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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경영/통섭과 초영역인재

삶과 죽음을 가르는 인지력의 힘

by 전경일 2011. 1. 17.

우리는 일상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한다. 사고는 인간 삶을 움직이고, 그 움직임은 새로운 행로를 개척한다. 인생행로에서 우리는 사고의 축을 어떻게 가져가느냐에 따라 큰 전기를 마련하기도 한다. 때로는 성공과 실패를 결정하기도 하고, 삶과 죽음을 나누는 분기점이 되기도 한다. 인간은 본능적 감각보다는 이성의 힘을 생존 도구로 활용하며 진화해 온 까닭에 인지 능력과 판단력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음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어떤 인지력을 보이고, 행동해야 할지 생각해 볼 수 있다.

1965년 이집트에서 있었던 일이다. 사막 정찰대가 순회하던 중 작열하는 태양 아래서 절명한 네 사람의 사체를 발견했다. 그들이 사막 가운데서 어떻게 비극적인 죽음을 맞았는지 궁금해 하던 중, 그들 가운데 한 사람이 남긴 노트가 발견되어 죽음의 원인을 상세하게 알 수 있었다. 기록을 남긴 사람은 죽기 수 시간 전에 자신들에게 있어났던 일을 기록하고 심지어는 사진을 찍어 놓기까지 했다. 그 기록으로 정찰대는 그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정확하게 알 수 있었고, 사고를 재현해 낼 수 있었다.

일행은 이집트에 사는 독일인들이었다. 그들의 임무는 리비아 사막을 횡단하여 약 480km 전방의 시바 오아시스에 있는 로마인의 궁전 자취를 찾는 것이었다. 그들은 사고가 나기 전 날 두 대의 폭스바겐 세단과 스테이션 웨건으로 카이로를 출발했다. 무더위가 몰아치는 6월의 첫 번째 토요일이었다.

다음날 분명하지 않은 시각에 불운하게도 그들이 탄 두 대의 차는 모두 길 없는 사막 한가운데에서 고장이 나고 말았다. 그리고 이틀 후 사체로 발견되었다. 그들의 몸을 조사한 결과, 수분은 완전히 말라 있었다. 보통 인간은 물을 먹지 않고 생존할 수 있는 시간이 10일 이내이고, 몸의 수분의 15퍼센트가 급격히 빠져나가면 순식간에 죽게 되어 있다. 사체 상태로 봐서 그들의 죽음은 생명에 절대불가결한 물과 관련 있는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두 대의 차량을 조사하던 정찰대원은 차 안에서 7.6.리터의 물과 큰 망고 주스 통조림을 5개나 발견했다. 사막 한 가운데에서 죽지 않고 버틸 수 있는 충분한 시간과 수분이 있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탐험 대원들은 절망감에 사로잡혀 일광에 노출되며 극한의 발한(發汗)상태에 빠져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만약 그들이 가능한 한 땀을 덜 흘리며 시간을 벌며 구조를 받기 위해 가만히 차안에 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고귀한 생명은 유지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사막에서 길을 잃었다는 극단적 상황과 물(음료수)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절박함은 그들을 뙤약볕 아래로 내달리며 패닉 상태에 빠져들게 했고, 이는 갑작스런 체내 수분 증발과 함께 죽음으로 내 몰았다. 물론 이들의 죽음은 생존을 위한 상황 인지의 문제였다.

사람에게는 어떤 식으로든 ‘상황’이라는 것이 늘상 전개된다. 그 상황은 객관적 존재이다. 이런 모순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판단력, 분석력, 식별력 등 날카로운 인지력이 요구된다. 문제 자체에 대한 과도한 반응도, 문제를 경시하는 태도도 모두 금물이다. 따라서 닥친 문제에 대한 보다 객관적인 접근은 상황을 크거나 작게 보지 않고 올바로 보게 만든다. 고고학적 연구를 위해 사막을 횡단하려던 이들이 교과서나 연구 자료에서 보았을 법한 지식을 적용했더라면 이들의 불행은 새로운 갈림길에 들어서며 생명을 잃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리비아 사막의 로마인 궁전이 절멸하고 폐허가 된 것은 문명 파괴에 의한 것이다. 하지만 보다 장기적인 요인으로는 물을 끌어 댈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한발과 기후 변화는 이 궁전을 사막의 모래에 파묻히게 만들었다. 문명은 퇴조했지만, 근처에는 무수한 생물들이 여전히 살고 있었는데, 그들은 하나같이 밤에 내린 아주 적은 이슬로 생명을 유지하는 적응법을 터득하고 있었다.

동식물의 생존 조건을 단순하게 활용하기만 했어도 이들은 주간의 뜨거운 태양을 피한 채 구조를 기다릴 수 있었을 것이다.

경영에서 나타나는 온갖 현상들은 기실 자연계에 벌어질법한 일들의 축약판이다. 가장 큰 자연력에 저항하고 적응하며 태고의 역사를 지금까지 이어 온 생명체의 생존사는 경영의 가장 큰 울림이자 교훈이 된다. 우리는 2008년 미국의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건에 의해 촉발된 세계 경제 위기를 겪으며 수많은 기업이나 개인의 부침이 객관적 상황에 대한 침착한 대응보다는 흥분과 좌절의 표류사로 얼룩져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수많은 위기 신호는 ‘설마’라는 안일에 파묻혀 버렸고, 대응은 이성적이지 못했으며, 결과적으로 비참한 상황이 벌어졌다.

사막에서 아직 생존할 물(음료수)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생존하기를 포기한 듯한 행동이 이들 대원들의 생명을 앗아 갔듯, 삶을 향한 노력은 인간의 인지력에 달려 있음을 알게 된다. 누군가에게는 절망적인 상황이 다른 이에게는 아직도 생존 여지가 있는 상황으로 받아들여진다면 이는 철저하게 개인이나 그 조직의 생각의 차이가 만들어 내는 결과일 것이다. 인간 심리와 행동의 준칙 등을 다양하게 관찰하고 거기서 지혜를 얻으려는 것도 이런 ‘상황’이 지금 이 시간에도 세계 곳곳에서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는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카인즈교육그룹, 문경영연구 전경일 소장.《초영역 인재》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