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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경영/해녀처럼 경영하라

계절마다 규칙적으로 이뤄지는 물질

by 전경일 2013. 1. 9.

계절마다 규칙적으로 이뤄지는 물질

지속가능경영은 영속성과 사회적 공헌을 동시에 목적으로 해야 한다

 

바다는 특별하다. 저절로 자라고, 줄어든다. 바다만 그런 게 아니라, 바닷 속 생물도 그렇다. 천연자원이라지만 바다라고해서 관리가 전혀 필요 없는 것은 아니다. 바다 속 잡초를 캐고 가꿔야 한다. 해초류나 해산물들은 그대로 두면 잘 자라므로 특별한 투자는 거의 필요 없다. 뭍의 밭과 달리 바다 밭은 그래서 손이 덜 간다. 고작 한 해에 한두 번 개닦기나 바다 속 잡초를 제거하면 된다. 해녀들은 이를 ‘바당풀캐기’라고 부른다. 어느 정도 관리만 하고, 금채기간(채취를 금하는 기간)만 잘 지키면, 투자할 것이 별로 없다. 말하자면 씨 뿌리고, 김매고, 거름을 주어야 하는 뭍의 밭농사와는 농사 방식부터 전혀 다르다.

 

해녀들의 물질은 대개 봄부터 시작해 초겨울까지 이루어진다. 봄에는 전복과 소라, 여름에는 홍합, 톳 등을 캐고, 가을․겨울에는 전복과 소라, 미역 등을 딴다. 해조류 채취시기에는 톳, 우뭇가사리, 미역, 다시마, 몰 등도 채취한다. 계절마다 자라는 해산물이 다르다보니, 자연의 생체 시계에 맞춰 작업하는 것이다.

 

채취 작업도 절제되어 있다. 산소통을 메고 들어가서 무한정 채취하는 게 아니다. 작업은 대략 40~60분 정도 한 후 휴식을 취하고, 다시 작업을 반복한다. 작업하는 동안 약 30~40회 잠수하는데, 잠수시간은 보통 1분 정도이며, 하루에 3~4시간 작업한다. 겨울에는 1일 출어횟수와 잠수횟수가 현저히 줄어든다. 날씨와 찬물 탓이다. 그때면 미역은 또 다시 자연의 질서에 맞춰 물결에 너풀거리며 자라난다.

 

채취가 계절에 따라 프로세스화 되어 있듯, 해초 채취 과정도 마찬가지다. ‘우미’ 물질엔 수순이 정해져 있다. 1번초, 2번초, 3번초(또는 막번) 등으로 나누어 단계적으로 수확한다. 1번초를 채취하고 나면 1개월 쯤에는 다시 우뭇가사리를 키워 이번초를 캐낸다. 마치 지속 가능한 사업 환경을 고려해 바다라는 생산 컨베어 벨트를 작동하는 식이다. 그러다보니 하나의 바다 밭에서 생산 효율성은 극대화 된다. 자연이 주는 선물을 인간의 지식과 노하우를 통해 관리하며,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다.

 

모든 물질에는 규칙이 있다. 자원이 재생 가능하도록 배려하는 것. 그래서 가장 친환경적이다. 자칫하다간 약탈식 경영이 되고, 그러다보면 사업 환경은 황폐해 진다. 이것을 막고자 프로세스는 철저히 단계적이며, 친환경적 요소를 고려한다. UN 환경협약 이후 각국과 기업은 탄소가스 배출권을 돈을 주고 사게 되었다. 지구라는 환경을 보호해야 기업도 영속적인 경영이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자연은 인간의 삶이 그렇듯, 지속가능한 생존 조건을 마련해 줄 때 자원으로 남는다. 이런 친환경적 태도로 생산을 지속시키는 것이다. 해녀 경영의 핵심 포인트 중 하나는 효율성이 무지한 욕망만 내세우지 않는다는 점이다. 상생, 공존의 조건을 만든다. 이것이 경영원칙 임을 잘 보여준다. 빌 게이츠는 창조적 자본주의를 새로운 대안으로 제시한다. 이는 절제 없는 욕망이 빗어낸 세계경제 위기와 맞물려 기업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경영이란, 수익을 통해 영속성과 사회적 공헌을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 해녀 사회는 뭍의 경영에 대해서는 잘 몰라도 오랫동안 자연과 더불어 살아오면서 이를 터득해 왔다. 지속가능경영의 조건은 해녀 사회 내부에 몸으로 체화되어 있다. ⓒ인문경영연구소, 전경일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