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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경영/누르하치: 글로벌 CEO

죽을지언정 굴신하진 않는다

by 전경일 2010. 7. 4.

누르하치는 후금이 생기기 전 요(遼)에 맞서 금을 일으킨 아골타와 많은 점에서 공통점이 발견된다. 우선 이들은 모두 강력한 리더십으로 흩어져 있던 제 부족을 통합했다. 이들은 길들여지지 않았다.

 

먹고 살기 위해 남여진 지역으로 이동하려했으나, 그들의 진로는 한족에 의해 저지되었다. 불만은 여진사회 내부의 경쟁 원리를 통해 통합으로 이어졌고, 길들여지지 않는 오랑캐식 사고는 결국 중국에 무작정 목줄만 잡히고 있지 않았다.

 

요 최후의 황제가 1112년 사냥차 북부 여진의 송화강 유역을 방문했을 때, 황제는 여진족 추장에게 춤을 추어 보이라고 명령했다. 아골타는 춤추라는 명령을 거부했다. 아골타는 뼈에 사무친 치욕을 갚아줄 날을 기다렸다. 1115년 그는 스스로 황제임을 선포하고 요를 공격, 마침내 요를 멸망시키고 금왕조(1122~1234)를 세웠다. 




 

굴신하지 않는 역사가 있었길레 그들은 훗날 중원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그들 몸엔 수렵을 통한 야생의 피가 흐르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가 우리 역사의 일부인 북방의 역사를 통해 배우는 가장 핵심적인 가치는 바로 이처럼 길들여지지 않는 정신이다. 이는 기업 활동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강자의 영역에서 항시 방심하지 않고, 때를 기다리고 준비하는 기업에겐 고지 탈환의 기회가 온다. 그러나 자기의 독자적인 사업 영역을 포기하는 기업에게는 독자적 영역의 개척이란 요원하기만 하다. 화합하되 자신의 본질을 잊지 않는 기업만이 세상을 움켜쥘 수 있다.


나는 아골타를 생각하면, 뼈마디를 갈아도 굴신하지 않던 그들의 야생적 기질에 경외감이 느껴진다. 무릇 사내는 저러해야 한다. 천하를 도모코자 한다면 말이다. 

 

ⓒ전경일, <글로벌 CEO 누르하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