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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강의/마흔으로 산다는 것

인생의 시계표(視計表)를 새로 작성하라

by 전경일 2009. 2. 6.

인생의 시계표(視計表)를 새로 작성하라

 

오래 전, 바다 낚시를 간 적이 있다. 보통 안개가 깔릴 것 같으면 배를 띄우지 않는 법인데, 배를 타고 나간지 얼마 안돼 안개가 우리가 탄 배 주위를 뒤덮었다. 바람이 불면 밀려가고, 바람이 멎으면 다시 밀려오기를 몇 차례, 마침내 운이 좋았는지 안개 지점에서 빠져 나올 수 있었다.

안개 지역을 벗어나자, 휴우! 한숨을 쉬며 다행이다 싶었는데, 선장이 하는 말이 들려왔다.

“우리는 채 100m도 움직이지 않았어요.”

나는 그때 깜짝 놀랐다. 우리가 움직인 게 별로 없다니! 나는 배가 꽤나 멀리 간 것으로 착각했던 것이다. 아니면, 불안한 상태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기대 심리가 작용해 그같은 착각을 하게 되었는지도 몰랐다. 아무튼 그때, 나는 나의 인지 작용이 환경 자체의 변화보다 더 과장 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결국 자기가 느끼는 것과 사실은 다를 수 있다는 것이었다. 나의 눈은 나를 속이고도 남았다. 모든 게 안개속에서 벌어진 일이다.

 

인생은 변하는 경기

인생을 살다보면 변화의 연속이라는 걸 새삼 깨닫게 되는 순간이 있다. 승패가 엎치락 뒤치락하다가 결국엔 골인점에 이르게 된다. 그때면 우리는 인생이란 시간이 거의 다 끝나간다는 메세지를 받게 된다. 이건 거절하거나, 거부할 수 없는 불가항력이다. 그러면 하던 경기를 빨리 마무리져야 하는 상황에 이른다. 수많은 대가들이 미완성의 작품을 놓고 간 배경에는 바로 이같은 이유가 있다. ‘너의 시간은 끝났다. 그러니 손을 놓아라.’ 누군가 이렇게 종용하는 것이다. 

휘슬이 울리고 나면, 나의 게임은 끝난다. 하지만 그뿐인가? 그건 이제부터 다른 경기(새로운 경기)가 시작된다는 것을 알려준다. 경기장내 상황 변화는 누구건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이것이 절대 현실이다.

언제나 경기의 상황은 변해 왔다. 그에 따라 승패도 다르다. 언제 게임이 끝날지 겁이 나기조차 한다. 득점은 커녕, 전인생을 살펴보면 몇 골이나 먹고 있는 처진데도 말이다. 아니면 간신히 1점차로 승점을 했어도 곧바로 무승부가 되거나, 역전이 될 수도 있다. 40대들어 초조함은 이런데서 온다. 시간이 너무 없다는 강박관념이 머리 속을 복잡하게 만든다. 물론 지금 당장 눈에 보이지는 않아도, 이런 변화와 자기 인식이 성장을 도와주는 건 사실이다.

누구건 성장을 멈춘 나무가 아니라, 내부에서 계속 자라나고 있는 나무와 같다. 특히 세상사는 현명함과 경륜, 그리고 인간관계에서는 더 그렇다. 인생을 마흔살 정도 살아왔다면 40도의 농축된 인생은 있지 않을까 싶다. 40도면 술로 따져도 적지 않은 맛과 향취를 내는 도수일테니 말이다.

 

세상을 새롭게 읽는 힘을 갖추자

반평생을 살아 온 당신은 나름대로 자기가 쌓아온 정신적 지주가 있을 것이다. 연륜에 걸맞은 생각도 당신을 지탱하는 주요 요소 중 하나다. 예컨대 살면서 터득된 세상을 읽는 힘 같은 것 말이다. 이젠 더 이상 젊었을 때로 갈 수도 없다. 지금이 가장 젊으니까, 현재에 주목해야 한다. 그게 생활이다.

누군가 말했듯 “가끔씩 인간의 정신은 새로운 이념이나 느낌에 의해 늘어나며 그렇게 늘어난 정신은 결코 이전의 상태로 오그라들지 않는다.” 이건 당신이 개척한 삶과 거기서 우러난 정신의 폭과 일치한다.

당신이 세상을 살아왔다는 것은 세상의 변화에 맞게 진화되어 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각진 어깨와 앳된 얼굴이 아니라, 둥근 체형과 유연한 언행은 바로 그런 것을 보여준다. 당신도 꽤나 세상에 부딪치며 살아왔다는 것을 둥글둥글한 몸과 마음은 보여주는 것이다.

 

마흔은 잠재력을 드러낼 마지막 기회

마흔 넘어서까지 우리는 대체로 이런 저런 모습으로 살아왔다. 대부분 40대가 그렇듯 지금까진 그랬다. 그런데 그동안 어떠했는가? 지금 누리는 삶을 위해 당신은 인생을 희생해 왔는가? 아니면 꿈을 접었었는가?

먹고 살기 위해 접었던 당신의 꿈은, 지금은 퇴화된 것 같아 보인다. 하지만 다시 펼치면 된다. 이제부터다. 이제부터 당신은 인생의 긴 휴가를 맞아 그 모든 경험을 끄집어내서 활용해야 한다. 지금 이 순간이야말로 그동안 쓰지 않았던 자신의 잠재력을 드러낼 마지막 기회다. 사람은 향상하려는 노력을 멈추는 순간 퇴보하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멈추지 않기 위해 자신을 몸소 부릴 필요가 있다.

사무 관리직원인 이도형씨의 큼지막한 엉덩이는 그가 얼마나 오랬동안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살아왔는지 보여준다. 마찬가지로 국내 렌탈 정수기 업체 영업 차장으로 있는 이인수씨의 발뒤꿈치 굳은 살은 그가 누빈 거리의 길이를 충분히 짐작케 한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사회 생활에 닳고 닳은 사람들에겐 진화론자 라마르크의 용불용설 이론이 어느 정도는 맞아 보인다.

용불용설은 자기 발견과 자기 계발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명제다. 물론 당신은 아직 진화의 과정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그 누구도 삶의 다양한 고민속에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지금은 마흔이다.

 

|핵심 포인트|

○ 나이듦의 미덕은 훌륭한 경륜과 인격을 쌓아가는 것을 뜻한다. 두터운 인간 관계는 당신이 무엇에 투자해 왔는지를 보여준다. 마흔은 누구에게나 돌아볼 수 있기에 멀리 온 인생이다.

ⓒ전경일, <마흔으로 산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