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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강의/마흔으로 산다는 것

직장탈출 비밀통로

by 전경일 2009. 2. 6.

직장탈출 비밀통로를 찾아라

 

누구나 직장에서 한 두 번쯤 좌절을 겪어 본 적 있을 것이다. 승진에서 누락되거나, 누군가 밀고 올라오는 바람에 닭 쫓던 개 신세가 됐다고 불평해 보기도 했을 테고, 자기가 믿고 따르던 상사가 갑자기 허무하게 밀려나면서 한순간 패장의 졸개로 전락해 버린 적도 있을지 모른다.

 

이처럼 사회 생활을 하다보면 믿고 의지하던 구석이 한 순간에 없어지는 일이 생긴다. 이도 저도 아니면 다른 일이 벌어진다.

 

이런 가정도 가능하다. 어느날 문득 자신보다 몇 단계 업그래이드 된 <직장인 2010 버전>이 나타날 수도 있다. 당신이 뛰어넘기 어려울 정도의 외국어로 튼튼하게 무장하고, 출신 성분까지 빵빵한 친구들이 찾아와 불쑥 악수를 청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MBA를 한 야들야들한 친구가 두루두루 외국 회사를 돌다가 당신 코앞에 와서 앉으며 이런 말을 하는 것을 들어 보기도 했을 것이다. “잘 부탁합시다!”

 

내 줄은 고래 심줄인가, 썩어가는 동아줄인가?

 

그럴 때 당신은 무슨 생각이 드는가? 우선, 자신이 쥐고 있는 줄이 맥없이 썩어 가고나 있는 동아줄인지 확인하고 싶을 것이다. 아니면 책상 한 귀퉁이가 밤새 잘려 나가지나 않았나 조심스레 살펴볼 수도 있다. 그도저도 아니면 당장 내일 새벽부터 어학원을 끊어 어스름 새벽 안개 속을 뛰며 회화 공부를 시작하거나, 특기 적성 교육을 받게 될런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이 진정 자신의 가치를 올려 주는 일일까? 직장내 생존 수명을 늘려 줄까? 그런다고 당신의 기대치가 효력을 발휘할 거라고 기대하는가? 결론부터 얘기하지면, 여기엔 무리가 따른다고 본다. 그도 아니면, 회사의 높은 층에 계신 분들이 당신의 이런 고충을 알아주기나 할까? 천만에다. 

 

알다시피 당신이 다니는 회사는 지금 심하게 몸살을 앓고 있다. 어떤 때에는 감원(이를 멋있늘 말로 ‘다운 싸이징’이라고 한다)이라는 이름으로, 어떤 때에는 구조조정(이 때는 리컨스트럭쳐링 또는 라이트 싸이징이라는 말을 즐겨 쓴다)을 하거나, 별다른 설명 없이 무자비하게 칼을 휘두르기도 한다. 마치 우리가 단두대에 목을 내려 놓은 직장 죄수인 것처럼 말이다.

 

회사 밖엔 다른 세상이 있다

 

그러나 당신은 아는가? 회사 밖을 한 발자국만 나가기만 해도 세상엔 너무나 다양한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당신이 알고 있는 세상과는 너무 다른 세상이 있다. 마치 헤리포터에 등장하는 4과 5분의 1인가 하는 기둥에 숨어있는 열차 입구처럼 말이다.

 

이제부터 당신은 우리가 혹시 직장이라는 매트릭스속에 살고 있지나 않나 자문해 보아야 한다. 리얼 월드(real world)는 다른 데 있을지 모른다는 의심을 품은 채 말이다.

 

아마도 당신이 알고 있는 세상은 대체로 이런 풍경을 지닌 세상일 것이다.

 

회사 앞에는 버스 정류장이 있고, 그 옆에 구두닦기 아저씨가 있으며, 회사 건물을 들어서면 나보다 나이 많은 수위 아저씨가 의자에 앉아 신문을 뒤적이고 있다가 꾸벅 인사를 하고, 18층 건물 위로 올라가면 토끼길 같은 미로를 지나 바로 당신의 아지트, 책상과 의자가 놓여있다. 서류와 함께 당신을 가끔 뉘이는 칠성판 역할을 하는 바로 그 판대기는 가끔 감쪽같이 사라지기도 한다. 밤새 안녕! 이라는 말처럼 말이다. 이런 말이 직장내에서 가장 흔히 쓰이는 말 중에 하나다.

 

때가 되면 월급이 나오고, 회사 일은 매번 똑같다. 거래처를 만나 하는 일보다 상사의 비위를 맞추는 서류 작업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된다. 이것이 당신이 생각하는 회사이자, 직장 생활이다. 우리가 다같이 겪고 있듯 말이다.

 

탈출 통로를 찾아라

 

그러나 이 매트릭스 같은 세상도 한 발씩만 딱 나서면 바람부는 고층 건물 옆으로 난간이 있고, 탈출을 시도할 수 있는 비밀통로가 있다는 것을 아는가? 만일 당신이 거기에 머물기로 한다면 당신은 결국 그 건물에서 떨어져 악어밥이 되어야 하는 날을 맞이할 것이다.

 

정말 흥미롭지 않은가? 우리가 사는 세상이 이와 같다니 말이다. 자, 그러니 21세기 직장인 네오들이여, 당신들이 이제부터 해야 할 일이 뭔 줄 아는가?

 

바로 세상을 달리보는 것이다. 지금 바로 그 건물에서 탈출하기 위해 치밀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 필요하다면 앞서 당신보다 먼저 뛰어 들었던 사람들로부터 자문을 구하며 말이다.

 

그런 사람이 있느냐고? 물론이다! 당신이 이렇게 물어온다면, 나는 당신의 인생을 바뀌어 놓을 화두가 되는 한마디 말부터 해주고 싶다. 그게 바로 ‘변화’라는 거다. 에또, 그 얘기냐구? 시시껄렁하게 회사에서도 지겹게 떠들어 대는, 바로 그 얘기?

 

솔직히 말하면, 그렇다. 당신이 이 말에 별로 흥미를 갖고 있지 않다고 해도 이 말은 사실이다. 왜 다시 지긋지긋하게 변활 얘길하냐고? 이유는 간단하다.

 

당신이 할 수 있는 처음이자 마직막 탈출 준비는 변화에 대한 적응이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고 있다는 신체 변화에 대한 인지, 세상이 바뀌고 있다는 변화 원리, 그에 맞춰 자신도 바뀌어야 푸르른 노후를 맞이할 수 있다는 원칙, 바로 그런 걸 깨달아야 한다. 푸른 파도 속으로 몸을 던질 수 있는 유일한 기회가 있다면 변화의 로프를 만들어 번지 점프를 하듯 몸을 내던지는 것 밖에는 없다.

 

이제부터 우리는 그런 얘기를 하고자 한다. 나이 마흔에 말이다. 듣기에 지겨워도, 참고 지켜보자.

 

|핵심 포인트|

 

○ 마흔은 거미와 같은 나이다. 붙잡고 올라갈 수도, 바람에 대롱대롱 매달려 이리 저리 흔들릴 수도 있다. 회사 안을 구경해 보라. 그리고 밖을 보라. 얼마나 다양한 모습으로 살고 있는가? 마흔엔 주위 좀 두리번 거리자.

 

ⓒ전경일, <마흔으로 산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