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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경영/통섭과 초영역인재

창조적 영감의 원천, 00

by 전경일 2011. 12. 28.

우리가 아는 것의 대부분은 자연에 있다. 최후의 결정적이고, 통찰력이 번뜩이는 영감을 얻기 위해서는 자연을 찾아야 한다. 창조적 마인드를 얻기 위해서도 때로는 밀폐된 사무실을 벗어나야 한다. 사물에 대한 낯설음, 달리보기는 여기서부터 출발한다. 경영의 본질을 알게 하기 위해서도 자연으로 나가야 한다. 텃밭에 무성생식하며 뻗어 나가는 잡초의 근종을 관찰하거나, 거미가 허공에 실을 늘어뜨리며 팽팽하게 방사형의 네트워크를 짜는 광경을 관찰해야만 한다. 아프리카 흰개미들이 어떻게 완벽한 통풍과 에어컨디셔닝의 기능이 구비된 건축물을 만드는지를 눈여겨보아야 한다. 칠게들은 어떻게 포식자가 나타나면 순간적으로 교신을 하며 재빠르게 몸을 감추는지를 알아야 하고, 말(馬)은 어떻게 피로를 줄이는 젖산 분해효소를 생산해 냄으로써 아무리 뛰어도 숨이 가프지 않은지를 알아야 한다. 이런 연구들은 향후 21세기 새로운 산업으로 각광받을 분야들이다.

1372년 우리나라에서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금속활자를 이용해《직지심경(直指心經)》이 간행된 이후, 서양에서는 1450년 쿠텐베르그가 금속활자를 개발한 이후 찾아온 1차 지식 빅뱅이 찾아왔다. 이후, 다시 한참 시간이 지나 20세기 말 들어서 인터넷의 확산으로 2차 빅뱅이 찾아온 뒤로 우리는 지식에 대해 가장 큰 차별적 관점을 가지게 되었다. 본격적으로 지식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이 터져 나오면서 그간 갈라섰던 학문 영역들이 서로 만나는 통섭의 차원을 열어 가고 있다. 이는 인류사의 제3차 지식 빅뱅으로 다가온다. 이제 모든 산업은 과거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지식세상을 열어젖힐 게 분명하다. 줄기세포라든가, 거미줄에서 뽑아내는 강철보다 몇 십 배나 강한 섬유라든가 하는 것들은 이미 우리를 둘러싸며 새로운 창조혁명 시대의 발견을 예고하고 있다.

상상력이 과학과 만나면 새로운 산업을 탄생시키고, 문사철과 만나면 또 다른 멋진 이야기가 나온다. 세종시대는 어떻게 해서 천문학은 물론 활자, 인쇄, 도량형, 화약, 농업, 의약, 음악 분야 등 과학기술의 모든 분야가 폭발적인 시너지를 내며 대융성 할 수 있었는지 알아야 한다. 다산(茶山)은 어떻게 십여 명의 제자들과 함께 전학문적 연구의 궤를 꿴 500여권의 방대한 저술을 남길 수 있었을까? 홍대용은 어떻게 지구가 자전하여 낮과 밤이 바뀐다는 지전설을 통찰하게 되었을까? 최한기는 어떻게 천문, 지리, 농학, 의학, 수학 등 학문 전반에 걸쳐 약 1000 여 권의 저서를 남기게 되었으며, 음파, 망원경, 온도계, 습도계를 설명하고 빛의 굴절 원리를 알게 되었을까? 이런 모든 것은 ‘간학(間學)’을 통해 설명되어 질 수 있을 것이다.

서양에서 다 빈치는 어떻게 해서 미술뿐만 아니라, 해부학, 물리학, 건축학, 수학, 지질학, 식물학, 심지어는 도시계획, 디자인, 요리에 이르기까지 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모든 재능을 지닌 천재가 되었으며, 한 사람이 이룬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폭넓은 분야에서 뛰어난 성과를 발현해 낼 수 있었을까? 이 모든 것의 해답이 바로 상상의 힘에 있다. 상상은 위대하다. 그것은 우리가 창조하는 인간임을 뚜렷이 드러내는 증거이다. 상상은 어느 하나의 전공을 뛰어 넘어 타학문에 대한 애정에서 싹튼다. 홀연히 사무실을 벗어나 대자연에서 자기 존재를 알고자 할 때 영감처럼 떠오른다. 이제 인류 역사상 최대의 지식 빅뱅을 맞아 나홀로 가는 학문은 고전이 되어 버렸다. 대신, 모든 것을 엮는 초영역 학문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그러기에 가장 창조적인 상상력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통섭형 사고는 경영자들에게 가장 절실한 대목이다. 우리는 늘 과정과 현재에 머물러 미래에 대해 자유로운 상상을 할 겨를이 없었다. 시간에 쫓기며 살지만 얻은 것은 응용 수준에 불과하다. 이제 하던 일을 놓고 자연을 찾을 때, 마침내 영혼이 샘물처럼 들어차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대자연의 감미로운 바람에서 자연풍이 항시 일정하게 불며 악기를 연주하는 건축구조물을 생각하게 될 것이고, 푸른 이파리를 보면서 늘 광합성이 일어나는 건축물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떨어진 비둘기의 깃털을 살펴봄으로써 그 아름답고 다양한 패턴이 빛을 반사함으로써 색깔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는 발견을 신개념의 컬러 의료(衣料) 개발에 활용하게 될 것이다. 또한 바람에 날린 민들레 홀씨가 바위틈에 와 안착하는 것을 보면서 우주적 질서와 생명을 지탱시키는 지식의 안착을 목도하게 되기도 할 것이다.

비록 척박한 환경에서 경영을 얘기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손 치더라도 우리는 대자연에서 심신의 위안을 얻는 것은 물론, 차별화된 생각을 얻는다. 자연은 이처럼 경영자들에게 무한한 상상력을 제공해 주는 우주로 다가온다. 우주적 상상력을 통해 우리는 이전에는 감히 넘볼 수 없었던 경계를 허문 사고를 하게 되고, 이를 사무실에 들고 돌아가 실험해 볼 수 있다. 자연을 헤아리는 것은 보다 인간적인 게 되는 것이다. 우리의 본질이 자연의 일부로 속해 있는 것을 알고 우리는 거기서 무한한 상상력과 영감을 얻는다. 숲과 계곡의 기능을 통해 친환경적인 상품의 미래를 상상해 볼 수도 있다. 교감이 필요한 시대, 자연을 찾는 경영자들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스승을 찾고 싶거든 멘토를 찾고, 스승의 스승을 찾고 싶거든 고전의 위대한 철인들을 찾고, 그 스승의 스승을 찾고 싶거든 자연을 찾아라.”

영국의 낭만주의 시인 윌리엄 워즈워드가 말한 바처럼 “우리 영혼은 불멸의 바다 풍경을 품고 있다.”

저 창조의 바다에서 우리는 새로움을 잉태하기 위해 자아에 대한 궁극적인 물음을 던져야 한다.#

전경일, <초영역인재>의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