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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경영/통섭과 초영역인재

거미, 개미, 칠게, 꿀벌의 우주적 컨버징

by 전경일 2009. 8. 12.

거미, 개미, 칠게, 꿀벌의 우주적 컨버징

"인간은 상호관계로 묶여지는 매듭이요, 거미줄이며, 그물이다. 인간관계만이 유일한 문제이다."

<어린 왕자>로 유명한 생텍쥐베리의 이 같은 말을 경영 현장에 적용시키는 경영자들이 있다. 그들은 경영 행위를 시간의 줄 위에서 현악기를 타듯 인간군상과 그들이 만들어내는 관계로 해석한다. 그러기에 사람과의 관계, 고객과의 관계에 대해 네트워크 개념으로 대한다. 경영이 별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닌, 인간관계에서 만들어 지는 행위라고 보는 시각 때문이다. 생각을 이렇게 확장시키면 고객을 바라보는 시각은 사뭇 달라진다. 고객은 대상이 아닌, 사업의 주체이자, 목적이며 지향점이 된다. 그들과의 관계 정립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운명도 달라진다. 물론 개인의 창의력도 놓아진다. 그러기에 '사람을 아는 일(인문학)'은 경영학의 범주로만 이해하던 고객관을 크게 바뀌어 놓고 있다. 우리는 이것을 인문과 경영의 만남이라고 부른다. 인생이 그렇듯, 경영 또한 어떤 줄을 만들 것인가에 지대한 영향을 받는다.

줄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스미스 소니언 자연사 박물관의 학예사인 조너선 코딩턴은 "거미들이 공중에 거미줄을 치도록 진화한 이유는 곤충에게 날개가 생겼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어느 날 갑자기 곤충 사이에서 변화가 일어나자, 그에 맞춰 거미는 허공에 네트워크를 설치하기 시작, 익숙했던 땅으로부터 불안정하게 흔들리지만 생존에의 가능성이 있는 공중 세계로의 이전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자연과학적 지식은 험난한 경영환경이 넘어야할 여울목에 상상의 다리를 놓아준다. 생각의 지평을 달리하면 세상이 달리 보인다. 생각의 각도를 좀 달리해 보자.

개미 이야기도 흥미롭다.《메디치 효과》를 쓴 프란스 요한슨(Frans Johansson)은 자연과학과 전자공학의 만남을 이런 예로 들고 있다. 1990년대 초 프랑스 텔레콤의 엔지니어인 에릭 보나보와 곤충 생태학자인 기 테로는 우연히 만나 개미가 먹이를 찾는 방법에 대해 대화를 주고받게 되었다. 얘기 도중 에릭은 개미들의 생태에서 자신이 몰두하는 프로젝트의 결정적인 힌트를 얻게 된다. 개미들은 먹이가 있는 최단 경로를 찾는데 페로몬을 뿌려 서로 커뮤니케이션을 한다는 사실이었다. 이런 지식은 훗날 알프스 지역의 원유 수송 기사들의 수송 계획 설계에 크게 응용된다. 나아가 전자통신에서 경로를 최적화하는 라우팅(Routing) 기술을 개발케 하는데 활용된다. 또한 컴퓨터상의 검색 알고리즘에도 적용되었고, 아프가니스탄의 무인 정찰기가 중복 수색을 하지 않도록 하는 데에도 쓰였다. 개미가 앞서 길을 열은 개미 길을 확인함으로써(혹은 피함으로써) 빠른 루트(혹은 새로운 루트)를 개척하는 것을 그대로 원용한 것이다. 이런 생태학과 과학의 만남은 최단 경로를 찾거나 중복을 확인내지 방지하는 모든 분야에 쓰일 수 있다. 놀랍지 않은가?

인간은 자연으로부터 너무나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자연계의 원리는 경영의 다양한 분야에도 접목될 수 있다. 예컨대, 중복된 유전자를 골라내는 종의 다양성을 생존에의 우선순위에 두는 '해밀턴 법칙'을 아는 사람이라면 인사나 조직 운영에서 중복 방지, 혹은 상품이나 시장의 차별화를 꾀하는 데에 쓸 수 있다. 이는 벨링땅다람쥐에 대한 동물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인사 분야에 적용함으로써 효율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활용될 수 있다. 물론 얼마든지 다른 분야에도 응용할 수 있다.

어디 그뿐인가? 주말, 가까운 강화도 갯벌에라도 가면, 우리는 새로운 원리와 만날 수 있다. 사람들이 다가가면 순식간에 사라지는 칠게들의 집단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잘 관찰하면 무선 통신 원리에 활용할 수 있다. 그럴 땐 지금보다 보다 획기적인 통신 방법이 떠오를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지금 쓰고 있는 이동통신 방식을 셀룰러((Cellular, CDMA, 코드분할다중접속)이라고 하는데, 이는 벌꿀의 집 모양에서 착안된 것이다. 관찰은 아이디어를 가져온다. 현재의 지식을 새롭게 묶는 통섭력을 발휘한다면 우리는 놀라운 발견을 하게 될 것이다. 그것이 생텍쥐베리가 말한 거미줄이며, 그물이다. 앞이 보이지 않거나, 막혀 있다면, 다른 분야로 눈을 돌려보라. 놀라운 착상과 발견이 뒤따를 것이다. 따라서 인간을 알고자 한다면, 저 우주적 컨버징을 통해 신이 진흙덩어리를 빚어놓고 숨을 불어넣음으로써 생명을 부여했듯 해보시라. 영혼이 곧 숨 쉬는 걸 알게 될 것이다.

ⓒ전경일. <행복한 동행>8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