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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경영/20대를 위한 세상공부

부수는 능력은 21세기형 인재상의 필수요건이라는 것을 알고 자신부터 파괴해 나가라

by 전경일 2010. 1. 8.

잔치를 치르고 나면 그릇이 깨지기도 하고 성해 보이는 것들도 이 빠진 것을 왕왕 발견하게 됩니다. 그렇다고 그릇이 깨졌다고 해서 잔치의 의미가 손상되거나 퇴색되는 것은 아니죠. 아무 행사도 없었다면, 그릇은 장식장에 그냥 놓여 있었겠죠.

우리는 뭔가 하려면 기존의 것을 해체하고 달리 조합해 보아야 하는 수가 있습니다. 관습, 관성, 타성, 기득권, 아전인수, 복지부동, 철밥통 같은 말들은 우리 사회를 풍미한 불변의 고정지향성 용어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말들은 세계화 시대에 실효성을 거두지 못한 채 사라져 가거나, 한편으로 보다 보수화돼 우리를 족쇄 채우는 한 방편으로 작용해 왔습니다. 그 결과 우리 사회는 비효율과 비합리가 교묘한 기득권 유지와 맞물려 한국사회의 지배구조를 공고히 한 측면이 있습니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에 우리가 몸담고 있는 기업들도 적잖은 영향을 받아왔습니다. 외적 조건은 이랬지만, 한편으로는 생존을 위해 자가 내지 타가 발전한 혁신을 꾀해내지 않으면 안되기도 했습니다. 그 어떤 것보다 생존이 가장 큰 문제였으니까요.

경영에서는 현재의 국면을 뛰어 넘는 무엇을 늘상 주문하는데 이를 가리켜 패러다임 전환이라는 말을 쓰곤 합니다. 현재와 같은 방법으로 해결될 수만 있다면 누가 불편하고 성가 싫은 변화를 주창하겠습니까? 그게 마음대로 안되니까 환경에 맞추려고 안간힘을 쓰는 거겠죠. 여기에는 신자유주의 이후 탐욕스럽게 이윤을 추구하는 주주자본주의가 우리 사회의 시스템으로 뿌리 내린 바도 영향 큽니다. 기업의 주인이 과연 주주이기만 한 것인지는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성과만큼이나 폐해도 적지 않게 작용하고 있고, 오늘날 한국사회의 양극화, 비정규직의 양산과 같은 불균형을 양산해 내는 것이 바로 여기서 출발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현실의 어려움은 이렇다 치고,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나 제도적 보완책은 지속적으로 필요하겠지요. 기업이 경영활동을 해 나가는데 사회적 불안요인은 가장 큰 위험요소입니다. 우리가 접하는 현실의 어려움은 이 같은 양극화의 딜레마와 더불어 성장엔진의 고갈내지 부재에 원인이 있습니다. 새로운 먹거리를 찾지 않으면 기업은 세계화에 밀려 표류할 판입니다. 직장인으로 우리가 감지하든 하지 못하든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이 그렇습니다.

현실이 벽에 부딪치면, 벽을 부수고 나아가거나 뛰어 넘거나 우회하는 방법 밖에 없습니다. 이마저도 포기해 버린다면 벽에 이마를 찧고 선혈이 낭자한 채로 죽음을 맞이하는 수밖에 없겠죠.

우리는 지금 과거와는 전혀 다른 도전에 직면하고 있는데, 그것은 뛰어 넘을 허들의 높이가 과거와 전혀 다르다는 것이고, 그것을 뛰어 넘을 묘책을 쉽게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대한민국과 여러분이 속해 있는 기업들은 사면초가에 처해 있습니다. 몇몇 기업을 제외하고는 자본주의 역사상 가장 강력한 도전 앞에 휘청거리고 있다고 보아도 무방합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해 나갈 가장 적확한 키워드를 꼽으라면 창조입니다. 창조를 하지 않으면 현 국면에서 좌초하고 영원히 밟혀 버리게 되는 것이죠.

여러분은 과거의 유산인 회사의 접시를 깨는 직원이 되어야 합니다. 그마나 우리가 들고 있던 접시는 유리로 만든 것이라 쉽게 깨어질 종류의 것이지만, 그것을 계속 들고 있다가는 사업 자체가 증발해 버리는 현상에 직면하게 됩니다. 세계화 시대의 특징은 글로벌이 단일 네트워크로 이어지며 사업기회, 자산이동, 부의증감 등이 모든 면에서 ‘신출몰 급이동 초증발의 사회’를 만들어 낸다는 것입니다. 사업 기회는 부지불식간 갑자기 출몰해 구글, 유투브 등 전세계적 기업이 갑자기 생겨나기도 하고, 부는 한순간 국경을 무시한 채 이동하며, 하룻밤만에 시가총액 100조가 날아가는 초증발의 경험을 하게 됩니다. 초강력 휘발성이 이 사회를 뒤덮고 있는 것입니다. 세계화에 따른 양극화는 과거의 ‘있는 자’와 ‘없는 자’간의 경제적 쌍방향 교류가 사라지고 어느 일방으로만 부가 흘러가는 것을 뜻합니다. 기업도 승자승 원칙이 철저하게 지켜집니다. 다시 말해 과거에는 반(半)도체의 성격을 지녔던 경제구조가 이제는 철저하게 도체와 부도체로 나뉘게 되는 것입니다.

이 지점에서 생존하기 위해 여러분은 어떤 현실인식을 취해야 할까요? 우선 피치 못하게 깨질만한 그릇은 스스로 알아서 다 깨져버려야 합니다. 깨질 그릇을 깨버려야 무쇠 그릇을 생각하게 될 것은 너무나 자명합니다. 변화가 곧 탈바꿈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 가능성을 향한 선택이라는 점에는 공감합니다. 자기 전염이 먼저 되어 행동으로 옮겨져야 합니다. 그러지 않고는 생존에 대한 보장을 받을 수조차 없습니다. 지금은 시계 0의 상태입니다.

저는 얼마 전 생물학 관련 책을 보았는데, 거기에는 가물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더군요. 흙탕물이 심하게 일면 다른 물고기들은 견디다 못해 배를 허엿게 드러내고 떠오르는데 가물치는 용케도 도망칩니다. 이런 가물치의 원천 경쟁력은 무엇 때문일까요? 가물치처럼 흙탕물 속에서 시계를 확보하는 것은 생존에의 가장 우선순위에 해당될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아무리 혼탁하고 어지러운 흙탕물 속에서도 시계 7.0을 확보하려는 가물치 경영학이 필요합니다. 세계화와 더불어 여러분이 처한 현실은 새로운 적응과 생존을 위한 창조적 사고ㆍ결단을 요구합니다. 계기판이 고장 난 시계 0인 상태에서 조종사들은 어떻게 비행을 해야 할까요? 그것은 이전 상황에 대한 모든 계기적 분석을 밑바탕으로 당면한 국면을 창조적으로 해석하는 것입니다. 전혀 다른 국면에로 비행기가 진입해 있는 것을 인정하고, 그에 맞는 사고전환, 행동이 있어야 합니다. 안정적인 랜딩은 이 같은 조종사의 역할에 크게 영향 받습니다.

어느 기업이나 본격적으로 세계화의 태풍권에 진입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모든 면에서 이 같은 선진국-후진국, 저가품-고가품, 노동집약-자본중심, 가치중심-가치 몰이해의 갈등이 벌어질 것입니다. 이를 타개할 마땅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가시권을 세계로 향하는 사업조망권을 확보하십시요. 깨뜨리고 그곳에서 새로운 것을 찾아내야 합니다. 지인 중 어느 분이 말하듯, 교회나 사찰의 저 아름다운 스테인 글라스 장식은 깨어진 유리를 꿰맞춘 것입니다. 깨지는 창조적 발상을 통하지 않고는 새로운 아름다움을 창조해 내기 어려울 것입니다. 이제 회사의 접시를 깨는 작업은 여러분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전경일, <20대를 위한 세상공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