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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강의/세종 | 창조의 CEO

세종의 리더십_예술로써의 리더십: 극도의 찬미

by 전경일 2009. 3. 2.

 

리더는 무엇을 하는 자인가? 한 시대의 가치와 비전을 이끄는 자인가, 아니면 주어진 경영 목표를 이루어 내는 자인가? 묻건대, 리더는 누구인가? 남을 이끄는 자인가, 자신을 이끄는 사람인가? 리더십이란, 또 무엇인가?

 

오랜 역사에 비추어 보면 수많은 리더가 있고, 그 시대가 요구하는 리더십의 전형이 있지만, 우리 역사로부터 배우는 리더와 리더십은 지금 시대에 와서도 결코 색 바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시대를 불문하고 리더와 리더십이 연구되는 까닭이 바로 이 때문이리라. 시대를 뛰어넘어 끊임없이 진화, 발전하는 것, 그것이 바로 리더와 리더십의 주제이기 때문이다.

 

맥스 드프리는 『리더십은 예술이다』라는 책에서 리더를 가리켜 “팀원들이 조직 내 필요한 존재가 되는 권리를 부여하는 자”라고 말하고 있다. 다시 말해, 조직의 부속물이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온전하게 평가받고, 인정받는 사람으로 거듭나겠금 만드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리더는 자기에게 지도의 권한을 부여하는 사람들의 삶에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 다 주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 삶을 통해, 사회적 관계를 통해, 남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고 변화시킬 수만 있다면, 그것이 바로 리더에게 공통적으로 요구되는 덕목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리더십이라고 하면 과히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역사상 가장 훌륭한 리더십의 전형을 보여준 인물이라고 평가되는 세종대왕의 경우엔 어땠을까? 무엇이 그로 하여금 32년의 재위기간 동안 그토록 놀라운 업적을 이뤄낼 수 있게 만들었을까? 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가슴 속에 영구히 그의 놀라운 리더십의 근원을 새겨 놓을 수 있게 했을까? 그의 리더십은 어떤 측면에서 남 다르며, 어떤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을까? 오늘날 우리가 알고자 하는 것이 바로 이 점이다.

 

알다시피, 세종은 조선 제4대 임금이었다. 세종이 왕위에 오른 15세기 초는 신생 조선으로써는 창업에서 수성으로 넘어가는 시기였고, 세종은 이 시기에 꼭 필요한 CEO였다. 이 시기 국가 경영을 맡은 세종은 어떠했을까? 그는 리더십 발휘에서 매우 뛰어났을 뿐만 아니라, 경영을 창조의 과정으로 한층 격상시켰다. 다시말해, 국가 경영이란 개념조차 없던 암흑 기에, 그것을 현대적 용어로 해석하자면, 지배와 통제를 ‘국가 경영’으로 승화시켰다.

 

세종과 같은 경영의 예는 사실상 어느 나라의 역사에서도 쉽게 찾을 수 없다. 그는 경이적인 리더였으며, 가장 모범이 될만한 리더십을 펼쳤다. 그의 리더십의 특징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직접적인 참여와 권한 위임에서 찾을 수 있다. 훈민정음의 창제, 도성 축조, 천문 관측 기구 제작,  각종 의학서 편찬,  4군 6진 개척, 신병기 개발,  용비어천가 및 보태평 제정 등 모든 일이 세종의 참여적 리더십을 기초로 이루어졌다.

 

세종은 창업-수성의 교량 역할을 수행하면서 국가적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했음은 물론, 한편으로 신하들에게 새로운 아이디어와 실행력을 요구하기도 했다. 현대 경영에서 얘기하는 ‘임파워먼트(empowerment)’로 강하게 국가경영의 드라이브를 걸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부지런한 개인적 성향 때문에 상명하달(上命下達)식으로 진행된 과제들이 많았다. 하지만 그것은 참여를 전제로 한 것이었다. 더불어 오랜 시간에 걸쳐 미칠 영향력을 고려해 장기적인  결과에 초점을 둔 정책을 펼쳤다. 그가 <훈민정음> 및 유학에 기반을 둔 정신ㆍ문화적 인프라 영역까지 자신의 역할을 넓혀 나간 것은 그의 리더십이 단순히 당대에 국한된 것이 아님을 짐작케 한다.

 

이와 더불어 세종은 발전적 전망을 갖게 하는 ‘관계’의 리더십을 펼쳤다. 어느 시대나, 어느 위치에 서건, 세상 경영은 혼자만의 힘으로 되는 게 아니다.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일정한 방향으로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도록 하는 것 만큼 중요한 게 없다. 진정한 리더십은 단순히 어떤 분야에서건 상(上)ㆍ하(下)간의 문제로만 접근하지 않는다. 일방적인 명령과 복종으로는 혼이 묻어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없다. 세종 리더십의 또 하나의 특징은 바로 관계속에서 일을 진척시켰다는 것이다. 잠든 신숙주에게 임금의 갓옷을 덮어주었다는 일화는 바로 그 특유의 밀도높은 관계를 스킨십으로 전환해 놓은 한 예에 해당된다. 나아가 한 나라의 국왕을 친근감의 대상으로 만들기에 충분한 사건이었다.

 

세종의 책임감 있고 절제된 친근감은 상, 하간 솔직하고, 분명한 커뮤니케이션을 가능하게 했으며, 설득력을 강화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알다시피 설득력은 리더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교류방식이다. 세종의 리더십은 상대를 감화하고 설득해 마침내 녹여 내는 바로 그런 종류의 리더십이었다. 제왕의 권위로 강제되고, 억지로 숭상되는 그런 종류의 리더십과는 거리가 먼, 매우 민주적 방식에 의한 리더십이었던 셈이다. 그리하여 신하들은 그의 인격의 영향권 내에 자발적으로 소속되기를 원했다. 어느 신하도 세종 앞에 와서 스스로 마음이 무너져 내리지 않는 신하가 없었다. 이것은 신하들과 더불어 세상의 마음을 공유하는데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다시말해, 임금의 권위가 아닌, 애정 속에 스며든 것을 의미한다. 이같은 세종의 리더십은 그 시대를 한국의 르네상스로 부르기에 전혀 손색없을 만큼 영예로운 시대로 만들었으며, 역사속에 면면히 남게 했다.

 

제왕으로써 세종이 어떤 종류의 인물이었나 하는 것은 그의 영향력이 어떻게 그와 만남을 갖게 된 사람들을 변화시키고, 나아가 광범위하게 백성들 속에 자리 잡게 되었는지를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 시대 백성들이 자발적으로 임금을 ‘해동의 요순’이라고 불렀다고 하는 것은 한 나라의 제왕으로써 그가 보여준 국가 경영 실적뿐만 아니라, 그의 리더십이 미친 범위를 가늠케 한다. 그리고 이것이 민심을 움직인거라면, 그만한 리더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기에 세종을 가리켜 경영의 화신, 경영의 북극성이라 부르기에 주저하지 않는 것이다.    

 

『논어』에 말하기를 정사(政事)를 덕(德)으로 하는 것은, “북극성이 제자리에 머물러 있으면 여러 별들이 그에게로 향하는 것과 같다(爲政以德 譬如北辰居基所 而衆星共之)”고 했다. 세종의 국가 경영은 항시 원칙에 충실했고, 솔선수범과 겸양, 절제를 동반한 것이었다. 국가 CEO의 자리에 있으면서도 겸양지덕을 갖출 수 있는 CEO가 있다는 것은 오히려 그와 함께 일을 한 사람들의 복이기도 했다. 또한, 그것은 선정(善政)의 국가 경영이라는 차원에서 만백성의 혜택이기도 했다. 세종은 만인지상의 위치에 있으면서도 결코 전횡하지 않았다. 충분히 그럴 수도 있는 위치에 있었지만, 그는 스스로 북극성이 되어 중심을 확고히 잡고 나갔다. 고려에서 조선으로 바뀌는 시기에 고려의 충신 후손들을 다시 영입토록 한 조치는 결코 쇼맨십 따위의 비루한 착상에서 나온 게 아니었다. 그야말로 ‘대평화’와 ‘절대 화평’의 세계를 꿈꾸었기 때문에 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점은 희호지락(熙皞之樂)’ 과 ‘생생지락(生生之樂)’의 세상을 만들겠다는 그의 국가 경영 슬로건에 잘 나타나 있다.

 

세종은 이처럼 역사적인 국가 경영의 장(場)에 자신을 던짐으로써 진정한 리더는 어떠해야야하는지를 가장 모범적으로 보여준 임금이라 하겠다. 그 시대에 맞게 창업-수성기의 CEO로 등극해 신,구 세대의, 낡은 사상과 새로운 사상의 통합과 조화를 이끌어 내면서 참여와 진력을 통해 한 나라의 앞날에 주춧돌을 놓았다고 할 수 있다.

 

그는 신하들 스스로 자신이 변하는 것을 보게 한 리더였으며, 그것을 통해 경영의 진수를 유감없이 드러내 주었다. 세종을 역사상 최고의 CEO로 평가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바로 이런 점 때문이다. 그의 수많은 업적이 국가 경영에 대한 탁월한 안목과 실천력이 있었기에 얻어졌듯, 그가 보여준 창조적 리더십은 세세년년 이 나라의 역사가 이어질수록 더욱 빛을 발하게 한 요인이었다. 역사에 남는 경영! 누가 감히 그걸 해 냈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이런 임금이 우리 역사에 살아 있음에야!

 

<국가적 프로젝트에 임한 세종의 5가지 리더십>

 

 비전을 개발하라

   신생 조선의 잠재력을 찾고 이를 통해 조선이 나가야 할 길을 찾았다.

 사람을 잘 뽑아 올바른 팀을 구성하라

   성공의 수준을 결정하는 것이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인재의 샘을 계속 넓혀 나갔다.

 문화를 바꾸어라

   내부의 강력한 긍정적 문화를 만들어 이를 통해 조직에 대한 헌신과 기여도를 높여라.

 팀을 코치하라

   신하들에게 힘을 실어 줌으로써 자신의 높은 이상을 실현하라.

 문제점을 치유하라

   CEO는 과제를 부여하는 사람이 아니라, 이를 해결하는 방식을 제기하는 사람이다.
     이 점을 알고 문제점을 치유하는데 앞장서라.

     ⓒ전경일, <창조의 CEO 세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