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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경영/20대를 위한 세상공부

그대 머리 속에는 좀벌레가 몇 마리나 있는가?

by 전경일 2013. 3. 18.

그대 머리 속에는 좀벌레가 몇 마리나 있는가?

 

요즘 옆 팀의 김 대리는 우울합니다. 생각해 보니 최근 들어 계속 이런 감정 상태였던 것 같습니다. 회사에 가는 게 죽기보다도 싫습니다. 업무 보고를 하면 상사는 “또 대충하냐?”며 닥달하기 일쑤입니다. 주말에 산악자전거를 타고 숲을 질주할 옆의 신 대리를 생각하면 더욱 짜증만 납니다. 자기가 맡은 일은 언제 끝날지 여전히 오리무중이고, 계획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지요. 퇴근해서 집에 들어오면, 비디오 몇 편 때리고, 인터넷을 뒤적거리다가 그대로 잠들어 버립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늘 지각에 허둥거리기 일쑤죠. 틀림없이 팀장이 잔소리를 늘어놓겠지만, 김 대리도 할 말은 많습니다. 지각은 나만 하는 게 아닌데, 왜 나만 못살게 구냐고요.

 

처음 생소하기만 했던 직장 생활에 어느 정도 이력이 붙을 때쯤이면 매너리즘이라는 게 찾아옵니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출근하고, 하는 업무도 같다 보니 별로 신명이 나지 않습니다. 더구나 승진이나 연봉인상이 자기 노력만으로 되는 것도 아니고, 승진했다고 해도 별 뾰족한 수도 없어 보입니다. 늘 소득보다는 지출명세서가 더 많은 게 생활이니까요. 총체적 무기력증 상태. 가끔 선배들 얘기를 들을 때면 정신을 차려야겠구나, 하고 생각하지만 돌아서면 그만입니다. 김 대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김 대리처럼 이렇게 ‘틀에 박힌 습관’에 빠져든 것을 매너리즘이고 합니다. 어떤 습관도 습관은 고착성을 띄고 있습니다. 쉽게 바뀌지도 않고, 매너 있게 매너리즘이 찾아오는 것도 아니죠. 지금 김 대리의 타성에 젖은 습관도 어느 날 갑자기 생긴 건 아닐 겁니다. 10대1의 경쟁율을 뚫고 입사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그는 열정으로 똘똘 뭉쳐 있었고, 언제까지 뭘 하겠다는 ‘삶의 계획’이란 게 있었습니다. 성공하는 직장인에 관한 책도 꼼꼼히 읽었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계획’이란 게 사라졌습니다. ‘목표’는 증발해 버렸습니다. 그에 덩달아 생활 의욕도 없어졌습니다. 변화 좀 모색해 보겠다고 “MTB 회원이나 되어 볼까?” 그러자 신대리가 비웃는 것 같아 그것마저도 그만뒀습니다. 이런 김 대리를 어떻게 하면 고칠 수 있을까요?

 

김 대리가 결심하지 않은 건 아닙니다. 솔직히 너무 많이 일해서 오히려 그게 탈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생활 속에서 작은 것부터라도 실천에 옮기지 못했습니다. 늘 ‘중도포기’가 그를 따라 다녔습니다. 다부지지 못한 건 업무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일을 시작하면 항상 끝을 맺지 못했고, 그러다 보니 주말엔 쉬어도 쉬는 게 아니었습니다. 머리속엔 늘 월요일에 해야 할 일이 가득 차며 항시 그를 괴롭혔습니다.

 

토요일 오후. 신 대리는 지금쯤 MTB 현장으로 떠나고 있겠지만, 그는 메일을 읽기 시작합니다. 그는 성공하는 직장인을 위한 체크 리스트를 쭉 읽어 보았습니다.

 

<체크리스트>

1. 언젠가,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막연한 희망, 추상적인 생각만 하고 있지 않은가?

2. 일이든, 계획이든, 결심이든, 내 사전에 ‘마감’이란 게 없는 것은 아닌가?

3. 생각하는 습관만 있지, 실행하는 습관이 없는 건 아닌가? 생각 따로, 실행 따로라면, 따로국밥이 따로 없을 것이다.

4. 벗어나기 어려운 중독증에 걸려 있지 않은가? 이메일 중독증, TV중독증, 게임 중독증 등.

5. 직장 내 자주 쓰는 단어로 “규정이 그래요”, “방침이 그래요”, “계속 그렇게 해 왔는데요.”라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말하고 있지는 않은가?

5. 머리속엔 전진 기어를 넣었다고 생각했는데, 생활은 언제나 후진만 하지는 않는가?

 

김 대리는 아이디어맨이었던 자신이 언제부터 이렇게 김빠진 맥주 같아 졌는지 그만 어이없었습니다. 변화 없이 살다 보니 창의적 발상은 후퇴하고 생활은 가파르게 퇴행하고 있었습니다. 변화 지수는 거의 침팬치 수준에 가까웠습니다. 새로운 일보다도 늘 하던 일이 좋다는 식의 사고가 그걸 증명해 주고 있었습니다.

 

다행스러운 건 매너리즘을 인식하는 것 자체가 의식과 몸이 변화를 요구하는 신호라는 점이었습니다. 문제가 발견되면 후속 조치가 있어야 하죠. 그것도 행동으로 말입니다. 김 대리는 생활 곳곳에 새로운 동기를 부여해야 했습니다. 생각해 보니 새로운 프로젝트가 생겨도 그는 언제나 상황을 봐서 슬그머니 빠졌습니다. 점심 식사도 5년 내내 매일 같은 부서 사람들하고만 해온 자신을 발견하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아침에 출근할 때 사무실 거울에 비친 모습은 어깨가 축 늘어져 있는 모습, 그 자체였습니다. 타석에 오른 타자처럼 바짝 긴장돼 있던 적이 언제였는지 가물가물하기만 합니다. 김 대리는 생각난 듯이 팔을 걷어 부치고 책상 정리를 하기 시작합니다. 인터넷에서 다운받은 잡다한 파일도 모조리 삭제해 버렸습니다. 그는 변화를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그것이 지금의 난국을 헤쳐 나갈 유일한 길이었으니까요. 문제 속에서 답을 찾기 시작한 거죠.

 

김 대리는 지금까지 자신의 타성적인 틀을 깨뜨리기로 했습니다. 생활에 창조적 의식과 활력을 불어 넣기로 했습니다. 생각해 보니 자신은 물론 팀 내에도 무사안일주의, 고정관념, 관료주의, 부정적 사고방식, 소극적 문화가 잡초처럼 자라고 있었습니다. 관례대로 하면 되지 괜히 긁어 부스럼 낼 필요 없다거나, 바뀌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었습니다. 이런 소극적인 사고방식이 자기 보호에만 신경 쓰기 때문에 생겨난다는 것을 알면서도, 실패하면 손해라는 생각이 만연되어 있었습니다.

 

오늘날 개인이든 기업이든 최악의 전염병은 매너리즘입니다. 이런 전염병은 실질적이고 확실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서서히 죽어 갑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매너리즘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요? 바로 ‘역동적인 행동’입니다. 매너리즘을 극복하기 위해선 당연시 되는 현상에서 문제의 본질을 찾아내야 합니다. 그럴 때 회사와 직원 간에는 서로의 애정을 다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김 대리처럼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선배들의 모습을 닮아간다면 여러분의 내일은 어떻게 될까요? 그저 시키는 데로 움직이는 노예가 되고 말 것입니다. 스스로 생활에 변화를 주고, 머리 속에 가득 들어선 좀벌레들을 주기적으로 청소하십시요. 생활의 활력을 얻는 것은 물론, 일이 새롭게 보일 것입니다. 결국엔 누가 간결하게 생활을 정리하고, 머리를 비우느냐에 따라 직장생활의 맛은 달라지는 것입니다. ⓒ인문경영연구소, 전경일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