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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경영/해녀처럼 경영하라

철저한 물질 프로세스화

by 전경일 2012. 12. 24.

철저한 물질 프로세스화

 

해녀들에게 물질은 생업이요, 경제행위이다. 그러기에 생산성을 가져오는 효율성과 떼어놓고 볼 수 없다. 제주의 경우, 해녀들의 채취활동은 어획고나 어획량면에서 수산물 소득의 2분의 1에서 3분의 2를 차지한다. 또한 해외로 수출하는 물품의 주종을 이뤘다. 통계에 따르면 지난날에는 총 해외 수출고의 8할을 넘었다. 어떤 생산 활동보다도 혁신적이고, 자기 헌신적인 경영황동은 철저한 물질 프로세스화에서 비롯된다. 해녀는 어떻게 작업을 할까. 기업은 어떤 경영 교훈을 해녀의 물질에서 배울 수 있을까.

 

해녀들의 작업, 물질

물질은 철저히 경험을 통해서 얻어지는 경영현장의 산지식이다

 

해녀는 배 위에서 그물을 치고 물고기를 거두어들이는 어부와 달리, 직접 물에 뛰어 들어 해산물을 걷어낸다. 이 점에서 보면, 적극적 어법에 해당된다. 직접 물에 뛰어 들어 바다 밑을 샅샅이 뒤지고, 채취한다. 바다는 생산현장이자 경영현장이다. 그런 현장에 뛰어드는 해녀는 물질을 보다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 다양한 혁신 노력을 해 왔다.

 

해녀작업의 기본은 숨쉴 수 있는 장치 없이 잠수하여 어패류나 해조류를 채취하는 것이다. 현지에서는 이를 ‘물질’이라고 한다. 따라서 산소기를 들러 매고 잠수하는 스쿠버 다이버와는 전혀 다르다. 물질은 바다 속에 자신의 몸을 적응시켜야 한다. 환경에 가능한 몸의 기술을 맞춰 나가는 것이다. 몸으로 익히는 것은 물질에 필수적이다.

 

예컨대, 조류와 바람의 방향을 파악하여 바다에 들어간다. 바다 밑에 들면 해저의 지형을 읽는다. 이런 능력은 철저하게 물질경험을 통해서 얻는 산지식이다. 해녀들은 모두 한 배에 타고 이동하다가 자신이 판단하는 지점에 이르러 바다에 든다. 이를 입수(入水)라고 한다. 정확한 사업 지점을 찾아 바다에 뛰어드는 것이다.

 

작업장소를 선택하는 것도 철저히 해녀 자신의 경험지식으로 판단한다. 대개 기량이 뛰어난 해녀들은 더 멀리 깊은 곳으로 잠수를 한다. 자신의 능력에 맞는 바다를 선택하는 과정. 그런 의미에서 바다는 절제된 욕망을 요구하고, 절제력이 발휘된다면, 가장 공평한 작업환경이 되어 준다.

 

[물질의 종류]

물질에는 ‘갓물질’과 ‘배물질’이 있다. 뱃물질은 먼 바다에 나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난바르 물질이라고도 한다. 

 

   • 갓물질: 바닷가에서 하는 물질을 말한다.

 

• 뱃물질: 약 15~20명 정도 해녀가 배를 타고 나가는 ‘물질’을 말한다. 배를 타고 나가 깊은 물속에 잠수해야 하므로 중군 이상의 기량이 요구된다. 뱃물질은 마을 앞바다에 모래사장이 발달해 있거나, 항구가 있어 할 수 없이 멀리 나가야만 하는 마을 바다에서 이루어진다. 봄․여름이면 상군들은 맷물질을 나가고, 겨울이면 대부분 갓물질을 한다. 동력선이 나오기 전에는 뗏목(‘테우’)이나 돛단배를 타고 노를 저으며 배물질을 했다.

 

• 난바르: 뱃물질보다 한 단계 어려운 물질. 난바르는 원양(遠洋)으로 아예 침구와 취사용구를 가지고 나가 며칠씩 배에서 숙식하며 하는 물질이다. 이는 최상의 능력을 지닌 해녀들의 물질이다. 위험한 만큼 소득도 높다.

 

바다의 거리나 깊이에 따라 하는 물질은 환경 분석력을 필요로 한다. 경영 리더들이 언제 진퇴를 해야 하고, 해외 시장으로 뻗어나가야 하는지를 아는 것과 같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과정이 해녀 스스로의 판단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결단 앞의 경영 리더처럼 먼 바다를 바라보며 물질하러 갈 때 해녀들에게는 형언할 수 없는 고독감이 밀려올 게 분명하다.

ⓒ인문경영연구소, 전경일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