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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살이 이야기

어느 푸른 저녁 무렵

by 전경일 2009. 4. 25.
어느 푸른 저녁 무렵, 밥을 먹고, 변소에서 똥을 싸고, 푸른 잎 같은 하늘을 바라보는 시간에 불현듯, '아, 하늘을 본지 오랬만이구나! 그래 내 머리위로 하늘이 있고, 우주가 돌고, 별과 달이 빛났건만, 그걸 잊고 살아왔다니!' 참담한 마음에 하늘에 뜬 달을 건져 올렸다. 눈으로 봤을 땐 둥글던 놈이 서툰 카메라에 잡혀서는 횃불처럼 이즈러지는구나. 그래, 천궁에 걸린 횃불이여! 너는 무엇을 부르짖고 있는거냐. 너의 이 풍경이란 이게 다 뭐냐. 이 기막히게 아름다운 우주의 어느 저녁 시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