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보지 않음으로 해서 누구나 다 쉽게 잡는 것이 아니고, 그럼으로써 그것을 잡을 때 세상의 보이는 온갖 것들 - 부(富)나 권력 같은 - 을 손에 쥘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사람에게 일을 맡기고, 지시를 할 수는 있어도 그 일에 마음과 정성이 배어 나오게 하기란 쉽지 않다. 특히 윗 자리에 있을수록 더욱 그렇다. 그런 의미에서 세종의 마음 경영은 시대를 초월해 더욱 돋보인다.
[생명을 불어 넣어라]
세종은 한 국가의 CEO 자리에 있었던 인물이었다. 그러므로 모든 일에 그냥 명령만 내려도 될 위치에 있었다. 하지만 그는 진정한 경영의 비법을 찾기 위해 상대의 마음을 지배하기 위한 방법을 찾고자 했다. 즉, 전제 왕권이라는 무자비한 칼을 휘둘러 다른 사람들을 복종시킨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 것으로 경영을 해 나갔다. 그가 일생 동안 보여준 지적(知的)이며, 인본주의적(人本主義的)인 인품과 경영 방식은 신생 조선의 가장 강력한 ‘활력(活力)’이 되어 주었다. 또 그것은 백성들에게 삶의 의미를 부여하기에 충분했다.
조직 내적으로도 CEO가 관심을 갖고 챙기는 것 하나만으로도 함께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팀원들은 항시 성취감에 불탓으며, 자신을 그 프로젝트에 헌신하도록 고무케 했다. 세종의 이같은 경영 방식은 거의 모든 프로젝트에서 생동감 있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리하여 그 결과는 세종이 추진한 모든 프로젝트 분야에서 매우 실질적이며, 효과적으로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경영 방식을 통해 세종은 자신의 주장에 생명력을 불어 넣는 것과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들의 마음에 생명력을 불어 넣고자 했던 것이다.
[스스로 조직의 청진기가 되다]
사실 이러한 생명력은 그의 리더십의 출처인 ‘청취능력’에 있었다. 그는 매우 훌륭한 청취자였다. 청취는 무슨 일에 있어 대응의 첫 단계를 의미한다. CEO는 때때로 자신의 정서를 자제해야 하는 경우도 필요하고, 또 자신의 정서를 강렬하게 표현하는 경우도 있어야 한다. 세종은 스스로 자신의 귀를 다스림으로써, 말하는 이로 하여금 자신이 얼마나 존중 받고 있는지 충분히 알게 했다. 그리고 그것은 한 사람의 CEO에 대한 그리움으로 발전했다. 이렇듯 진정한 그리움을 뿜어내는 리더의 향기는 결코 그로부터 멈춘 적이 없다. 그리고 그러한 향기는 그가 아주 오랫동안 닦아온 그 자신의 인간적 매력 - 겸손ㆍ온유ㆍ배려ㆍ분별 등의 삶의 자세 - 와 어울려 조직 관리와 국가 경영의 극치를 더하게 했다.
[수신(修身) 철학의 체화]
그는 스스로 구부릴 줄 아는 사람이었다. ‘수신(修身)’을 쌓았다 함은, 세종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는 말단 신하들까지 예를 갖추어 대하였으며, 조선시대를 통 털어 유일하게 당대 사대부로서 극형을 당한 이가 없었을 정도로 인간미 넘치는 ‘조선’을 만들었다. 또한 인재의 요람이라 할 수 있는 집현전에 소속된 학자에 대해서도 그는 극진히 대했다. 그것은 상하간의 관계 차원만이 아니었다. 집현전 학자들이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함으로 “내관으로 하여금 손님을 대하듯 하게 하였으니, 그 우대하는 뜻이 지극했다.”고 『용재총화』는 전할 정도였다.
그렇다면 세종의 경영자로써 이와 같은 ‘바른 인성(人性)’은 과연 어디서 온 것일까? 이는 국가 CEO 이전에 자신을 다스리는 철학, 즉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의 ‘수신(修身)의 철학’이 체화되어 있지 않고는 결코 드러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세종은 CEO로 취임하는 날 그의 취임서 - 즉, ‘즉위 교서’라 부른다. - 에서 “인(仁)을 펴서 정사를 전개하겠다(施仁發政)”라고 하여 진정한 성인(聖人)다운 국가 CEO가 되겠다고 자신의 뜻을 펼쳐 보이고 있는 것이다. 실로 유구한 시대를 관통하여 만백성의 마음을 지배하는 성인다운 면모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전경일, <창조의 CEO 세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