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의 이러한 ‘스킨십 경영’은 보다 차원을 달리 하게 된다. 세종은 말년에 접어들면서 눈병과 다리 통증이 더욱 악화됐다. 그는 젊어서부터 다리가 아팠는데, 너무나 오랫동안 책상 앞에 앉아 있어서 생긴 병이 아닌가 의심이 될 정도였다. 그리하여 온천행은 그의 재임 기간 내내 치료와 요양의 수단으로 계속됐다.
온천에 대한 세종의 관심은 자신의 건강을 위해 사우나나 찜질을 하기 위해 관심을 갖는 그런 개인적 목적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는 일찍부터 한증 방식으로 환자를 치료하는 시설을 만들려고 노력했다. 또 온천 발견자에게는 포상을 하는 제도를 마련하기도 했다. 그것은 그 자신이 찜질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세종도 안질과 신경통 치료를 위하여 여러 차례 온천을 이용하여 효험을 보았으나, 한편으로 부작용을 얻기도 했다고 한다.)
하여간 이러 저러한 이유로 세종은 ‘한증보(汗蒸寶)’라는 온천 찜찔방을 세우게 된다. 이는 1423년 대사승 명호(明昊)가 목욕탕 시설을 만들어 병든 백성을 구제하겠다고 나선데 대한 지원책의 하나였다. 그리하여 세종은 곧 바로 목욕탕을 지어 주고, 그로 하여금 환자 구휼에 나서게 해 주었다. (이 시기 질병에 걸린 왜인(倭人)들도 질병 치료를 위해 우리나라에서 목욕하기를 청해, 질병의 상태를 보아 3~5일간 머무르며 치료하게 허락했다.) 그러나 일이 미처 착수되기도 전에 명호가 죽었음으로 무료 찜질방 사업은 4년 뒤로 연기되었다.
이미 한증 치료로 병을 고친 환자는 계속 나타났지만, 가난한 환자들은 치료하기가 어려웠다. 그러자 세종은 아예 그런 환자들을 돕기 위해 ‘재단(財團)법인’을 만들어 버렸다. ‘한증보(汗蒸寶)’의 ‘보(寶)’가 바로 오늘날 말하는 ‘재단(財團)’이다. 그래서 그는 쌀 50섬과 무명 50필을 기금으로 지원해 한증보를 운영토록 했던 것이다(『세종실록』9년 4월 24일). 그 후 한참 세월이 흘러 세종 30년 2월경에도 세종은 전라도 무장현 염정에 목욕간을 지어 사람들로 하여금 목욕하여 병을 낫게 하라고 지시 했다(『세종실록』 30년 2월 12일). 이 모두 백성과의 스킨십 강화를 통한 구휼 활동의 일면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동시에 훈기가 도는 CEO의 ‘정감 경영’이 아닐 수 없었다.
[세종은 유니섹스 스타일의 경영자?]
세종의 이러한 다감한 성품은 그대로 음악 분야에 나타났다. 그 자신 작곡가이기도 했던 세종은 너무도 섬세한 귀와 음감(音感)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마치 자신의 성품 내에 남성과 여성의 이미지를 그대로 녹여 부어 만든 인물 같았다. 요즘 흔히 얘기하는 유니섹스(uni-sex) 스타일이 그에게는 엿 보인다.
더불어 세종은 시대적 감각을 읽을 줄 알았고, IQ 만큼이나 EQ 지수가 매우 높았던 인물이기도 했다. 그는 한번 읽은 책은 결코 잊어 버린 적이 없었고, 또 음의 미세한 가닦을 귀신같이 잡아 낼 줄도 알았다. 그런 그의 능력과 스타일로 보건데, 그는 600여년 전의 조선 사회보다 오히려 오늘날에 더 잘 맞는 인물형이 아닌가 생각되기도 한다.
한 국가의 최고 경영자로 보더라도 그는 21세기 형 리더의 조건을 충분히 갖추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신생 조선이 출범한 15세기 초엽에는 무엇보다 세종이라는 CEO가 절실히 필요했다. 왜냐하면 그의 존재는 이 나라가 항구적으로 이어져 나가는데 결정적으로 필요한 근원적 요소였기 때문이다.
[세종으로부터 배우는 경영 정신]
* CEO의 훌륭한 인성(仁性)에서 흘러나오는 스킨십 경영으로 경영을 예술적 경지로 승화시켜라. 그것이 당신을 남과 달리 확고하게 구분시켜 줄 것이다.
* 열정ㆍ우의ㆍ따뜻함ㆍ친밀한 관심ㆍ심금ㆍ정감 같은 표현들이 당신의 경영을 구별 짓는 하나의 요소가 되도록 하라. 그것을 뛰어 넘을 수 있는 동기부여는 세상에 그리 많지 않다.
* ‘친밀함’을 유지하라. 그러나 그것은 언제나 절제된 것이어야 한다. 절제 없는 친밀함과 스킨십은 방종을 막지 못한다.
* 원초적 스키십도 서로를 친밀하게 할 수 있는 고단위 팀웍 촉진제이다. 그것은 세상을 훈훈하게 하는 ‘정감 경영’으로 이어진다. CEO는 정감에 호소할 수 있어야 한다.
* 지금의 시대적 감각에 맞는 CEO란 누구인가? 그것을 알려고 계속 노력하라. 그것이 문화와 사업 그리고 당신의 삶을 리드해 간다. 실제 그러한 것들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근원적 깊이를 갖고 있다.
ⓒ전경일, <창조의 CEO 세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