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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경영/평범한 직원이 회사를 살린다

그들은 두 발로 일 한다

by 전경일 2009. 8. 17.

그들은 두 발로 일 한다

“업체 좀 갖다 오게.”

“얼마 전 갖다 왔고, 뭐 특별한 일은 없으며, 지금 갈 필요는 없어 보이는데, 그것도 꼭 내가 가야 합니까? 저기 심 대리도 있는데.”

만일 상사의 지시에 이렇게 대답해 오는 직원이 있다면, 충고하건대, 그를 크게 쓸 생각일랑 애당초 마음에 두지 마라. 뛰어 다니며, 발품을 팔아 일을 배우고, 일을 만들어 내려는 직원이 아닌 사람은 결코 크지 못한다. 그들의 소극적이고, 작은 생각이 회사를 작게 만든다. 회사의 의자는 앉은뱅이를 위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뛰며 발품을 파는 친구들을 위한 일과 휴식의 소품이자, 현장으로 달려들기 위한 잠시 잠깐의 생각의 정리소이다.

일의 본질은 특별히 연구직 같은 경우가 아니라면 책상에서 나오는 게 아니다. 일은 현장에 있고, 돈도 현장에서 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을 안살림 하듯 하려는 친구는 자기 발전의 안목은 물론이려니와 기회조차도 발견해 내지 못한다. 일은 발품을 팔아서 하는 것이다.

예전의 직장 생활을 할 때였는데, 내 옆에 한 팀이 있었다. 기술 영업을 하는 부서였는데, 회의를 했다하면 김 대리라는 친구는 여지저기 되는 일인지 안 되는 일인지 몰라도 일거리를 계속 물어 날랐다. 업체를 대상으로 영업활동을 하다 보니 이것저것 듣는 게 많아서 그렇다는 게 그 친구의 말이었다. 그런데 한번은 거래처 사장이 방문을 했다가 그를 보고는, 특별히 고맙다고 말을 건네는 것이었다. 회사 서버가 망가졌는데, 그때 업무시간이 종료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손을 봐드리겠다며 다 고쳐주고 가더라는 것. 게다가 직원들의 PC중에 사양이 떨어지는 것에 대해서는 용도별로 요건 요렇게 업그래이드 해라, 바꿔 써라, 며 알려 줘 관리직원 애기만 듣고 바꾸려던 계획을 취소했다는 것. 그로 인해 적잖게 경비 절감을 하게 되었다고 감사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업체 사장의 칭찬에 김 대리는 머리를 긁적였지만, 그날 분명 상사들에게 각인시켜 놓은 게 있었다.

그런 그가 연말 인사고과에서 별로 인정을 받지 못했는지 시무룩해져 있어서 물어 보았다. 벌린 일은 많은데 주어 담은 일은 별로 없어서 별로 좋지 않게 평가받았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연간 수주 물량의 10퍼센트 이상이 김 대리의 직간접적인 영업활동 결과로 이루어진 걸 모르는 부서 사람은 없었다.

“잘못된 것만 보이기 시작하면, 그땐 내가 여기 있을 필요가 없는 거지.”

김 대리를 위로 차 따뜻한 율무차를 갖다 주었는데, 때마침 전화가 걸려왔는지 그가 통화하는 내용이 들려왔다.

“아시잖아요? 제 다리 튼튼한 거. 머리 나쁘니 다리는 튼튼해야죠? ...네에? 그냥 남들이 그러더라구요. 발로 뛰어서 먹고 살 놈이라구요...”

그의 얘기를 들으며 나는 속으로, ‘너는 어디 나가서도 밥벌이는 할 수 있을 테니 아무 걱정 말아라.’고 말하고 있었다.

어느 회사건, 회사 안을 속속 들여다보면, 똑똑할수록 입으로 일하는 직원들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만일 그들이 뛰면서 머리로도 생각한다면, 천하무적의 기갑병이 될 수 있을 텐데,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런 현상은 어느 회사에서고 일반적이다. 그런 직원들이 생산해 내는 것의 50 퍼센트는 사내 루머다. 어찌 그리도 사내 소식에는 다들 정통한지...

하지만 직장 생활에 구력이 쌓일 만큼 쌓인 선배들은 어느 정도 알 것은 다 안다. 사람을 다루다보니 자연스레 터득된 지혜다. 아무리 말이 난무한 직장일지라도 묵묵히 현장을 돌며 실적을 쌓는 직원들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런 직원들의 성실성이야말로 회사의 경쟁력이라는 것을 경험적으로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문제는 상대가 그걸 모르겠거니 하고 생각하는 직원들이다.

직장 내에서는 적어도 내 부서 사람들 곱하기 3.5명 정도는 내가 하는 일을 알게 되어 있다. 이 3.5명은 나를 건너 뛰어 나를 알게 되는 사람들의 수이다. 아직도 그걸 모른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소위 직장이란 게 생긴 이래 그걸 아는 경영층들이 있기에 회사는 여전히 돌아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임원들에게 물어 보라. 누가 일하는지를. 알고도 모른 척 할 수는 있지만, 그들은 누구나 다 안다. 누구든 다 요령을 부리던, 때론 용쓰듯 뛰던 경험 양쪽 모두 가자고 있으니 말이다.

ⓒ전경일, <평범한 직원이 회사를 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