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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강의/이순신 | 경제전쟁에 승리하라

전략적 우위를 점하는 기본전략을 점검하라

by 전경일 2012. 12. 4.

기업 경영에선 전략적 우위를 점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하지만 과도할 정도로 ‘전략’이라는 말을 남용하는 경향이 있다. 그럴듯한 수사(修辭)로 단순한 조치나 과정상의 목표조차 ‘전략’이라고 내세우기도 한다. 경영상 뚜렷한 원칙이 있다면, 전략적 우위는 기본전략에 충실해야 한다는 점이다. 수세적 방어 전략으로 일관하면 판세를 뒤집기도 어렵거니와, 자원이 밑받침되어야 한다. 임란 시 조선수군이 보유한 자원은 미약했다. 힘이 약할수록 공세적 전략으로 판을 흔들어야만 한다. 장군의 23전 23승의 배경은 무엇일까? 그것은 일본 수군이 공격하기에 앞서 선제공격을 가함으로써 기선을 제압하고 적이 공격할 여지를 주지 않은 점이다. 신속한 함대 운용을 위해 장군은 출정 시 노 젓는 격군들을 응원했으며, 적의 시간이 아닌 아군의 때를 적시(適時)로 삼았다. 공수의 타이밍을 잡은 것이다.

 

 

 한산도 제승당 가는 길. 장군을 만나러 간다고 생각하니 수많은 상념에 사로잡힌다. 21세기 ‘이순신 정신’은 무엇일까? 장군은 그 해답을 줄 수 있을까. 장군이 망루에 올라서서 우리 일행을 맞이하고 있는 것 같다.

 

언제나 기민성은 즉각적인 판단력과 경험이 전제되어야 한다. 장군은 매번 전투시마다 이전 전투의 경험을 토대로 반성하고, 새로운 전략에 골몰했다. 선제공격을 하고 학습역량을 강화하는 것은 기본 전략의 중심 축을 이룬다.⟪난중일기⟫는 장군의 개인사까지 고스란히 배어나게 한 기록이지만, 자기반성과 전략적 고민이 아로새겨진 기록이기도 하다. ‘한산섬 달 밝은 밤에 수루에 홀로 앉아’ 장군은 어떤 명상을 하고 전략적 고민을 했을지 저 푸른 한산 앞바다는 알고 있을까?

 

한산도의 밤이 뒤채인다. 나는 그 물결에 400여년 전 저 바다를 노려봤을 장군을 만난다. 한산도! 이 섬은 새로운 전쟁의 판을 짜는 현장으로써 기본에 충실한 전략의 힘을 깨닫게 한다. 그래서 제승당(制勝堂)의 현판이 눈에 밟히는 건지 모르겠다. 제승이란 ‘승리를 만든다’는 뜻이다. 제승은 승리의 연결고리를 만들어 한 가지가 실패하면 다른 방안으로 대처하는 ‘승리의 중층 시스템’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준다.

 

한산도 제승당 현판. 현충사가 이순신 장군의 출발을 알리는 곳이라면, ‘이순신의 섬’이라 불리는 한산도는 조선수군의 본영으로 장군의 처연하기만 했던 절대 고독과 완벽한 승리의 두 극단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장군은 이 섬에서 적과 맞서 인생의 가장 중요한 시기를 보냈다.

 

기업용어로는 궁극적인 승리를 위한 시나리오 경영차원이라고 볼 수 있다. 장군이 있던 시절에는 운주당(運籌堂)이라고 불렸다. 운주란 ‘모든 계책을 세운다’는 뜻이다. 한산대첩을 이룬 후 지은 것이다. 장군은 이 운주당에서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자기 의견을 개진토록 하고, 누구나 참여할 수 있게 했다. 통제사가 알아야 할 주요정보를 누구나 보고할 수도 있고, 다른 의견도 참고할 수 있었다. 그 중 특출한 것이 있으면 채택하여 작전이나 군사운영에 반영했다. 이처럼 기본 전략은 열린 회의를 통해 도출된 집단지성에서 나왔다. 이순신이 삼도수군통제사직을 맡았을 때 전라좌수영은 일테면 회의체 조직이자, 전략적 의사결정체였던 것이다.

 

반면, 이순신 체포 이후 부임한 원균이 2대 통제사로 있을 때에는 자신의 사랑하는 첩과 기거하며 운주당을 울타리로 둘러싸서 막아버린 통에 여러 장수들은 얼굴도 보기 어려웠다. 군사들과 소통이 될 리도 없었다. 한동안 전문경영자로 이름을 날린 휴렛팩커드(HP)의 전 CEO 칼리 피오리나가 해고된 이유 중 하나도 소통 문제였다. 임원들이 자신의 집무실을 방문하는 시간을 너무 철저히 정해놓은 탓에 즉각적인 소통을 할 수 없었다. 철저하게 시간 관리를 한 면에서는 이해할 수 있더라도 급박하게 돌아가는 시장 상황을 최고경영자와 의논하기 위해 임원들은 정해진 회의 시간까지 기다려야만 했다. 당연히 불만이 솟구치고, 조직에 소통력이 줄어들었을 것은 자명하다.

 

원균의 지도자답지 못한 행태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유성룡이 쓴 ⟪징비록⟫에 의하면, 원균은 한산도에 부임하자마자 이순신이 시행하던 여러 규정을 모두 변경하고 이순신에게 신임 받던 사람들을 모두 쫓아내 버렸다. 특히 이영남은 자신이 전일 패전한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탓에 그를 더욱 미워했다. 조직의 화합과 통합보다 섣부른 조직 개편과 내 사람 심기에 열을 올린 것이다. 결과적으로 군졸들의 사기는 저하됐고, 군중에서 수군거리기를 “만일 적병을 만나면 우리는 달아날 수밖에 없다”는 불만이 터져 나올 정도였다. 원균이 부임한지 불과 석 달도 되지 않은 짧은 기간 내 탈영병의 속출과 뇌물로 인한 군역 면제로 삼도수군의 강인한 기풍은 무너져 버리고 말았다. 리더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우리 조직에 이 같은 방만한 행태는 없을까? ⓒ인문경영연구소, 전경일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