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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경영/평범한 직원이 회사를 살린다

궁둥이가 무거운 직원들

by 전경일 2010. 3. 18.

“너만 몰랐어?”

회사 내 소식에 누구보다도 빠른 사람이 있다. 입만 빠른 게 아니라, 궁둥이도 가볍다. 그런 까닭에 사방팔방 소식을 전하기 위해 의자에 궁둥이를 붙이고 앉아 있을 시간이 없다. 가뜩이나 요즘엔 메신저로 회사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실시간 생중계까지 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누군 어떻고 저떻고, 그래서 등등...

특히 인사이동이나 고과시즌이 되면 이런 얘기에 회사 전화통은 불이 날 정도다. 어느 회사에나 그런 진풍경을 연출해 내는 사람들은 있다는 얘기다. 회사의 그 같은 일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좋지만, 모든지 지나치면 문제다. 특히나 뭔가 잘못된 회사에선 직원들의 정치 참여가 이런 식으로 이루어진다. 루머만 난무한 것이 아니라, 양산되기까지 한다. 쓸데없는 풍문에 귀 기울이지 말고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라고 상사가 독려해도 이런 행태는 쉽게 근절되지 않는다. 심지어는 직원들 간에 누가 어떻게 될 거라는 둥 실생부까지 나돈다. 그야말로 회사 업무가 정상적인 일보다는 풍문에 더 신경 쓰게 된다. 아마도 이는 어느 회사랄 할 것 없이 흔히 나타나는 인사 시즌인 연말연초의 풍경이리라.

이렇게 다들 들떠 있을 때, 이와 정반대로 행동하는 사람들이 있다. 일명 궁둥이가 무거운 사람들이 그들이다. 사내 소식엔 둔감해도 자기 일이나, 업체에 관한 일, 나아가 시장에 관한 일에 대해서는 빠삭한 직원들이다. 개발자 중에서도 확실하게 자기 분야에 정통한 프로들이 이렇다. 이런 직원은 겉으로 보기에는 정치적이지 못하다. 그런데도 내실 있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자기가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더욱 정치적 일 수 있다. 보통 직원들 중에는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이런 내실형 인재들이 있기 마련이다. 회사에서 찬밥 대하듯 하면, 결과가 어떻게 될지 미리 알고 있는 눈치다. 벌써 몇 군데에서는 같이 일하자는 스카웃 제의가 와 있다.

물론, 보통 직원들 중에는 꿔다놓은 보리자루 같이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직원들도 있다. 이들 대부분은 승진에서 몇 차례 고배를 마셔본 경험도 있다. 그들은 제외지만, 앞서 숨은 인재들은 정말이지 엉덩이가 무겁다. 마찬가지로 입도 무거운 편이다. 다들 정치를 하고 있을 때, 그들은 남과 다르게 행동한다. ‘본연의 일’이 무엇인지 묻지 않아도 잘 안다. 본분을 지킨다는 것, 그것은 대단한 인내와 용기, 그리고 자기 원칙을 견지하고 있는 것이다.

“내 궁둥이는 내 몸무게의 90퍼센트 이상 되지. 궁둥이가 이 정도는 무거워야 개발자 되는 거 아냐?”

이렇게 말할 수 있는 보통 직원들은 말 그대로 보통은 아닐 것이다. 그들이 언젠가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면 회사는 누구를 붙잡아야 할지 바로 알게 될 것이다. 자기 일에 엉덩이가 무거운 직원을 중용하라. 직장에는 ‘삼중인(三重人)’이 필요한데, 첫째가 입이요, 둘째가 행동이요, 셋째가 엉덩이가 무거운 직원이다. 이 세 가지를 갖춘 직원이라면 필시 그저 평범하기만 한 직원은 아닐게 분명하다. ⓒ전경일, <평범한 직원이 회사를 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