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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경영/르네상스 경영학

미켈란젤로의 혼을 다한 몰입

by 전경일 2023. 5. 16.

미켈란젤로는 많은 걸작들을 탄생시켰지만, 그중에서도 시스티나 성당 천장의 프레스코화는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투지와 집념이 만들어낸 경이로운 작품이다.

 

이 천장화는 교황 율리우스 2세가 1508년에 로마의 성 베드로 대성당 재건축의 일환으로 미켈란젤로에게 주문한 것이다. 자신을 조각가로 생각한 미켈란젤로는 처음에는 이 프로젝트를 맡는 것을 탐탁지 않아 했지만, 4년의 기간 동안 그는 이 작품에 완전히 빨려 들어갔다.

교황은 중요한 행사와 미사가 수시로 열리는 곳이니만큼 장기간의 작업은 원치 않았다. 게다가 교황이 돈을 제때 지불하지 않아 보수를 받지 못한 조수들이 모두 피렌체로 돌아가 버리고 말았다. 전투를 벌이느라 항상 로마를 떠나 있었던 교황은 만날 길이 없었고, 미켈란젤로는 극심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 후반부 작업은 일손이 익숙하지 않은 엉터리 조수들과 호흡을 맞추느라 미켈란젤로가 거의 모든 일을 도맡아야만 했다.

 

미켈란젤로에게 작업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예배소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이 작업대 바닥에 가려져서 벽면이 늘 어두웠다. 그는 어쩔 수 없이 촛불을 켜고 작업을 해야 했다. 프레스코 작업은 젖은 석고 면에 칠을 하기 때문에 한번 잘못 그리면 수정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20미터가 넘는 까마득한 작업대를 타고 올라가서 기우뚱한 자세로 붓을 놀리면서도 미켈란젤로는 놀랄 만큼 빠르게 작업했다. 이 같은 고생 끝에 천장화는 마침내 완성되었고, 서양미술사 최대의 걸작으로 손꼽히고 있다. 고단한 육체를 채찍질하고 불타는 의지를 쏟아 부은 끝에 인류 역사에 길이 빛나는 기적을 창조해낸 것이다.

 

미켈란젤로가 자신의 전공분야도 아닌 프레스코로 당대의 걸작을 완성시킨 과정은 곧 몰입의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는 늘 자신을 작품에 동화시켰다. 지나친 책임감 때문에 어떤 조각장이 맡더라도 잘해 낼 평범한 작품들조차 자신이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또 자기 자신에게 끔찍하게 엄격했다. 음식을 절제했으며, 잠조차 싫지만 어쩔 수 없어 행하는 일이었다. 살림살이는 늘 뒤죽박죽이었다. 집주인이 독신이라는 것은 항상 표 났다.

 

“나에게는 예술이 여자다. 그리고 나의 자식들은 내가 남기는 작품들이다.”

 

그의 삶은 자학에 가까운 혹사와 고립으로 인해 일상적 행복과는 거리가 멀었다. 작업에 대한 과도한 집착과 비사교적이고 고집스런 성품 때문에 그의 주위에는 친구보다 적도 많았다. 그러나 미켈란젤로는 극적인 삶을 통해 후세인들에게 예술가의 꿈을 갖게 했다. 그는 창조적 영감과 열정, 비판적 자의식을 가진 예술가상을 만들어낸 것이다.

 

“제왕처럼 주문하고, 신처럼 창조하라. 그리고 노예처럼 일하라!”

 

그는 작업의 재료와 규모를 정하는 데 있어서 제왕처럼 머뭇거림이 없었고, 투입되는 노동에 있어서는 자신을 노예처럼 혹사해도 좋을 만큼 가치 있는 작업에 매진했다. 그것을 예술가에게 주문했다. 이러한 몰입이 기적에 가까운 창의성을 발휘하게 했다. 미켈란젤로의 천장화를 보며 어떻게 하면 자신의 일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게 된다. 또한 조직의 구성원들이 몰입을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은 무엇일지도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