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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경영/르네상스 경영학

피렌체, 이상과 현실을 실용의 이름으로 조화시키다

by 전경일 2021. 2. 1.

  14~16세기 다른 유럽 지역에 비해 높은 학식과 예술적 취향을 지녔던 피렌체인들은 당시의 기준으로 보았을 때 매우 세속적이었다. 신분에 구애받지 않는 정혼도 서슴지 않았으며, 언제나 대화나 말다툼에 끼어들어 재담을 펼치곤 했다. 

 

 

피렌체인들에게 최대의 찬사는 교활한’, ‘교묘한이라는 뜻의 푸르보(Furbo)’라고 불리는 것이었다. 미묘한 뉘앙스를 지닌 이 단어는 높은 지성과 세속적인 지혜를 함께 갖추었다는 의미를 지닌다. 이처럼 감상적이지 않은 현실주의가 그들의 삶을 지배했다.

 

 

 

 

  그런 피렌체인들에게 있어 종교는 세속적 변화를 어느 정도 늦추었다. 내핍 경제, 명상과 기도생활, 자선, 겸손, 금욕과 같은 전통적 가치가 여전히 남아 있었다. 1년 동안 일요일을 제외하고도 40여 일의 축일을 기념했다. 성인 남자 중  2%만이 성직에 종사했지만, 평신도들도 다양한 형제회에 서약했다. 1,300여 개의 노상 예배소가 도시 곳곳에 있었으며 묵상할 수 있는 성모상은 5분 여 남짓만 걸으면 어디서든 만날 수 있었다.

 

 

이러한 크리스트교적 요소는 현실주의와 결합되어 사회에 새로운 긴장을 유발하였다. 점차 이러한 긴장을 해소하려는 과감한 시도가 피렌체의 사상과 예술적 풍경을 바꾸어 놓기 시작했다. 고대 그리스인들과 로마인들의 개방적이고 실용적인 사고방식이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다. 당시 피렌체의 상황에서는 크리스트교의 가르침보다 그리스·로마인들의 가치가 훨씬 더 적합하고 매력적인 체계로 여겨졌다.

 

 

이런 흐름이 크리스트교적 가치를 완전히 밀어낸 것은 아니지만 개인의 명예, 그리고 물질적 소유의 합법성과 같은 문제에 관련하여 옛 교리에 손질이 가해졌다. 천 년도 넘는 과거에 살았던 고대인들의 생각과 열정이 먼 훗날의 피렌체를 뒤흔들었던 것이다.

 

 

원래 교회 내에서는 조용히 명상하며 신과 교감해야 하지만, 피렌체인들은 교회에 모여 새로운 소식을 접하고 이런저런 남 얘기를 나누었다. 이렇게 중세의 엄숙한 종교성과 적당한 세속성이 뒤섞인 분위기는 피렌체라는 문화 도시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체험이었다. 피렌체인들은 점차 돈으로 무엇인가를 살 수 있게 되었고, 세속화되는 세계에서 개인이나 가족의 영예를 획득하는 즐거움을 누리게 되었다. 피렌체인의 생활 속에서는 이러한 자본주의 방식이 구체적으로 나타났으며 인간관계는 보다 자연스러워졌다.

 

 

그렇게 하여 피렌체에는 그리스도, 성모 마리아, 성인들과 함께 비너스, 마르스, 미네르바와 같은 이교의 신들이 피렌체 시각미술의 신전에 합류하였다. 새로운 교리와 철학 안에서 크리스트교적인 사고와 이교적인 생각을 조화롭게 통일하는 것이 다양한 학자와 예술가들의 목표가 되었고, 전통적인 믿음과 새로운 생활양식이 함께 융화되었다. 여전히 유럽의 도시들이 중세의 경직성에서 벗어나기 위해 꿈틀거리고 있을 때, 피렌체는 제일의 세계 도시로서 형이상학적 이상과 세속적 현실을 조화롭게 혼합시켰다.

 

 

이상과 현실의 조화는 오늘날의 개인과 조직에도 올바른 선택과 판단을 위해 중요한 요소이다. 이상과 현실을 아우르는 실용주의는 건강한 조직 문화를 창조한다. 오늘날 경영 환경에서 실용이란 이상을 추구하면서도 관료적 질서를 배격하고 철저한 고객 지향, 시장 지향, 성과 지향을 추구하는 것을 말한다. 복잡한 경영 이론보다 더 중요한 현실+실용 우선의 원칙이 결과를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