 잘 알게 한다. 그러나 우리의 실천은 늘 너무 큰 데나 쏠리고 있다.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해 당장 휘발유차를 모두 전기차로 바꿔야 하는 건 아니다. 그런 주장은 하리브리드카를 내놓은, 역사상 지구라는 환경 오염의 가장 큰 주범인 자동차 회사에서나 하는 말이다. 그보다는 작지만, 실천할 수 있는 ‘지식’과 행동이 필요하다. 국내 주요 커피전문점에서 일회용컵을 없애기로 한 것은 이런 일환이다. 2010년 한해 몇 몇 메이저 거피전문점 3개 업체 900여개 매장에서 사용한 일회용컵은 무려 5,200만개에 달한다. 이들 매장이 일회용컵 없는 매장으로 전환할 경우 연간 약 31억원의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일회용 컵 없애기 운동은 경제적 이유 때문에 벌어지는 것만은 아니다. 일회용컵 없는 매장으로 전환할 때 오히려 크게 경제적 이득을 가져오지 않거나 더 손해가 날 수도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환경문제 등을 고려해 동참하는 것은 ‘작은 실천’ 때문이다. 작은 지식만큼이나 작은 실천의 노력이 더 필요하다는 얘기다. 아는가? 이런 작은 실천행위가 우리의 기후를 예전으로 돌려놓는데 중요한 시금석이 될런지.

인간이 행하는 모든 활동 중에 만나게 되는 위험은 늘 죽느냐 사느냐는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어떤 위험은 우리가 이를 무시함으로써 장차 다가올 큰 환란을 조장하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대부분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일들이 최악의 위험요인으로 부각된다. 2011년 수자원공사의 구미시 단수 사태나, 농협전산망 장애 사태, 그리고 한전 단전 사태 등은 모두 지진이나 쓰나미처럼 불가항력적인 게 아니다. 조금만 신경 쓰면 그 같은 사태는 피할 수 있다. 요는 이를 막으려는 앞서 수마트라의 초등학생이나, 부두 노동자, 빨대를 없애자는 캠페인을 하는 어린이 같은 이들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좀 더 지식을 삶에 맞춰 볼 필요가 있다. 결국 인류가 지식을 만들어 낸 것은 생존하기 위한 목적에서였고, 그것은 이 지구상 가장 큰 욕망과 머리를 지닌 특이한 별종이 그래도 함께 사는 방법을 찾고자 노력했기 때문일 테니까.
ⓒ전경일. 인문경영연구소장.《초영역 인재》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