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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왜공정, 왜구의 실체를 잊었는가?

by 전경일 2011. 12. 21.

남왜공정, 왜구의 실체를 잊었는가?

(학살자들은) 부인 등을 보면 양편으로 좌우의 다리를 벌려 생식기를 검으로 찔러 일신一身을 사분오열로 자르며 여자는 이렇게 하여 죽이는 것이 묘미가 있다고 웃으면서 담화하였다. 또 우리 동포를 전차가 지나가는 다리에 목을 매달고 양다리를 끈으로 묶어 좌우에서 다수인이 끈을 잡고 신호하고 호응하면서 그네와 같이 흔들어 죽인 일도 있다. 신체를 전신주에 묶고 처음 눈알을 도려내고 코를 찔러 그 애통한 광경을 충분히 구경한 후에 배를 찔러 죽인 일도 있다. 각 기차 중에서는 다수의 왜노 등이 (조선인의) 사지四肢를 잡고 창밖으로 던져 역살轢殺하였고 남녀 수 십 인을 발가벗겨 보행시키고 또는 춤을 추게 하여 수 시간 동안 동물적 희롱을 감행시킨 후 찔러 죽인 일도 있었다. 또한 죽은 사람의 목을 묶어 끌고 다니면서 찌르고 차면서 시체에까지도 능욕을 가했다. 이후에는 한인을 보호한다는 구실로 왜倭정부는 각 경찰서 구내 또는 병영에 이송 집합시키거나 광장, 하변에 끌고 나가 기백 기십인을 일시에 죽이기도 했다. 그리하여 동포의 시체가 퇴적하여 우전천隅田川은 흐름이 막혀 우리 동포의 피가 썩는 그 악취는 통행인의 호흡도 막히게 할 정도였다.
<본문중에서>


남왜공정 ⓒ민중의소리
1620년간 이어져온 일본의 한반도 침략을 파헤치면서 신왜구주의의 경계를 주장하는 책, '남왜공정'이 출간됐다.


한반도는 한으로 얼룩져 있다. 그 중에서도 피로 얼룩진 고난의 역사는 일본이 절대적인 원인이었다. 인류 역사상 찾아볼 수 없는 일본의 한반도 침략사. 횟수로 따지자면 한국에는 1620년간 900여 회의 일본 침략이 있었다.

일본은 왜 그 장구한 시간 동안 '남왜공정南倭工程'을 되풀이해왔을까?

1620년간 이어져온 일본의 한반도 침략을 파헤치면서 신왜구주의의 경계를 주장하는 책, '남왜공정'이 출간됐다.

이 책은 '역사는 되풀이된다', '불행한 역사일수록 반복성은 두드러진다'는 전제 아래 저자 전경일이 독자들에게 일독을 권하는 '일본 왜구의 재침에 대비한 예비서'다.

이 책은 오랜 시간 한일관계사를 관통하는 왜구 침구의 약탈·살인·피로의 연결고리가 현재에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일제의 군국주의, 한일합방과 임진왜란, 결국에는 1620년간 이어진 900여 회에 달하는 일본의 한국 침략을 예로 든다.

실재 한일관계사에서 한국은 안팎으로 시련을 맞이하고 있다. 경술국치 100주년이 되는 해인 2010년, 서울 한복판에서 성대히 치뤄진 일왕日王의 생일축하연에 한국의 정치인·기업인들은 일왕을 천황으로 높이며 생일을 경축했고, 2011년에는 '마지막 왜구' 3명의 독도 침구 시도가 있었다.

3명의 독도 침구 시도는 2011년 8월에 벌어졌다. 일본 자민당 의원들이 '독도 영유권 강화조치 견제 차 울릉도에 가겠다'고 한국에 입국을 시도한 것이다. 이들은 출입국관리사무소의 입국 불허 조치로 일본으로 철수했지만 한국정부와 한국 국민을 상대로 겁박하는 행위를 서슴지 않았다.

이에 대해 저자는 당시 입국한 일인들은 일본의 한국 식민 지배와 중국 남경대학살 등 역사적 책임을 부정하고 야스쿠니 신사 참배 등을 주장해 온 일본 내 강경 우익 극우파들로, 한반도를 오랜 시간 침구한 왜구와 동일 선상에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일본을 알려면 '왜구'의 존재를 알고, 그들이 행해왔던 '남왜공정'의 실체를 알아야 한다면서 현대 일본의 '극우주의', 근대 일본의 '군국주의', 고대·중세의 '왜구, 사무라이'가 일맥상통 한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저자는 이를 지금까지 일본이 지향해 온 침략주의 사상의 발로라는 점에서 '남왜공정'이라는 용어로 정의하고 있다.

저자는 우리 민족의 생존을 끊임없이 위협해 온 왜구의 존재를 밝혀 한반도의 존립 근거를 보다 튼튼히 하고자 하는 목적에서 이 책을 썼다. 우리는 일본에 대해 많이 알고 있는 듯하나 기실 일본이 저지르는 행태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저자는 단지 '학습된 증오', '막연한 동경' 내지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는 생각과 자세로는 또 재침을 당하지 말란 법이 없다고 충고한다.

사실 고구려사 편입을 획책하는 중국의 '동북공정'은 귀에 익숙하지만, 일본의 팽창주의적 행태와 재침구를 우려하는 남왜공정에 대해서는 한국에서 공론화된 적이 별로 없다.

이 책은 한·중·일 각국이 공통적으로 경험한 역사이자 지금도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문제들을 다뤘으며, 이를 구체적 사료를 통해 풀어간다. 이 책은 '징비懲毖'의 차원에서 동아시아 사에 적지 않는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동권기자 [출처: 민중의소리, 2011.1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