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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관리/세계적인 경영 구루들의 경영비법

(2)이케아 창업자 잉바르 캄프라드의 리더십

by 전경일 2018. 3. 12.

디자인의 경제학: 민주적 디자인이 라이프 사이클을 바꾼다

 

디자인 민주화를 이끌라

 

이케아는 디자인을 부자들의 전유물이 아닌 대중의 것으로 끌어내렸으며 좋은 디자인의 가치를 많은 사람들이 깨닫도록 도왔다. 즉 현대 디자인의 정의와 그 실제를 이해하기 쉬운 방식으로 알려준 것이다. 잉바르 캄프라드는 1976년에 쓴 책 어느 가구상의 유언에서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완전히 다수의 편에 서기로 결심했다. 고객에게 좋은 것은 결국 우리에게도 좋다.”

 

대중적인 것은 흔히 무시되기 쉽다. 하지만 캄프라드는 일반 대중을 타깃으로 삼았고 대중들은 그런 캄프라드의 비전에 열광했다. 일급 명품 디자인은 엄두를 못 내는 사람일지라도, 그런 사치스런 디자인의 아이디어는 취하면서 비용은 저렴한 버전을 구매하고 싶어 한다. 이것은 발명과 패션을 대중화하는 방편이며, 개개인의 취향을 개발하도록 돕는다.

 

이케아는 스스로를 지갑 사정이 넉넉하지 않는 이들을 위한 브랜드라고 말한다. 이케아 매장 방문은 도저히 믿기지 않을 정도로 싼 가격에 놀라는 순간들의 연속이다. 이것이 바로 이케아가 민주적인 이유이다. 이케아에서 800파운드면, 다른 곳에서 2만 파운드에 파는 명품 인테리어와 겉으로 보기에 다를 것이 없는 가구를 장만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케아가 포스트 모더니즘적 사회상을 반영한다고 생각한다. 과거에 집은 안정적이고 익숙한 물건들이 놓인 중심이었다. 여간해서는 크고 무거운 옷장이나 할머니의 안락의자 따위가 다른 곳으로 움직일 일이 없었다. 그러나 이제 집은 개인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배타적 공간이 되었으며 또한 변화무쌍해졌다. 불확실성과 변화가 가정에서 낯설지 않은 개념이 되었다. 이러한 변화 속에 이케아는 사람들이 집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도록 돕는다.

 

오늘날 우리는 가구를 슈퍼마켓에서 파는 것과 같은 반() 일회용품으로 취급한다. 집이 주기적인 쇼핑의 대상이 된 것이다. 이제 사람들은 가구를 필요해서 사는 것이 아니라 그저 주말에 이케아를 쭉 둘러보다가 마음에 드는 제품이 있으면 바로 구매한다. 사람들은 단 한 번의 이케아 방문으로도 집의 전체적인 테마까지 바꿀 수 있다. 우리의 부모 세대는 아이에게 가구를 물려주었다. 그러나 현대인은 이케아 세대. 이케아 세대는 소파와 탁자를 재빨리 소모할 수 있는 소품으로 구입한다. 그들은 부모의 취향과 상관없이 집을 어떻게 꾸밀지 민주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디자인이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어 버린 것이다.

 

 

싸고 아름다운 디자인

이케아의 디자이너들은 항상 기능과 가격을 동시에 고민해야 한다. 특히 캄프라드는 가격을 집착적으로 중시한다. 계속 비용을 깎아 내리면서도 질 좋은 상품을 유지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렇기에 이케아의 디자이너들은 리더의 끊임없는 가격 인하 요구에 늘 좌절을 겪는다.

 

아름다운 가구를 갖는 건 근사한 일이죠. 하지만 어디까지나 팔릴 때의 얘깁니다.”

 

디자인계에서 이케아의 명성은 점점 높아졌다. 오늘날 많은 디자이너들이 이케아에서 일하기를 원하는 이유는 시장에서 팔리는 대중적인 가구의 디자인 노하우를 전수받기 위해서이다. 초창기의 이케아 디자인은 하층민들에게나 어울리는 기능적이기만 한 것쯤으로 여겨졌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이케아는 더 아름다운 제품도 만들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케아에는 2만 종 이상의 제품군이 있다. 이 중 9,500종이 각 지역 매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단순한 품목들이며, 여기서 대략 3,000여 종류가 선별되어 카탈로그에 실린다. 비용을 낮추고 공급업자와 장기계약을 유지하려면 디자이너들은 적어도 2~3년은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디자인을 목표로 삼고 일해야 한다.

 

이케아는 그 저가 정책에 격분한 전통 가구산업계로부터 끊임없이 표절 혐의를 받아왔다. 이케아는 각종 디자인 전시회에서나 볼 법한 멋들어진 디자인의 가구를 그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 만약 이케아가 독창적인 디자인 때문에 칭찬을 받는다면 논쟁에 휩싸이게 될 것이다. 이케아는 어디까지나 디자인 표준을 모방한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어찌됐든 이케아 디자이너들은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디자인 혁신자가 아닐지는 몰라도, 5파운드에 팔리는 의자를 아름답게 디자인해내는 능력을 지녔다. 품질 좋고 싸다는 것처럼 시장에서 강한 경쟁력은 없다. 아케아의 힘은 이 가장 분명한 시장의 소구점에 맞춰져 있다.

 

 

전 세계 라이프스타일을 이케아로 물들이다

이케아의 성공은 낮은 가격 외에도 스칸디나비아 스타일의 가구가 지닌 국제적 인기에 기인한다. 이케아의 스타일은 자연스럽고 밝으며, 단순하고 실용적이다. 우아함과 허영을 아낌없이 포기했다. 스칸디나비아식 디자인은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것으로 평가되며, 다른 한편으로는 강하고 자유분방한 삶의 느낌도 담고 있다.

 

1973년과 1974년 각각 스위스와 독일에 진출한 이케아는 젊은 사람들, 그리고 젊은 기분을 느끼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공략했다. 이케아가 보여준 가구 배치 및 내부 장식의 방법은 쉽고 자연스러워서 당시 독일 문화사에 큰 획을 그었던 1968년 학생운동 이후의 시대정신에 잘 부합했다. 이케아는 이후로도 독일 거주 문화에 강한 영향을 미쳤다. 2004년 한 연구소에서 독일인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70%의 응답자들이 이케아가 자신들의 인테리어 스타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다. 실제로 이케아는 오늘날 독일하면 떠오르는 느긋하고 편안한 이미지의 거주 문화를 만드는 데 크게 기여했다. 많은 독일 사람들이 집안의 가구를 한번 사서 들여놓으면 대를 이어가며 지킬 듯 여기는 관습에 젖어있을 때, 이케아는 그런 관습을 차례차례 파괴해 나갔다.

 

이케아 가구는 다른 것들과 쉽게 조화를 이룬다. 이케아 가구로 집을 꾸미는 사람은 언제든지 각각의 가구를 바꾸고 변화를 줄 수 있다. 많은 비평가들은 이케아가 가구에 대한 인식을 유행에 따라 자주 바꾸는 물건으로 바꾸어 놓았다고 비난했다. 가구의 사용기간이 짧아졌다는 이러한 비난에 대해 이케아는 공격적으로 대응했다. 이제 디자인 제품을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기 때문에, 아이들은 부모의 가구를 그대로 물려받는 것이 아니라 집을 어떻게 꾸밀 것인지 결정한다는 것이다.

 

많은 고객들은 이케아의 매력을 이처럼 자주 가구를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찾았다. 마치 자기 자신의 모습을 바꾸듯이 사람들은 세련된 저가 가구로 집의 얼굴을 끊임없이 새롭게 단장할 수 있다. 실제로 이케아는 사용하던 가구에 대한 유럽 특유의 집착을 떨치고 더 쉽게, 그리고 더 자주 스타일과 가구를 바꿀 수 있도록 노력했다. 모든 나라들이 그런 이케아 스타일을 쉽게 받아들지는 못했다. 그런 경우에도 이케아는 움츠러들기는커녕 공격적이고 당당하게 광고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일례로, 영국에서는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단순하고 현대적인 가구를 잘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들은 여전히 닳아서 빛이 나는 집안 분위기를 좋아했다. 이케아는 이런 분위기에 정면으로 맞서서 공격적인 캠페인으로 관심을 유도했다. “영국적인 것, 오 이제 제발 그만!”

 

이케아는 그들의 스타일을 전 세계로 전파했다. 캄프라드의 뒤를 이은 현 이케아 회장, 안데르스 달비그는 말한다.

 

우리가 각 지역의 시장에 적응하려고 했다면 우리는 단지 그 나라의 가구점 중 하나로 전락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스칸디나비아식 독창성을 고수했다.”

 

스웨덴 가구왕국의 상상초월 성공 스토리 이케아의 저자인 뤼디거 융블루트에 의하면, 고풍스럽고 화려한 가구를 선호하는 경향은 약해지고, 점점 더 단순하고 깔끔한 집이 전 세계인의 대중적 취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벽을 요란하게 장식하는 휘장이나 커튼을 포기하고, 그 대신 커다란 벽걸이 TV 등의 전자 제품과 현대적인 실내장식들이 자리를 잡는다. 이케아가 이런 시대적 흐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음은 두말할 필요 없다  ⓒ전경일 인문경영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