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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경영/CEO산에서 경영을 배우다

자운봉

by 전경일 2009. 2. 2.



자운봉


                        전경일

아무래도 나는
산으로 가야겠다

수직의 세상 아래
수평의 세상이 놓여 있는 곳

서 있는 것이 누워 있는 것이고
누워 있는 것이 곧추 서 있기만 한
저 바위 끝 절벽을 향해

높이를 톳아대는
산 아래 답답함 떠나
곧추어 서 있기만 해도 평등한
수평의 세상
저 자운봉 끝으로

아무래도 나는
산으로 가야겠다

내 몸 위로 산을 세우고 세상을 띄워
마침내 성숙한 여인의 살을 파고드는
사내의 입김처럼

부처님 손바닥 같은
자운봉 한 모퉁이에서
내가 놓이게 될 세상의 끝을 향해
마음의 평정과 균형을 얻으러
나, 저 바위 위에 오르고 싶다

저 아래 후미진 세상
가득 채우는 물이 되기 위해
나 아무래도 바위를 타야겠다

채우고 비우는 게 인생이라는
극진한 깨달음을 얻기 위해
나, 수직의 바위에 몸을 던진다.

전경일. <CEO 산에서 경영을 배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