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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북&작가와의 만남 <인터파크>

by 전경일 2009. 7. 24.

속시원한인터뷰
목화씨에서 한국경제의 미래를 찾다


그저 작은 씨앗 하나인 문익점의 ‘목화씨’가 전 세계적인 기업인 일본의 토요타자동차의 시작이었다는 그 한 가지 문구만으로 눈길을 끈 <더 씨드>는 우리가 가진 문익점에 대한 관점을 뒤엎는 것으로부터 ‘혁신’을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읽기 시작한 <더 씨드> 속 전경일 작가의 역사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바라보는 관점은 새롭고 흥미롭다.

소설, 시 등 순수문학에서 시작해 역사경영학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며 전방위적인 글쓰기를 통해 현대인들에게 다양한 이야기를 건네고 있는 전경일 작가로부터 어려운 시기, 생존을 위한 혁신과 성장의 씨앗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큐 역사 경영학’이라는 분야가 낯선데요. 소설가로 시작해 시를 발표하는 등 순수문학으로 시작해 <창조적 CEO 세종>, <광개토대왕 대륙을 경영하다> 등 경영학적 관점에서 역사를 바라보는 책 등 역사와 경영학을 접목시킨 이유가 궁금합니다.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휘몰아치고 있는 복잡계의 경영은 지속가능 경영을 위한 방안을 필요로 하고 있는데, 과거의 단기 효율성을 중시하던 경영은 그 조건을 충족시킬 수 없다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빌 게이츠나 워렛 버핏이 ‘창조적 자본주의’를 부르짖는 것도 지속가능한 경제 시스템의 필요성을 자각했기 때문이에요. 탐욕에 대한 반성과 성찰에서 나오는 것이죠. 이러한 현상은 기업의 사회적 관심과 책임에 대한 순기능, 책임론을 강조하는 것으로 이처럼 ‘새로운’ 관점은 기업과 사회의 본질적 존재 이유와 가치를 돌아볼 수 있게 해줍니다. 즉 한해살이 경영이 아닌, 연속적인 경영이 가능한 ‘기업으로써의 자원’을 보자는 얘기인 것이죠. 이처럼 새로운 기업 가치, 사회적 가치를 만들기 위해서는 사람 전체에 대한 이해를 필요로 하는, 인류적인 관점에서의 경영을 생각하게 하는 것이죠. 기업이 이전에 ‘고객’을 바라봤던 시각을 영점 조정해 ‘사람’의 관점으로 바라본다면, ‘사람으로서 고객’에게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게 돼요. 인문경영의 출발은 여기서부터예요. 피터 드러커가 “경영학은 인문학이다”라고 얘기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구분한 ‘다큐 역사경영학’이라는 분야는 우리 역사를 경영학적 관점으로 해석해 내는 것인데, 이를 담아내는 형식을 다큐멘터리에서 일부 빌려오기 때문에 ‘다큐 역사경영학’이라고 이름을 붙인 건데요. ‘다큐’는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 측면이 있는데, 이를테면 가독성과 함께 인문경영을 자연스럽게 연결시켜 전체적인 흐름 안에서 경영을 살펴보게 하는 것이죠. 이런 작업은 경영의 품질을 강화하고, 나아가 사회적 품격을 높이는 일이 되어 줍니다. 더불어 지식 통섭을 통해 크로스 오버(cross over)형 컨텐츠를 생산해 내는 것이죠. 지금은 말 그대로 융복합 시대 아닙니까? 우리의 뿌리를 알고 거기에 근거한다면 드라마 ‘대장금’이 그랬던 것처럼 로컬의 힘이 궁극적으로 글로벌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역사를 그저 상아탑 안에 가두는 것이 아니라 우리 경영의 현장에 이끌어 내기 위해 역사경영학적 장르를 개척하게 되었습니다. 

목화씨앗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돼 우리 시대 신성장동력을 제시한 <더 씨드>를 쓰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잠깐 언급했듯이 문익점의 목화와 직기가 일본으로 건너가 임진왜란 때 침략의 도구로 활용되기도 했고, 개항 무렵에는 오히려 일제에 의해 육지면 종자가 목포 고하도에 재배되면서 조선을 면업 식민지화하게 되는데요. 이 쯤에 등장하는 회사가 바로 토요타자동차의 전신인 토요타직기주식회사예요. 토요타의 창업자인 도요타 사키치는 조선에서 들어간 직기를 혁신해 새로운 형태의 직기를 발명하고 이후 G 모델 특허를 영국 플랫사에 팔아 자동차 사업을 할 수 있는 종자돈 100만엔을 마련하게 되죠. 그렇게 시작된 토요타는 만주침략과 한국전쟁 등을 통해 급속히 성장할 수 있었고 현재 하이브리드카, 로봇 등 새로운 산업으로의 이행을 위한 산업 패러다임 전환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세계적인 회사로 성장한 토요타의 ‘토요타산업기술기념관’이 일본 나고야에 있는데 일본 기계공업의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죠. 우리나라의 많은 기업인들이 ‘토요타웨이’라는 이름으로 이곳을 방문하지만, 일본의 자동차 산업이 문익점의 목화씨로부터 출발했다는 사실은 거의 모르고 있더라고요. 그런데, 전 토요타산업기술기념관에서 문익점 시대의 직기류를 보며 땅을 쳤어요. 그 때 우리가 무엇을 알아야 하고, 무엇을 찾아야 하는지 통감한 결과가 바로 <더 씨드>입니다. 역사를 단순히 과거로만 보는 게 아니라 역사의 현재성을 파악하다보니, 645년의 시간을 꿰게 됐고,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씨앗’은 무엇일까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이 책을 쓰게 되었죠. 

장장 8년에 걸쳐 준비했다고 들었고, 마치 역사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준비과정에서의 에피소드를 소개해주세요.


일단, 오랜 준비과정과 지속적인 탐구, 탐문 작업이 이어지는 과정은 제게 즐거움이었고요, 나아가 많은 분들을 만날 수 있었던 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큰 소득이었습니다. 특히 문익점 목화시배지인 산청에 일본의 한 목화 커뮤니티 회원들이 방문해 “일본에 목화가 전파된 것은 문익점에 의해서이고, 이곳이 바로 조선 목면이 처음으로 시배된 곳이다”라고 이야기했다는 사실을 남평문씨 대종회 측에서 듣게 된 것이 인상적이었는데, 이 사실은 <더 씨드>의 확장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어 주었죠. <실크로드>나 <누들로드>처럼, <코튼로드>라는 광대한 스펙터클의 컨텐츠를 만들 수 있게 된 게 큰 성과라고 할 수 있어요.


일반적으로 백성을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과 의지를 가진 문익점의 혁신과 창의적인 정신에 주목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전경일 작가의 시선에서 바라본 문익점은 어떤 사람인가요?


<창조의 CEO 세종>의 초판을 쓸 때 세종이 4군 6진을 개척하면서 하삼도인 전라, 충청, 경상도 지역의 목화를 북방지역으로 보급하려고 했다는 걸 알게 됐고 처음으로 목화에 대해 주목하게 됐어요. 이를 계기로 파고들다 보니 당시 문익점이 엄청난 R&D를 진행했고, 문익점의 이 목화와 직기가 일본으로 건너가 임진왜란 때에는 조선침략의 도구로 활용되었다는 점을 알게 되었거든요. 그 사실에서 시작해 문익점에 대해 연구하게 됐는데, 제가 갖게 된 확신적인 결론은 문익점은 우리 역사상 최고의 혁신가라는 것입니다. 문익점은 미래의 산업, 우리의 경영 현장에 불러낼 가장 탁월한 경영의 모범이죠. 의식주 중 ‘의’ 문제에 대한 솔루션을 제공했다는 것은 경제적 차원 이상의 의미가 있거든요. 결국 ‘먹고 자고 입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치도 하고, 경영도 하려는 것 아니겠습니까. 사명감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입니다.

문익점에서 토요타 자동차의 성공전략을 연결하는 계기가 있었을 것 같습니다. 조금은 비약이라는 생각도 들던데요.그 공통점을 찾고 이야기를 풀어가게 된 과정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더 씨드>에서도 밝혔듯이 17세기에 쓰인 일본 농서인 『청량기(淸良記)』에는 ‘오닌의 난’이 일어났을 때 군복 수요가 급증하자 조선으로부터 면포를 수입해가면서 목화씨를 들여간 것으로 기록돼 있거든요. 물론 이때 <문익점 프로젝트>의 주요 R&D 성과인 씨아, 물레 등이 함께 건너간 것은 자명한 일로 이렇게 한일간 목면 교류가 시작됐죠. 토요타 사키치 역시 할머니가 목화로 고생스럽게 면포 짜는 것을 보면서 자랐고, 열 여덟 살에 직기를 발명하겠다고 결심하게 됩니다. 그리고, 23살이 되던 1890년에 그의 인생을 바꾸어놓는 일이 벌어지는데, 바로 도쿄 우에노에서 일본산업전시회가 열린 것이죠. 토요타 사키치는 이때 기계 전시관에 전시된 직포 기기를 보며 새로운 시대의 도래를 읽게 되고, 직기 개발을 평생의 목표로 삼게 됩니다. 이후 1910년 미국 포드사를 방문한 후에는 향후 자동차 산업이 차세대 산업의 흐름을 장악할 것이라고 확신한 토요타 사키치는 아들 기이치로를 통해 자동차 산업에로의 진출을 꿈꾸기 시작하고, 종자돈도 마련합니다. 토요타 사키치가 가진 시대변화에 대한 놀라운 감지력, 패러다임 전환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 실행력, 쉼 없는 R&D 등은 문익점과의 공통점이기도 하죠. 물론 모든 혁신가들에게서 발견되는 공통점이기도 하고요. <더 씨드>에서 제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일본은 그런 혁신을 자산화한 반면, 우리는 목면화 리더십을 잃게 됨으로써 연속적인 성장기회, 발전의 선순환 구조에 올라타지 못했다는 점이에요. 이런 역사를 뼈저리게 반성하고, 미래의 국가발전을 위해 자기 혁신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자는 것입니다. 이처럼 지나칠 수 있는 역사적 사실을 현재화 하는 것은 우리에게 힘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문익점을 토요타까지 연계한 계기가 되었지요.

목화 재배 후 조선과 일본의 적극성의 차이가 현재 한국과 일본간 산업의 차이를 낳게 했는데, 실제 취재 과정에서 느낀 한국과 일본의 산업간 가장 큰 차이점이 있다면요?


일본은 1800년에서 1900년 개항기 사이에 끊임없는 아웃소싱과 벤치마킹을 통해 주도권을 잡았고, 강화도 조약과 함께 무관세 정책으로 조선의 면업을 초토화시켜 나가죠. 이러한 과정은 지금 차세대 자동차 산업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어요. 현재 차세대 자동차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는 하이브리드카 시장에 미국 기업들이나 일본 토요타가 진출하고 있는데요. 이는 UN 환경 협약이니 뭐니 하며 환경이란 아젠다를 선점한 상태에서 하이브리드 카에 집중하고 있어요. 이미 관련 특허나 요소 기술을 확보해 놓고 판을 벌리니 우리는 꼼짝없이 두 손이 묶이게 되는 셈이죠. 겉으로 보이는 차이가 아닌 한 산업의 흐름을 만들어 내는 정치력 등이 더 큰 차이로 나타나는 거예요. 국가경영이나 기업경영이 얼마나 멀리 보는 안목에서 나와야 하는 것인지를 알게 해주는 대목입니다. 미래를 선점하는 것은 이를 테면 ‘차’를 선점하는 것이 아닌, ‘아젠다’를 선점하는 것이라는 거죠. 우리가 전후좌우, 심도 깊게 살펴봐야 할 대목이에요. 역사를 공부하는 것은 바로 이런 안목을 주기 때문이죠. 

문익점을 스티븐 잡스와 비교하고, 문익점의 목화씨 재배 과정을 삼성전자의 반도체 기술 개발 과정과 비교했는데, 그 공통점이 가진 의미를 설명해 주세요.


우선 문익점과 스티브 잡스는 기회요인에 대해 민감하기 때문에 가치를 발견해 내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과 지속적인 혁신으로 산업의 판도 자체를 바꿨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집니다. 두 사람 다 가치를 찾아내는 능력이 탁월했고, 이를 R&D로 구체화시켰으며, 대대적인 홍보.마케팅을 통해 현실화시켜 냈어요. 스티브 잡스는 아이팟과 아이폰을 통해 하드웨어와 앱 스토어라는 소프트웨어 플랫폼를 결합시킴으로써 기존에 우리가 선도하고 있던 MP3 시장을 애플의 자산으로 만들었어요. 이러한 점은 중국에 퍼진 목화와 관련된 기술을 우리의 자산으로 만든 문익점과 다를 바 없습니다. 그리고, 문익점이 최초의 면포 1필을 국왕에 바쳐 홍보효과를 얻고 정부 관심을 유도함으로써 목화씨를 빠르게 확산하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점과 애플의 마케팅 전략은 시대를 넘어 같은 선상에 있죠. 문익점의 목화씨 재배 과정을 삼성전자의 반도체 기술에 비유한 것은 반도체 기술 개발 초기에 삼성전자가 겪은 개발과정의 어려움이 목화씨 배양 작업과정처럼 어려웠지만, 이를 극복해냈다는 점에서 강조한 것인데요. 1980년대 삼성이 VLSI 반도체 조립기술을 개발할 때 프로젝트 성공을 위해 설비공정기술을 매일같이 점검하면서 개발에 매진함과 동시에 핵심 공정은 미국에서 64K DRAM을 개발하고 생산했던 경험을 가진 현지의 기술 인력들이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사에서 교육을 받아 단기간에 기술을 확보했다는 점은, 문익점이 장인 정천익과 ‘목화씨 배양 프로젝트’를 진행함과 동시에 호승 홍원의 도움으로 직기를 개발해 내는 것과 비슷한 모습을 보여 줍니다. 온갖 정성을 쏟은 결과였던 셈이죠. 모든 성공에는 피나는 노력이 뒤따른다는 점을 드러내고 싶었어요. 





수 많은 산업이 존재하고 전 세계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어 기업들이 새로운 투자에 적극적이지 않은 지금 전경일 작가가 이야기하는 ‘혁신’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제가 이야기하는 혁신은 물적 투자만을 말하는 게 아니에요. 여기엔 직원들의 새로운 분야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 같은 것이 포함되죠. 예를 들어 기업 내부의 자원을 찾는 것도 혁신의 과정이 되는데, 꼭 돈을 투자를 해야만 얻어지는 게 아니라는 것이죠. 내부 역량을 찾는 것도 모두 혁신입니다. 토요타에서는 개량->개선->혁신의 발전 단계가 있다고 얘기하는데, 우리 기업들이 하는 ‘혁신’은 개량이나, 개선 수준에 머무르고 있어요. 그 이유는 우리 기업들이 문익점의 목화씨처럼 항구적인 경영기초를 세우는 게 아니라, 한해살이식 혁신을 하기 때문이죠. 매년 연례행사처럼 ‘혁신’을 모토로 삼는 수준이니 효과도 단발적.단기적이고, 항구적인 시스템으로 이어지지 않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 직원들은 이른바 ‘혁신 피로증’을 느낄 수밖에 없고, 매너리즘에 빠지게 되는 겁니다. 요식행위가 되어 버리는 것이죠. 혁신이란, 한 알의 씨앗을 통해 산업구조를 완전히 바꾸어 버리며,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되어 패러다임의 전환을 이뤄내는 것이에요. 시간이 걸리더라도 우리 기업들이 이런 항구적인 가치 찾기에 나섰으면 하는 바람으로 책도 쓰게 됐고, 제가 운영하고 있는 인문경영연구소에서도 기업들이 원천적인 경쟁력을 찾는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기업체 대상 교육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답니다. 

고려 말 혁신의 씨앗이 목화씨였다면 전경일 작가가 생각하는, 경제 위기인 지금 혁신의 씨앗, 씨드 프로젝트는 무엇일까요?


혁신은 기업과 국가 모두 필요한 것이고, 양측이 공히 수행해야 할 ‘씨드 프로젝트’가 있는데요. 국가는 새로운 성장을 위한 아젠다를 국가적으로 시급히 개발하는 국가리더십을 발휘해야 합니다. 그것은 국민의 부를 증진시키기 위한 경제 시스템을 착안해 내는 것으로, 해외에 들고 나가 석권할 핵심 경쟁력이 무언지를 알고 기업이 주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에요. 자원이 없을수록 힘의 집중적인 활용이 성패를 좌우하는데, 대단히 탁월한 전략적 안목이 요구되는 것은 이 때문이죠. ‘씨드’는 반도체․자동차․철강 등 기존 산업의 강점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가운데, 과거와는 차원을 달리하는 새로운 성장 분야를 설정하고, 이를 정책 의지로 밀고 나가는 것을 의미해요. 저는 한국 경제의 미래를 믿고, 1등 국가를 따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국민의 총체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하죠. 지금 ‘선택과 집중’을 이야기하는데, 서구적 경영 이론에 휘둘리는 것 중 하나가 바로 판박이식 ‘선택과 집중’ 논리예요. 생각해 보세요. 내가 내가 선택되지 않으면 국민들에게는 모든 게 의미가 없어요. 왜 ‘성장’ 아니면, ‘분배’입니까? 우리 역사를 살펴보면, 세종은 ‘풍평’이라는 상향식 경제발전과 분배를 동시에 이뤄냈거든요. 문익점에 의해 도입된 목화의 가치를 전국적으로 확산시키며 4군 6진의 경제 기반으로 삼았죠. <농사직설>이 보급된 후 농업생산성이 300~600%, 인구증가율이 400%가 증가한 것은 무엇을 뜻합니까? 그러면서도 국토의 강계를 획정하고 변경을 안정시켰거든요. 창조적인 발상이 있으면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어요. 이처럼 창조적인 사고가 국가가 직면한 지금의 상태를 항구적으로 끌어 올리게 되죠. 그것이 바로 국가경영입니다. 국가와 기업이 욱일승천하길 바란다면, 철학을 바꿔여 합니다. 경제나 경영은 재테크를 잘한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지지를 받아야 하죠. 어려운 한반도 정세를 반영해 말씀 드리자면, 평화 정착이 가장 친기업적 환경이라는 점을 알았으면 합니다. 한반도가 불안하면, 그 혜택은 강대국에 돌아가기 마련이거든요. 토요타가 GM파산 이후 세계판매액 1위가 된 건 한국전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에겐 호기였죠. 토요타뿐 아니라 업력이 오래된 전세계 기업들 대부분이 전쟁으로 돈을 벌었어요. 우리는 타국의 번영을 위한 희생양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평화는 국가적 코스트 절감 차원에서도 대단히 생산적인 것이에요. 큰 판에서 보고, 바른 판단을 내리는 것이 국가적인 ‘씨드 프로젝트’에서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결국 경제는 정치입니다. 

끊임없이 연구하고 책을 써낼 수 있는 작가의 원동력은 무엇일까요?


대가들이 많은데 과찬은 부담스럽고요. (웃음) 제 창작의 원동력이라면, 관심과 사랑이라고 할 수 있죠. 그리고, 거기서 비롯된 사명감이 큰 몫을 차지해요. 꼭 써야 할 책은 많이 팔리지 않을 주제라 하더라도 반드시 쓰는데요. 이 시대에 필요한 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나이 상으로 40대 중반이 가장 활력 넘치게 일할 시기잖아요. 앞으로도 최소한 30년 동안 책으로 쓸 수 있는 주제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에 늘 마음이 설렌답니다. (웃음)

워낙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높아 다음 책에 대한 계획이 궁금합니다. 앞으로 책을 내실 계획이 있는지, 어떤 분야의 책을 내고 싶은지 궁금합니다.


일단, 한 3년 정도 이리 훑고 저리 엮은 지식 통섭과 초영역 인재에 관한 책을 내게 될 것 같은데요. 통섭+인문학+세종시대+르네상스+초영역인재를 묶은 좀 큰 담론입니다. 제목은 아직 미정이라 미리 알려드릴 수 없어서 아쉬운데요. 제 블로그에서 잠깐 이야기했던 것처럼 욕심을 내서 쓴 책이에요. 역사경영학의 새로운 길을 열었듯이 인문경영통섭학에 대한 새로운 시도를 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현재 원고는 다 끝냈는데, 학문의 경계를 어떻게 넘나들고, 짧은 지식을 어떻게 예비할지 걱정부터 앞섭니다. 관심 가져 주시고요. (웃음) 그리고, 그 동안 준비했던 <해녀 리더십(가제)>을 낼 예정이에요. 제목 그대로 해녀들에 대한 책인데, 우리나라 제주 해녀들을 공부하면서 발견한 놀라운 사실들을 담은 책이에요. 해녀들을 공부하면서 어쩌면 그렇게도 경영의 산현장을 목도하는 듯한 느낌이 들던지... 올 여름 안에 출간하려고 하는데, 시간이 허락할지 모르겠네요.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