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은 실마리를 잡고 풀어가는 경영과 어느 점에서는 같다
예전에 어느 인터넷 회사에 근무할 때 알게 된 분이 OB 모임에 나와서 새롭게 창업했다며 자신의 명함을 건네주었습니다. 그 분도 대기업-중소기업․벤처회사-창업으로 이어진 주변의 직장인이 흔히 거쳐 가는 커리어 패스를 그대로 보여주더군요. 명함에는 ‘아리아드의 지혜’라는 말이 써져 있었는데, 설명을 들어본 즉,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습니다.
그리이스 신화에 미노스의 딸인 아리아드가 테세우스에 반하여 괴물 미노타우르스를 처치하고 미궁에서 빠져나오도록 꾀를 쓰는데, 그때 건네 준 것이 실 한 뭉치입니다. 그녀의 도움으로 테세우스는 미궁으로 들어가 괴물을 처치하고 안전하게 돌아 나오게 되는 것이죠. 그 분은 “그간 직장생활을 하며 내가 미궁에서 길을 잃었던 것은 아닌지 싶어 창업에서는 꼭 길을 찾을 수 있도록 ‘아리아드의 지혜’가 필요했다.”고 말씀하시더군요. 저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직장생활은 다양하게 우리에게 길을 제시하고, 어떤 때에는 그 길에서 인생을 끝내게 합니다. 우리가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그 길 위에 널부러진 수많은 장애물과 시체를 넘어가게 됩니다. 도덕적 불감증으로 무너진 사람들, 건강 문제로 쓰러진 사람들, 경제적 파탄으로 가정이 해체되어 버린 사람들 등등. 인간사에 벌어질 수 있는 모든 것들이 직장인으로서도 벌어지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딱 맞는 이야기입니다. 어떤 길은 가다가 끊겨져 버리고, 막다른 골목길이 되기도 하며, 알 수 없는 미로에 접어들게 되기도 합니다. 노력과 운이 뒤따라 탄탄대로를 걷는 사람도 있습니다. 우리는 알 수 없는 깃을 탐색하며 앞으로 나가고 있으나, 처음부터 우리가 아리아드의 실 뭉치를 들고 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돌이킬 수 없는 일에서도 돌이킬 수 있는 지혜가 있다면 그것은 마법에 가까운 것이겠죠. 직장생활은 실마리를 잡고 풀어가는 경영과 같습니다. 누구에게든 사회에 뛰어들면 실패와 실이 주어집니다. 실패는 성공을 갈무리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자신의 바르고 정돈된 마음가짐입니다. 실은 온갖 문제, 방법일 수 있겠죠. 더구나 그 실은 헝클어진 채로 놓여 있을 수 있습니다.
만일 우리가 두개의 사물 즉, 한쪽엔 헝클어진 실뭉치가 있고, 다른 한쪽엔 잘 감긴 실패가 있다면, 어디서 인생과 직장생활의 실마리를 쉽게 찾을 수 있을까요? 당연히 후자일 것입니다. 문제는 그 자체가 문제지만, 자신까지 끌어들여 뒤엉키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이기도 한 것입니다. 자신을 잘 다듬고 관리하는 것은 성공적인 직장생활에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저의 상사 한분은 자기 관리에 대해 “직장생활에서는 자는 동안에도 철저하게 연출된 행동만 해야 한다.”고 말한 적 있습니다. 이 말을 듣고 저는 꽤나 깊은 공감을 하였습니다. 철저한 자기 관리를 당부한 말이겠죠.
우리는 살며 아무리 힘을 기울여도 도저히 풀리지 않는 실매듭을 만나게 될지 모릅니다. 문제 자체를 위해 존재하는 것 같은 문제라는 인상마저 받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이럴 땐 적잖은 곤경에 처하게 되죠. 알렉산더 대왕 앞에 나타난 실매듭이 이러했을 것입니다. 어떤 실매듭은 풀려고 고민할 것이 아니라, 끊어 버림으로서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습관적으로 해왔던 일들을 유심히 살펴보면 그것을 다시 풀어 나가는 것은 해결의 원칙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합니다. 고객과의 불편한 관계, 협력사와의 불평등한 관계, 동료들 간의 갈등 섞인 관계 등등 개선사항은 끊어내 버림으로써 해결할 수 있습니다. 물론 위험을 겪는 과정이겠지만은요.
알렉산더 대왕은 자신의 성공에 뒤따른 위험에 대해 “내가 아테네에서 명성을 떨치기 위해 겪었던 위험들이 얼마나 컸던가!”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목숨을 내건 일들이 대부분이라는 것이죠. 직장생활에서 명예를 얻고, 자신의 앞가림을 제대로 하고, 올바르게 처신하는 등의 문제는 위험의 산을 슬기롭게 넘는 것과 같습니다. 기업이 처한 위험만큼이나, 직장인이 갖는 위험도 적지는 않습니다.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 기업이 리스크 매니지먼트에 관심을 가지듯, 자기 관리에 철저하다면 실 뭉치 같이 꼬여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데 결정적인 도움이 될 것입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출근하는 직장에서 벌어지는 일은 인생의 주요한 축을 이룹니다. 직장은 삶을 풍요롭게 하고, 자기를 일으켜 세울 수 있는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곳입니다. 매일 접하는 사람들이고, 하는 일이지만 어떻게 갈고 닦느냐에 따라 문제로 남을지 문제를 해결한 사람으로 남을지 결정됩니다. 곧 인생의 승리자가 될지, 반대편에 서게 될지 결정되는 것입니다. 아직 선택할 수 있는 시기에 있기에 여러분은 행복합니다. 하지만, 깨닫고도 너무 늦게 반응한다면, 글세요. 나중에 너무 후회스럽지 않을까요?
ⓒ전경일, <20대를 위한 세상공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