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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경영/해녀처럼 경영하라

삶과 죽음을 넘는 동료애

by 전경일 2013. 6. 27.

삶과 죽음을 넘는 동료애

뜨거운 동료애는 삶과 죽음의 경계를 뛰어 넘는다

 

동료나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을 가리켜 ‘한솥밥 먹는다’는 표현을 쓴다. 말은 쉽지만, 실제 마음까지 공동체 의식을 지니기란 쉽지 않다. 해녀 사회는 어느 집단보다 공동체 의식이 강하다. 서로의 결속을 다지는 의례로 대표적인 게 잠수굿이다. 잠수굿을 하는 목적은 안전과 풍요를 기원하고 공동체 의식을 다지기 위해서이다. 그러므로써 해상 안전을 도모하기 위해서이다.

 

잠수굿을 하는 날은 산 자와 죽은 자와 함께 한다. 바다에서라면 삶과 죽음이 다른데 있지 않다는 것이다. 한편으론 해녀들 간의 불화가 있다면 서로 화해하는 날이기도 하다. ‘불목지민 바당이 숭년든다’는 말이 있다. 팀웍으로 일해야 하는 해녀들끼리 화목하지 않으면 바다에 흉년이 듦으로 서로 맺힌 게 있다면 풀라는 말이다. 서로간의 안전과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한 물질이기에 감정이 상해 있으면 안전도 위협받는다. 그런 까닭에 팀웍 향상을 위한 심리적 단합행사를 마련한다. 나아가 서로 용서하고 마음으로부터 받아들임으로써 조직의 안녕을 도모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일종에 빅 허그(big hug)인 셈이다.

험한 바다에서 물질을 하다보면 늘 사고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 한번 사고가 일어나면 죽음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그러기에 해녀들 간의 동료애는 서로 지녀야 할 필수적인 정서적 공감대이다. 해녀들의 동료애를 가장 크게 느낄 수 있는 것으로는 무혼굿이 있다. 무혼굿은 ‘물굿’이라고도 한다. 물질하다가 사고를 당해 목숨을 잃은 해녀의 영혼을 물에서 건져내 위로하고 한을 푸는 굿을 말한다.

 

작업 도중에 사고가 나면 해녀들은 시체수색에 나선다. 대상군들은 조류의 흐름과 사고 후 시간의 경과를 재어보고 시신이 어디만큼 흘러가 있을지 예측한다. 대상군의 역할이 위력을 발휘하는 것이 이 대목이다. 어둠이 깃들기 전까지 찾아내면 다행이지만, 만일 그날 못찾으면 다음 날 찾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조류가 시신을 어디로 끌고 갔을지 알기 힘들기 때문이다.

사고가 나면 ‘개 비렸다’고 하는데, 이 말은 바다가 부정을 탔다는 얘기다. 부정 탄 바다를 깨끗히 정화하는 것을 ‘개 씻는다’고 하는데, 개를 씻는 굿이 바로 무혼굿이다. 보통 장례식 직후에 치르며 해녀의 장례 기간 동안 해녀들은 작업을 중단한다. 동료의 죽음에 대해 슬퍼하며, 조심하는 태도를 갖기 위해서이다.

 

무혼굿을 치를 때 무당은 죽은 해녀가 사용하던 머리빗을 가지고 바닷물 속에 들어가 영혼이 있다면 머리카락 한 올에 실려서라도 돌아오라고 바다를 향하여 생년월일과 이름을 외친다. 무당이 몇 번이나 물속에 머리빗을 담갔다가 꺼내도 머리카락이 건져지지 않으면 가족들은 오열하고 해녀들은 안타까움으로 동동거린다. 이윽고 하얗게 센 머리카락이 머리빗살 틈에 끼어 올라오면 이것을 영혼으로 삼아 짚으로 만든 인형에 수의를 입히고 입관하여 장례식을 치른다. 그렇게라도 고인을 추모하고, 마음의 상처를 어루만지기 위함이다. 나아가 두려움을 조금이나마 극복하기 위한 조치이다.

 

해녀들만큼 의리와 정이 넘치는 사람들도 없다. 마을 바다 밭에서 일하다 죽은 동료나 선배 해녀가 있다면, 반드시 넋 달래기를 한다. 누구도 안전하다고 장담할 수 없기에 취하는 한 달래기의 일환이기도 하며, 그럼으로써 마음을 추스르기 위함이다.

 

예전엔 해녀나 그 가족이 죽으면 진주를 입안에 넣고 매장했던 풍습이 있었다. 매장 후 봉분을 올리고 나면 묘의 둘레를 돌담에 쌓는다. 또한 장례식이 끝날 때까지 마을의 모든 해녀들은 물질을 중단하고 장례일을 돕는다. 공동어장에 떠밀려오는 사체를 처리하는 것은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었고, 이런 궂은 일을 마다하면, 해녀 사회는 그에 응분하는 댓가를 치르도록 했다. 만일 자신의 앞 바다에 밀려온 사체 처리를 방기하면, 그 바다밭은 궂은 일을 처리한 동네 해녀들 밭이 된다. 이런 의무는 해녀 사회를 더욱 사회 봉사와 헌신의 활동에 몰입하도록 만들었다. 요컨대, 기업체에서 하는 사회봉사활동처럼 명망도 얻고, 실질적인 신뢰와 혜택도 돌아오게 함으로써 누구나 헌신의 마음을 갖게 한 측면이 크다. 물론, 헌신에 대한 보상을 쳬계화시킴으로써 선행은 자연스럽게 확대재생산 되도록 했다. ⓒ인문경영연구소, 전경일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