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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경영/부모코칭 | 아버지의 마음

[부모코칭이 아이의 미래를 바꾼다] 애가 애를 키우지 - 부모와 자식으로 만난다는 것

by 전경일 2009. 5. 21.
 자식을 다섯이나 키우고, 그것도 모자라 한국동란 중에 조실부모한 시동생, 시누이들을 셋이나 뒷바라지해 성가시킨 나의 부모님에 비하면, 우리 부부는 애를 키우는데 있어서 명함조차 내밀기 어려운 급수다. 아직 훌륭한 부모 근처에도 다가가지 못한 나로서는 그쯤은 인정해야 한다. 그러기에 자녀 교육에 대한 몇 가지 원칙을 세운다는 게 그분들 눈에는 소꿉장난 같아 보일 것이다.


“요즘 애들은, 애가 애를 키우는 것 같더구나…….”


서른 안팎까지 가끔 듣게 되었던 부모님의 혀를 차는 말씀이 요즘 들어서는 때로 그리워진다. 아버지는 이태 전 이후로 내게 더는 이런 말씀을 해주시지 못한다. 그분의 말씀은 기억 속에나 남아 있다. 바쁜 일상에 문득, 모든 것이 정지해버릴 듯한 찰나에 아버지에 대한 추억이 나를 훑고 지나간다. 그럴 때면, 나는 어른의 빈자리에 엉거주춤 어른 자리를 물려받은, 몸에 안 맞는 옷을 엉터리로 걸치고 있는 자식으로 서 있다. 부모만한 자식이 어디 있으랴! 나라면 그분들과 같은 희생을 감수나 했겠는가? 이 점에서 나는 늘 부끄럽다. 


자식을 키우며 무던히 속을 썩든, 아이들이 재롱떠는 모습에 삶의 시름을 잊든, 100점 맞은 시험지를 코 앞에 내밀 때 한없이 흐뭇해지든, 모든 감정들이 동물적 사랑에서 나오는 것이라는 걸 안다. 아이들을 눈에 넣어도 안 아픈 거야 어느 부모나 다 똑같은 것 아닌가. 그게 어디 사람만 그런 거겠는가. 돼지 새끼도 처음 태어났을 때에는 얼마나 귀여운지, 하룻강아지는 또 얼마나 보드랍고 따뜻한지……. 다들 본능적으로 제 새끼를 품고, 키우며, 새끼 때문에 용기를 낸다.


세상 수많은 인연 중에 부모와 자식으로 만난다는 것, 그건 정말 대단한 인연이 쌓여 만들어 진 것이다. 그런 인연으로 아직 어린 아이들을 고이 보살피라고 부모에게는 자식을 사랑하는 애틋한 감정이 솟아나는 것 아닐까?


얼마 전, 나는 부모가 된다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100℃의 물에 이르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정신적 성숙이 99℃에 머물러 마지막 1℃를 넘지 못한다. 이 최후의 1℃를 넘을 때, 궁극적으로 부모다운 어른이 되는 것이다. 바로 이 부분에서 부모는 자신의 훌륭한 인성, 사람 됨됨이, 책임감 같은 걸 확인하게 되는 것이다. 제 아무리 노력을 해도 대부분의 부모가 좀처럼 넘기 어려운 지점이 여기이다. 그걸 넘어서는 사람에게는 부모 됨의 라이센스를 부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에게 부모가 된다는 것은 자식을 낳아서 기르는 것만을 뜻하지 않는다. 가장 본능적인 행위를 통해서도 우리는 자신을 부단히 성장시켜나갈 수 있다. 하물며 이성적으로 단련되고, 훈련된 자신이라면 보다 내면이 견고해 질 것은 분명하다. 이런 내공은 자식들이 부모를 바라볼 때, 존경심과 경건한 마음을 자연스럽게 갖게 한다.


살며 그런 부모가 돼야 할 텐데, 나는 여전히 부모다움에서 너무 멀리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세상 모든 부모의 마음을 품은 채, 내가 그런 어른이 되는 날이 온다면, 나는 지금의 작은 역할을 뛰어넘어 부모로서 더 큰 성장을 이루게 될 것이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때로, 내 인생의 족적을 돌아보는 것이다. 아이들이 있어 나는 부모로서 나를 돌아보고, 그런 나는 어른다운 부모가 되는 것이라 믿는다.  

ⓒ전경일.이민경, <부모코칭이 아이의 미래를 바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