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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사보기고

작은 아이디어를 소중히 해야 성공한다

by 전경일 2009. 2. 3.
 
산복에서 흐르는 샘이 내를 이루고, 그 냇물이 다시 강이 되어 바다로 흘러 바다의 일부가 된다는 것은 우리가 지닌 작은 아이디어의 힘이 얼마나 큰가를 새삼 짐작케 한다. 오늘날 아무리 큰 기업도 미미해 보이는 작은 아이디어에서 출발하지 않는 회사가 없다. 제 아무리 기골이 장대한 대기업도 기실 그 기업이 지닌 경쟁력을 살펴보면 몇몇 핵심이 되는 작은 아이디어와 그것을 밑받침하는 기술, 실행력 등에 경쟁력의 원천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 기업사를 살펴보면 쌀장수를 한 가게 중 2개 회사가 60년 내 그룹이 되었고, 치약장수를 하던 회사가 그룹이 되었다. 일제가 남기고 간 적산(敵産)을 인수해 사세를 키운 끝에 50년 만에 우리나라 최대의 보험회사를 그룹사로 편입시키기도 하는 등 모두들 작은 것에서 출발해 오늘날 대기업 군을 형성했다. 기업의 생멸은 이처럼 작은 아이디어에서 출발해 거대한 경영의 바다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그러기에 기업은 아무리 커도 그 본질은 작은데서 찾아져야 한다.  


특히 오늘날처럼 인터넷의 등장과 함께 창업이 보다 수월해지고, 확산 속도가 광범위하게 빨라지며, 많은 인터넷 기반 기업들이 작은 아이디어를 경쟁력의 원천으로 삼는 것을 보면 ‘작은 생각은 결코 작지 않다.’는 교훈을 떠올리게 된다. 네이버는 ‘원하는 지식을 찾아주겠다.’는 작은 아이디어로 인터넷 기업의 판도의 바꿔었고, 구글은 ‘뭐든 다 찾아 주겠다.’는 생각으로 가장 영향력 큰 인터넷 기업이 되었다. 국내 시장만 하더라도 인터넷 관련 기업으로 분류되는 기업들의 시가총액이 10조 이상을 이루고 있는 것만 봐도 작은 아이디어의 힘은 결코 간과될 수 없다.  


기업들이 앞 다투어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공모하고, 이를 발굴해 내고자 하나 처음 가진 의욕처럼 잘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여기에 직원들의 창의적인 사고를 이끌어 내는 조직 운영상의 원리가 숨겨져 있다.《공짜 아이디어(Ideas are Free)》의 공동 저자인 슈레더 와 로빈슨 교수는 직원들이 지닌 아이디어를 키우는 조직적 노력이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 잘 지적하고 있다.    


“대부분의 경영진들은 대개 까다로운 경영이론에서 (경쟁력을) 찾으려고 고심하거나, MBA 수업에서 들은 최신 경향을 따르는 식으로 구하려고 한다. 하지만 그보다는 자기 직원들에게 귀 기울일 줄 알아야 한다. 큰 계획 구상에만 몰두하는 경영진은 오히려 직원들의 창의력을 활용하지 못해 사업을 키울 기회조차 잃게 된다.”


“경영진들은 항상 양복을 입고 코너쪽 사무실을 차지하고 있다. 그들은 자신들의 일은 아이디어를 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산업 전선에 서 있는 직원들의 말을 듣지 않는다. 사업에 대한 큰 구상을 내놓는 것이 경영진의 몫일 순 있지만, 그 구상이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되게 하는 것은 바로 직원들이 내놓는 작은 아이디어들이다.”


작은 아이디어들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혜택은 직원들을 고무시키는 데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가장 큰 혜택은 아이디어를 통해 지속적이고 경쟁력 있는 이득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하나의 아이디어는 다른 파생 아이디어를 불러오고 그 아이디어는 서로 연계돼 현재의 문제를 푸는 열쇠로 작용할 수도 있다. 작은 아이디어를 꺼지지 않는 불씨처럼 잘 거두기만 하면, 그것은 천하를 불사를 거대한 사업으로 발전할 수 있다. 디테일의 힘은 바로 여기에 있다. 크고 작은 아이디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전체를 움직이게 하는 작은 아이디어(혹은 기술력)가 눈에 보이지 않는 힘으로 작용할 때 기업에는 누구도 모방하기 어려운 경쟁력이 생겨난다.


수많은 자동차 회사들이 자사 차의 슬로건으로 다양한 술어들을 수식어로 붙이지만, 가장 간결하게 ‘럭셔리 카‘로 포지셔닝 하고 있는 메르세데스 벤츠는 3만여 개에 달하는 부품에서 남다른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 벤츠 자동차의 경쟁력은 차체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작은 부품들의 결합에 있는 것이다. 이런 작은 경쟁력은 눈에 잘 보이지도 않고, 세부적인 요소들을 개선하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다보니 경쟁사들이 쉽게 따라올 수도 없다. 큰 아이디어는 쉽게 따라 할 수 있지만, 작은 아이디어는 찾아내기도 어렵고, 모방하기도 훨씬 더 어렵기 때문이다.


직원들이 현장에서 취득한 아이디어의 놀라운 힘은 제품과 상품에 그대로 반영된다. 아무리 엉뚱해 보이는 아이디어라고 할지라도 세상에 나쁜 아이디어란 존재하지 않는다. 어느 면에서는 그 ‘나쁜’ 아이디어가 위력을 발휘하게 되는 순간을 맞이한다.


“나쁜 아이디어는 실제로 긍정적인 것일 수 있다. 나쁜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은 좋은 해결책을 내놓지 못할 수는 있다. 하지만 현재 지닌 문제점은 드러낼 수 있다.”고 슈레더 교수는 말한다. 직원들과 함께 해결책을 찾아보도록 노력하다보면 그 나쁜 아이디어가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순간을 발견하게 되기도 한다는 얘기다.


오늘날 경영자들은 대단히 큰 아이디어에 매료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그들이 창업할 때, 지금처럼 큰 아이디어에만 눈이 간 건 아니다. 큰 아이디어는 전체를 만들어 가는 부분의 합으로써 개별 아이디어가 훌륭해야 하고 그것들이 상호 보정작용을 일으켜야만 한다. 큰 것이 아니라 작은 것들을 말할 때, 기업은 현장에서 요구하는 가장 긴요하며 경쟁력 있는 아이디어를 실행하게 된다.  


그렇다면 아이디어를 얻지 못하는 조직의 진짜 문제점은 무엇일까? 바로 대부분의 경영진이나 관리자가 직원들로부터 아이디어를 얻는 방법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다원화된 사회에 맞는 커뮤니케이션에 여전히 익숙하지 못하다. 직원들의 마음은 딴 데 있는데 한곳만을 가리킨다. 일사분란함, 절도, 규율 같은 것들은 조직을 움직이는 유일한 방식이 아니다. 세계적인 인터넷 회사 구글은 놀면서 일하는 문화가 그 회사의 가장 큰 자산임을 공공연히 강조하고 있다. 10:20:70의 법칙은 직원들이 시간 운영상 창의성을 최대한 발휘토록 하는 조직 운영상의 한 방편이다. 기존 업무에 충실하되, 주 5일 중 하루 20%는 자신이 원하는 창의적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직원들이 지닌 창조적 아이디어는 ‘아이디어 마켓‘에서 일정 수 이상의 동의를 얻으면 프로젝트화 할 수 있다.


구글 본사의 ‘구글플렉스’에는 유난히 화이트보드가 많다. 칠판에는 사소한 낙서에서부터 수학 공식, 제품 관련 아이디어, 공공만화와 같은 내용들이 쓰여 있다. 칠판의 낙서들(실은 상상력의 컨텐츠들)이 가득 차면 디카로 찍어 웹사이트에 올려놓는다. 구글 직원들은 이것을 언제나 찾아볼 수 있다. 아이디어를 표현하고 추가할 수 있는 문화는 이제 단순 검색엔진 회사를 전 산업 분야를 꿰는 회사로 만들어 가고 있다. 그것이 2008년 현재 브랜드 가치 860억 5,700만 달러, 매월 방문자 수 1억 800만 명의 세계 1위 인터넷 기업을 만든 힘이다.


직원들이 가진 아이디어는 쉽게 간과되거나, 무시되어서는 안된다. 그들이 지닌 창조적 생각은 지금은 형편없고 보잘 것 없어 보일지라도 그들이 ‘생각하는 직원’으로 업무에 임하고 있다는 것을 잘 드러내준다. 그들의 생각에 찬물을 끼얹지면 조직에는 서서히 암흑이 찾아온다.


직원들이 창조적으로 사고하고, 이를 실행해 보도록 할 때 경영진은 그 시간 동안 그들이 꿈꾼 더 큰 비전을 실천할 여유도 갖게 된다. 판도를 바꾸기 위한 시스템에 집중하게 되고, 보다 큰 해외 시장에 몰두하게 하며, 새로운 혁신적인 사업에 골몰케 한다. 안에서 직원들이 하는 모든 일에 간섭하다간 그들의 창의성도 잃고, 경영진이나 관리자는 보다 큰 사고를 할 시간과 기회마저 잃게 된다. 그들이 위에서 쏟아 붓는 물에 불 꺼진 숫이 되어 아이디어를 내러내는 것에 움추러 들게 한다면, 기업에는 그때부터 진정한 위기가 자라나는 것이다.


경영진이나 관리자들에게 기대되는 역할은 소방수 역할이나, 결재판이나 되돌려주는 상사의 역할이 아니다. 그들은 기업을 향상시킬 의무가 있고, 그러기 위해서는 직원들의 열정을 북돋워 줄 의무가 있다. 작은 아이디어를 무시하는 기업 중 큰 기업의 반열에 오른 기업이 없고, 산복에서 시작한 물 중 못이나 늪에 갖힌 물이 바다를 이루는 경우란 없다. 물론 싹이 잘린 채 하늘까지 자라난 나무도 없다. 우리의 조직은 직원들의 작은 아이디어를 어떻게 다루어야 할까?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이끌어 내는 법>


ㆍ들어라. 경쟁력 있는 이득을 얻고 싶거든 직원들의 이야기를 들어라. 그들의 생각, 현장에서의 불평 등은 귀중한 아이디어를 얻는 가장 큰 재산이 된다.


   ㆍ물어라.
직원들에게, 고객에게 물어라. 회사 맨 꼭대기부터 맨 아래까지 아이디어를 얘기하는 것이 망설여지는 조직이 되지 않도록 하라. 모든 범위에 걸쳐 소통 채널이 원활하게 열려 있도록 하는 것이 생생한 아이디어를 얻는 방법이다.


   ㆍ전환하라.
창조적인 가능성을 구하는 조직으로 전환하라. 직원들이 아이디어를 내놓거나, 활용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주지 않는다면 더 이상이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직원은 없게 될 것이다.


   ㆍ유도하라.
직원들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도록 유도하라. 그들이 자신이 하는 일로 남을 돕고, 조직의 발전을 돕는다는 생각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관심은 직원들이 기대하는 가장 큰 보상이다.


  ㆍ필요시 보상하라.
인센티브는 필요시 부여하라. 인센티브를 주거나, 승진을 시키거나 하는 것들을 언제 해야 할지 경영진이나 관리자는 자연스럽게 알게 될 것이다. 다만 인색하다는 생각이 들게 해서는 곤란하다. 그럴 때 직원들은 딴 생각을 하기 시작할 것이다.  


ⓒ전경일, <드림파트너>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