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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관리/세계적인 경영 구루들의 경영비법

(3)이케아 창업자 잉바르 캄프라드의 리더십

by 전경일 2018. 3. 16.

DIY 혁명, 스스로 운반하고 스스로 조립하라

 

도입부에서 소개한 이케아의 직원 룬드그렌은 차 트렁크에 테이블을 집어넣기 위해 테이블 다리를 잘라내었다. 이것이 이케아의 또 다른 신화를 창조한 플랫팩 가구의 시초였다. 이 엄청난 발견은 공간 낭비를 최소화한 채 가구를 전 세계로 운송할 수 있음을 의미했고, 또한 가구 조립을 고객에게 맡김으로서 조립 비용을 없앨 수 있다는 것이기도 했다.

 

캄프라드는 이케아를 서비스 업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가구 판매에서 발생하는 작업량의 80퍼센트를 고객들이 스스로 처리하기 때문이다. 고객은 원하는 제품을 찾아보고 선택하여 선반에서 끄집어내 계산대로 옮긴 후, 돈을 지불하고 자동차에 실어서 집으로 가져간다. 집에 도착하면 포장을 풀고 조각들을 조립해서 하나의 가구로 만들어 낸다.

 

고객이 매장에서 상품을 선택한 후 자기 책임 하에 직접 운반을 하는 캐시--캐리시스템을 가장 먼저 고안한 것이 캄프라드는 아니다. 하지만 기존의 어떤 경영자도 그런 방식의 개발과 판매를 사업의 중심에 두지 않았다. 독일의 고객들은 1974년부터 이미 카탈로그에서 이런 글을 볼 수 있었다.

 

진열장에서 원하는 것을 스스로 꺼내세요. 그리고 힘이 약한 여자라도 쉽게 끌 수 있는 매장 카트에 실으세요.”

 

이케아에서 고객들은 운반과 포장과 조립을 모두 도맡아야 한다. 즉 생산과정의 일부를 고객이 맡게 된 것이다. 디자인 전문가 베른트 폴스터는 이케아의 성공에 대해 컨베이어 벨트를 거실까지 연장한 것이라고 표현했다. 이케아가 이렇게 고객들에게 떠넘긴 짐은 결코 적은 것이 아니다. 80cm 넓이의 빌리 책장만 해도 포장 제품의 무게가 43kg에 이르며, 코너 책장은 50kg이 넘는다. 심지어 소나무 옷장 레크스비크의 무게는 무려 73kg이다. 물론 더 무거운 것들도 많다.

 

집까지 운반해온 가구를 조립하는 일도 만만치 않다. 가끔 제품의 가공이 불완전한 탓도 있겠지만, 대부분 조립 자체가 예상보다 힘든 경우가 많다.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설명서를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가구 구매자들은 조립설명서의 그림을 이해하고 따라하는 것이 힘들다고 말한다. 고객들은 평소에 그런 수공 작업에 대한 경험이 전무한 경우가 많다. 게다가 보조해주는 사람이 없다면 가구에 상처를 내지 않고 조립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왜 사람들은 이런 고생을 감내하면서 이케아에서 물건을 사는 것일까? 그들은 어째서 조금 더 많은 돈을 서비스에 투자하지 않을까? 대부분의 이케아 고객들은 더 많은 서비스를 받을 충분한 경제적 여건을 갖추고 있다. 이케아는 대중을 위한 가구점을 자처하지만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가구점은 아니다. 이케아에서 물건을 사서 집으로 싣고 오기 위해서는 자동차가 필요한데, 그것만으로도 돈이 없는 사람들에게 이케아가 적당한 쇼핑 장소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케아의 레스토랑 역시 셀프서비스로 운영된다. 각 매장마다 고객들에게 사용한 그릇을 정해진 자리에 가져다 놓도록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이케아는 고객들을 여러 모습으로 도와준다. 기저귀를 갈기 위한 탁자와 종이 기저귀를 비치해 놓는 것은 이케아에서 자연스러운 일이다. 더구나 이케아의 기저귀 탁자는 여성용 화장실만이 아니라 남성용 화장실에도 설치되어 있다. 많은 이케아 고객들은 이케아에 대해 미움과 애정을 동시에 느낀다. 이케아는 고객들에게 일종의 학교 같은 곳이다. 그곳에서 배울 수 있는 교훈은 살아가면서 힘들이지 않고는 아무 것도 얻을 수 없다는 사실이다.

 

이케아에서 고객들이 겪어야 하는 많은 수고들에도 불구하고 이케아 매장을 찾는 대부분의 방문객들은 이케아가 제공하는 것들에 만족하고 있다. 그렇지 않다면 이케아의 지속적인 성장과 성공을 설명할 길이 없다. 물론 가격은 고객들의 입장에서 이케아가 지닌 최대의 매력이다. 그러나 많은 고객들은 이케아에서 구매하는 형태와 셀프 서비스 매장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에도 만족감을 느낀다.

 

이케아를 좋아하든 싫어하든 고객들은 점점 더 그곳을 자주 찾는다. 이케아는 반() 마케팅 브랜드이다. 겉보기에 이케아는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 이케아는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묻지 않는다. 제품 구매에 이르기까지의 장벽은 특이할 정도다. 차를 몰고 동네를 한참 벗어나 수천 명의 다른 소비자들과 함께 가게로 모여든다. 창고에서 자기 것을 고른 후 난해한 설명서를 보면서 조립을 한다.

 

이케아는 창업자나 직원들 모두 값싸고 품질 좋은 디자인 가구를 사람들에게 알린다는 전도사적 열정을 가지고 있다. 이런 비전은 사실 이케아 자체보다 훨씬 중요하다. 이케아는 창고에서 직접 물건을 날라 오고 손수 가구를 조립하려 애쓰는 고객을 사랑한다.

 

고객은 이케아가 숭배하는 대상이다. 고객이 판매의 모든 과정에 동참하기 때문이다. 이케아는 고객이 물건을 고르고, 낑낑대며 차 짐받이에 짐을 싣고, 가구를 만드는 것이 다 고객 본인들에게 유익한 학습이라고 생각한다. 그 역사적 뿌리는 스웨덴의 프로테스탄트 직업 윤리에 있다. 이러한 참여는 고객들이 다른 어떤 회사보다 더욱 이케아라는 브랜드에 소속됨을 의미한다. 고객은 본질적으로 이케아 브랜드와 그 비즈니스 모델의 일부가 된다. 이케아의 가격이 그토록 싼 이유는 바로 고객 자신들에게 있는 것이다.

 

어떤 면에서 이것이 이케아 배후의 핵심 아이디어이며, 이케아가 다른 가구회사와 차별을 갖는 지점이다. 회사 내부에서는 이케아가 현대 세계에서 잊혔던 남자들의 수렵채집 본능을 다시 일깨운다는 주장까지도 있다. 남자의 본능이 가구를 조립하도록 이끌며, 보다 전통적인 관점에서 자신을 바라보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 주장의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이케아에서 쇼핑하면서 고객이 스스로를 쓸모 있고 손재주 있다고 느끼는 것은 사실이다. 고객은 그저 상점에 가서 물건을 사는 게 아니라 집을 위해 무언가 실질적인 행동을 한다.

 

이케아는 우리의 손재주가 하찮다 해도 그 결과물에 뿌듯해할 여지를 제공한다. 그리하여 자신이 뛰어난 목수라는 환상 속에 아이들 앞에서 책장을 조립하는 것이다. 이런 점이 이케아가 나름의 신념 체계를 가진 회사이자, 살아 숨쉬는 가치를 지닌 회사라는 점을 드러내 준다. 글로벌 가구회사의 생명을 유지하는 비결도 바로 이 점이다. ⓒ전경일 인문경영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