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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사보기고

세익스피어를 읽으면 사람과 경영이 보인다

by 전경일 2012. 9. 13.

세익스피어를 읽으면 사람과 경영이 보인다

 

꿈과 인간은 같은 재료로 만들어졌네. - 세익스피어, 《템페스트》

 

무더운 날씨에 대야에 발을 담그고 세익스피어의 <한 여름 밤의 꿈>을 읽노라면, 더위도 잊게 될 것이다. 고전을 읽지만, 고전은 옛 이야기가 아닌 오늘날 경영의 웅대한 가르침이 된다. 책 속의 인물을 통해 사람에 대해 안다면, 모든 비즈니스는 다 성공에 가까이 다가가는 것일 게다. 고객 이전에 사람일 테고, 사람 속에 모든 경영적 지향이 다 들어 있을 테니 말이다. 그래서 문학 작품을 읽는 작업은 '사람읽기'가 아닌가 한다. 세계적인 사운드 시스템 업체인 하먼 인터내셔널(Harman International)의 CEO인 시드니 하먼(Sidney Harman)이 세익스피어 광(狂)인 것은 그의 작품 속에서 인간 군상을 발견하고 경영의 지혜를 얻기 때문이다. 우정과 배신, 지혜와 무지, 욕망과 절제, 사랑과 복수가 뒤얽히는 인간 군상의 이야기를 접하며 비즈니스 세계에서 수없이 만나는 사람, 갈등 요인들에 대해 나름 해법을 찾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그것이 인간 삶을 보다 풍요롭게 풀어놓는 문학작품, 즉 스토리텔링의 힘이라고 본다. 문학은 이야기에 빠져드는 순간, 화자와 하나가 되어 자신의 퇴화된 감각을 살려내고, 감동에 젖게 하며, 인간에 대해 생각해 볼 여백을 준다. 게다가 상상을 통해 인간 공동의 이해와 그 반대편 것까지 읽어내는 혜안으로 눈이 번쩍 뜨이게 한다. 그런 면에서 세익스피어는 어느 경영자보다도 '인간'을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이 아닐까 싶다.

 

세익스피어의 작품 세계에는 인간을 이해하고자 하는 질문이 늘 함께 한다. 또한 사람에 대한 진정한 영향력에 대해서도 물음표를 던지게 한다. 세익스피어의 작품 속에는 폭군도 나오고, 훌륭한 통치자의 인격이나 친구간의 관계 그리고 시민들의 의무 등이 생생히 표현된다. 이처럼 세익스피어는 그 시대를 살아간 '인간 일반'을 다룬다. 그러기에 보편적인 인간을 다룬다. 문학가이자, 희곡작가이며, 시인이기까지 한 세익스피어는 그래서 인간의 문제를 다루는 오늘날 경영과 딱 맞아 떨어진다.

 

오늘날 경영의 소구점은 무엇일까? 다름 아닌, 사람이다. 경영이 풀고자 하는 문제도 사람에 대한 해법 이상이 아니다. 그렇다면 문학과 경영이 만나는 지점도 인간 이해에 기반하리라 본다. 알다시피 세익스피어는 탁월한 정치적 작가였다. 그 만큼 정치적 배경 설정과 그 속에 꿈틀거리는 인간의 욕망, 거짓, 두려움과 복수에 대해 적나라하게 표현한 작가는 보기 힘들다. 위대한 시인의 조건이 시를 읽는 중에 내면의 성찰을 가져다주는 것이라면 세익스피어는 여기서 한 치도 떨어져 있지 않다. 이 점이 세익스피어에게서 발견하는 감동이다.

 

세익스피어를 만나면 새로운 공간이 독자나 청중 내면에 만들어 진다. 이것을 요즘 경영용어를 풀이하면, '감동공간'이라고나 할까. 그런데, 마음에도 공간이 있듯, 고객의 마음에도 무한한 마음 공간이 있다면 납득이 될까? 쉽게 변심하고, 감동하며, 예측불가능한 고객 마음의 밑바닥을 다 읽을 수 있다면, 이만한 고객 소구점은 없으리라고 본다.

 

기업이 지향하는 바를 흔히들, '고객 마음에의 소구'라고 하는데, 현대 마케팅 기법이 심리적 분석까지 주목하는 걸 보면, 인간 마음이야말로 미답의 시장 공간이자, 기업이 찾고자 하는 경영이 그 속에 들어 있는 게 아닌가 한다. 게다가 인간 심원까지 자극하고, 사람을 감동으로 이끌어 낸다면, 감동 경영은 굳이 다른 데서 찾을 필요가 없다.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세익스피어는 결국 비즈니스에 일어날 수 있는 모든 현상과 복잡한 인간 심리를 재생해 내는 탁월한 역할수행자로 보인다. 그의 전 작품에 나타나는 인간은 탐욕스럽고, 우스꽝스러우며, 아둔하고, 슬기롭고, 두려움에 떠는 '인간'으로 우리가 경영 현장에서 늘 지켜보는 사람들과 별반 다를 바 없다.

 

그러기에 하먼 같이 세계적인 경영자도 마치 오케스트라 지휘자와 같이 고객과 직원들의 심연을 알고, 진정한 소통을 일궈 내고자 세익스피어의 소네트를 읊조리는 게 아닌가 한다. 하먼사가 특히 사운드 시스템을 업으로 하는 회사라서 더욱 세익스피어의 인간에 대한 이해와 경영이 어우러지는 건지도 모르겠다.

 

세익스피어의 작품 세계는 우리에게 다양한 인간 군상과 인간을 바라보는 세계관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게 만든다. 기업이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해서는 생산성을 극대화해야 하지만, 한편으론 인간을 근본적으로 아는 데 귀결해야 한다는 점을 세익스피어는 암묵적으로 드러내 주고 있는 것 아닐까? 그런데 하나만 물어보자. 우리의 꿈은 무엇인가? 기업 비전이란 무엇인가? 이 답을 찾고 싶다면, 무더운 더위만을 땃하지 말고 오늘 세익스피어를 펴들어 보자. 경영은 이럴 때 다가온다. 결국 이 둘은 사람을 주제로 하는 것이니까 말이다. ⓒ인문경영연구소, 전경일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