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업관리/세계적인 경영 구루들의 경영비법

‘누구도 죽지 않을’ 생존선택의 법칙

by 전경일 2015. 11. 25.

위기의 상황에 접해 우리 중 누군가가 희생돼야 한다면, 누구를 살리고 죽일 것인가? 많은 기업들은 구조조정이라든가, 사업개편, 인수 합병 등의 과정에서 어떤 부분은 살려내고 어떤 부분을 줄이거나, 없애버린다. 그들이 이런 결정을 내리는 배경에는 어떤 동물적 역할이 작용하기 때문일까? 벨링 땅다람쥐 세계에서 그 원인을 규명해 본다.

 

벨링 땅다람쥐의 선택

 

미국서부 캘리포니아주 네바다에 위치한 시에라 사막. 이 황량한 사막에는 벨딩 땅다람쥐(Spermophilus beldingi)가 살고 있다. 이 조그마한 설치류는 1년의 대부분은 동면하고, 여름 한철 동안(3~4개월)에만 땅 위로 모습을 드러낸다. 이들은 잠에서 깨는 것과 동시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굴 밖으로 나와야만 한다.

 

이들은 살기 위해 필연적으로 굴 밖에서 호시탐탐 노리는 천적에게 노출될 수밖에 없다. 맹금류, , 족제비 같은 포식자들을 만나는 것은 이들의 일상이며, 삶은 항상 목숨을 건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새끼를 낳아도 가을이 될 때까지 살아남는 것은 겨우 40~60퍼센트 밖에 안된다.

 

이들에겐 위험을 알리는 호각 소리가 생존에의 주무기이고, 경고음을 냄으로써 무리에게 위험을 알린다. 포식자들이 출현하면 벨딩 땅다람쥐 중 선택된 누군가는 경보를 울리게 되는데, 이때 어쩔 수 없이 다수가 생존하기 위해 어느 누구의 희생을 감수해야만 한다. 약탈자가 다가올 때 경보를 내는 쪽은 그렇지 않은 쪽보다 두 배나 더 위험한데,

 

특이한 점은 근처에 가까운 사촌들이 살고 있으면 암컷들만이 이 위험을 감수한다는 점이다. 벨딩 땅다람쥐는 입과 등에서 두 개의 냄새를 내는데 이걸 통해 그들은 서로가 어느 정고 가까운 친척인지를 알게 된다. 이들이 이렇게 위험을 무릅쓰는 것은 공통의 유전자를 지닌 친척을 구함으로써 유전자를 보존하려는 의도 때문이다.

 

종의 유지를 위해서는 삶과 죽음이라는 선택의 엄청난 대가를 요구하는데, 그것은 강인함이라든가, 희생에 따른 눈물이든가, 아니면 이 둘을 다 필요로 할지 모른다. 나치를 경험한 브레이트라는 독인 시인의 말처럼,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다는 법칙은 묘하게도 슬픔을 딛고 각기의 종이 생존번영하는데 필수조건이 된다.

 

벨딩 땅다람쥐 무리는 생존을 위해 누군가는 맹금류에게 희생됨으로써 더 이상 머리 위를 빙빙 선회하는 맹금류 때문에 모두가 아사하고 마는 상황을 피하는 것이다. 이런 희생에는 종의 생존에의 놀라운 경험이 작용한다. 따라서 이들은 누가 희생자가 되어야 할지를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면 무리 중 과연 누가 희생자가 될까? 여기에 종이 유지되는 특별한 비밀이 있다.

 

 

 

 

(벨딩 땅다람쥐(Belding's Ground Squirre, 학명: Spermophilus beldingi)들은 포식자들의 공격에 경계신호를 보낸다. 그러나 무리 중 누군가가 희생되어야 한다면, 그들은 경험적으로 같은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는 종이 그 역할을 맡게 된다. 다양한 유전자를 보전함으로써 종을 유지하려는 진화의 법칙이 작용한 결과로 볼 수 있다. copyright: wikimedia.)

 

 

홀데인의 법칙

1955년 홀데인은 자신이 발표한 논문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

  

동생은 자신의 유전자 절반을 공유하고 있고, 조카는 8분의 1을 공유하고 있다는 전제하에 자신이 죽어서 2명의 동생, 혹은 8명의 조카를 살릴 수만 있다면, 자신이 죽는다고 해도 지구상에 자신의 유전자를 남기는 데에는 차이가 없다.”

 

 다른 모든 조건이 동일할 때 두 친형제는 진화적인 관점에서 보면 하나의 자아나 다름없다. 자기 육체를 큰 위험에 노출시키면서 까지 두 형제를 구하도록 만드는 대립유전자는 상황에 따라 그 유전자가 이미 들어 있는 개체를 희생시키지 않고도 그 사본을 구할 수 있기 때문에 우성으로 나타난다.”

 

 이런 본능적인 인지가 다른 다람쥐들에게는 이타적 행동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나는 2명의 동생 또는 8명의 조카를 살릴 수 있다는 유명한 이론은 여기서 나온다.

 

홀데인이 말하는 이 법칙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명제는 유전자가 소멸되지 않고 다음 세대로 전달되는 것을 바라는 것이 종족보전의 본능이므로 공동체에서 자신과 혈연관계가 있는 개체들을 도울 수만 있다면 동물도 이타적 행동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자연도태설을 굳게 신봉했던 당시 생물학계의 전통적 이론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민 사건이었다. , 공동체 일원을 돕는 사회적 동물의 이타적 행동의 원인이 종족보전에 있다는 것이었다

 

해밀턴의 이론

 

 이는 동물의 행동을 밝히는데 있어 매우 설득력 있는 주장이었다. 더구나 혈연 집단간 유전자가 뒤섞여 있을 것이므로 공통의 유전자를 지닌 자신은 죽더라도 종의 유전자가 유지되고 번성하는 데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해밀턴(W.D. Hamilton)은 바로 이 점에 주목해 자신의 이론을 세웠다.

 

 영국 생물학자 해밀턴은 1960년대에 20세기 최고의 유전학자이자 철학자였던 할데인의 이론을 체계화하기에 이른다. , 대립유전자가 자신을 복제하기 위해 택할 수 있는 가장 노골적인 방법은 자신이 들어 있는 개체의 번식 성공을 추구하는 것이다. 자신의 사본을 보유할 가능성이 있는 다른 개체들에게 비효율적으로 자원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때 이타적 행동으로 인한 손해보다는 행위자와 유전적으로 가까운 친족이 누리는 이익은, 비록 이들이 수학적으로 계산하는 건 아니지만, 훨씬 크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이 같은 법칙을 자연계에서 연구해 낸 사람은 바로 폴 셔먼(Paul Sherman)이었다. 그는 벨딩 땅다람쥐를 연구한 결과 경고음을 낸 개체가 포식자에게 들켜 희생될 위험이 크기 때문에 경고음 발신의 대가가 적지 않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런데 이 때 경고음을 낸 다람쥐는 주로 성숙한 암컷, 그 중에서도 특히 근처에 친족이 살고 있는 암컷이었다. 암컷들이 래드 플래그를 먼저 경보하며 위험을 감수하는 셈이다.

 

 연구에 의하면, 벨딩 땅다람쥐는 친형제와 동복형제를 비롯한 다양한 친족관계를 구분할 수 있다. 따라서 이미 생산을 마친, 그리고 자신의 유전자가 골고루 친족에 퍼져 있을 공통유전자를 대부분 가진 암컷 다람쥐 순으로 희생자로 나선다는 것이다. 포식자의 출현에 대응하는 방법이자, 종의 발전을 위해 암묵적으로 선택한 결과, ‘희생은 자발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는 종의 유지를 위해 이 다람쥐들이 오랜 진화의 법칙을 따라온 것을 뜻한다. 그 결과 그들은 지금까지 생존할 수 있었다.

 

법칙의 전환

 

이 법칙은 자연계에서만 국한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현대 조직이론에 접목해 보면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얻을 수 있다. 예컨대, 우리들 중에서 어느 한 사람이 회사를 그만 두어야 한다면, 누가 사표를 던지게 해야 할까? 누구를 해고할까? 이는 구조조정이 벌어지는 기업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선택지이기도 하다.

 

또 전투를 수행하는 소대원 중 어느 한 사람이 총알이 빗발치는 적진에 들어가 수류탄을 적의 토치카에 던져야 하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면, 누가 그 일을 맡게 될 것인가? 혹은 우리 중 어느 한 사람이 전체를 대신해 먼저 죽어야 한다면? 혹은 우리가 하는 사업 중 어느 하나를 희생시켜 다른 사업의 생존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면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벨딩 땅다람쥐의 행동은 이 같은 문제에 대한 하나의 방법론이 될 수 있다. 다시 말해, 이 같은 희생은 극한의 상황에서 벌어지는 일이라고 할지라도 개인의 운명이나, 집단 또는 조직이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가능한 시나리오에 해당될 수 있다. 이럴 때의 선택의 문제는 나머지 전체를 살리기 위한 행동으로 볼 수 있다. 자연계의 법칙은 그보다 훨씬 복잡한 의사결정 구조를 가지고 있는 인간사에도 어느 정도 실마리가 된다.

 

외환위기 이후, 한국 기업의 구조조정은 바로 이 같은 법칙에 영향을 받는다. 사업부문의 매각이나, 철수 중 수익 없는 영역이라고 결정된 부분 중 상당 부분은 실제로도 수익이 없는 적자부문이거나, 이익이 적거나 적자가 나는 사업부분이기도 했지만, 어느 정도는 공동업종, 공통업무라는 인식하에 구조조정의 대상이 되었다. 중복업무, 중복사업 부문 같은 말은 구조조정의 대상이 되어 왔다.

 

비수익 영역이 특정 기업에서 정리되고 난 다음, 다른 누군가에게 넘어가 화려하게 부활한 예는 중복된 것이 다른 기업에게는 차별화 요인으로 작용하며 성장을 구가하게 된 배경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여기에는 각기 처한 다른 형태의 기업환경이나, 경영능력이 다르다는 점도 작용했을 것이다.

 

공통적이고, 범용적인 유전자라는 것은 유전자의 차별화 전략에 맞지 않는다. 같은 유전자만으로는 번영해 나갈 수 없기 때문에 희생양이 많은 친족을 둔 성숙한 암컷이 희생하는 것은 벨딩 땅다람쥐 세계에서는 자연스러워 보인다. 암컷 벨딩 땅다람쥐가 지속적으로 자손을 생산해 내고, 자신의 유전자가 섞이더라도 극히 일부분에 국한되거나, 중복되지 않는다면, 아마도 희생의 우선순위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진화의 법칙은 냉혹하게 선별해 낸다.

 

오늘날의 기업들은 불리한 경영 환경에서 꼬리를 자르고 도망치는 도마뱀과 같이 행동해 왔다. 몸통을 살리기 위한 노력은벨딩 땅다람쥐가 다른 유전자 무리를 살리고자 하는 행동과 엇비슷해 보인다. 지금의 선택은 어쩔 수 없지만, 상황이 유리해 지면 다양한 유전자를 다시 소환해 내 수익사업으로 개발해 낼 수 있다는 판단이 앞서기 때문이다.

 

오늘날 세계적인 경영의 구루들은 대단한 통찰력으로 사업을 통합하고, 폐기사업을 선택하고, 인사나 총무부서 같은 보편적이며 범용적인 부서를 축소하고, 특정 나이대(주로 나이가 많은 선임자) 집단을 우선적으로 정리하는 면에서 이 법칙을 적용해 오는 것 같다.

 

그런데 문제는 경영에서는 그 같은 선택이 항상 올바른 것만은 아니어서 우리는 선택의 방식이 어느 하나의 희생을 통한 만인의 행복보다 더 현명하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생존은 궁극적으로 개별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비극이 놓여있다. 많은 경우, 기업들의 희생양 선택은 선택된 자에게는 비극적이지만, 인간은 이보다 좀 더 교묘하게 생존에의 방식을 찾고 있다.

 

인간이 지닌 총체적 능력이 어느 누구의 희생이 없더라도 경우에 따라서는 전체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사례는 이를 잘 보여준다.

 

전함 디어로지호

 

1943년 전함 디어로지호()가 독일 잠수함의 어뢰를 맞았다. 파도는 거칠고 바람은 거세게 불어오는 가운데 선원들은 부상을 입은 사해에서 가라앉은 듯 위태로운 작은 고무보트에 타고 있었다. 짧은 토론을 거친 끝에 그들은 이렇게 행동했다. 힘쎈 사람들이 배에 남아 물을 퍼내는 동안 다른 사람들은 교대로 뱃전에 매달리자! 이런 협업의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결국 모든 선원들은 구조됐다. 처음에 선원들은 전체가 죽지 않으려면 누군가가 희생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들은 인간이 짜낼 수 있는 슬기와 모험을 통해 정반대의 판단을 내렸다. “아무도 희생되어서는 안된다는 원칙은 놀라운 결과를 빚어냈다. 인간이며, 동시에 인간의 조직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던 것이다.

 

이들은 래드 플래그가 발동된 상황에서 위험이 다가올 시간과 생존에의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분석해 빠른 시간내 최적의 판단을 내렸고, 즉시 행동에 옮겼다. 물론 시간이 허락하지 않았다면, 결과는 벨링 땅다람쥐의 본능적 선택보다 훨씬 못한 결과를 가져왔을지 모른다. 그러나 노력 여하에 따라서 지구상 가장 고등 생물인 인간은 어느 생물보다도 가장 현명한 판단을 내릴 능력이 있다.

 

위기 상황에서 디어로지호의 선원들은 올바른 문제의식을 가지고 가장 현명한 의사결정을 내려 성공한 것이다. 모두가 윈-윈한 셈이다. 전함 디어로지호의 선원들은 우리가 판단의 상황에 접해 어떻게 선택해야 하는지 가장 훌륭한 방식으로 보여주었다. 희생보다 더 강한 것은 그런 환경을 극복하려는 의지이고 지혜이다. 이 또한 자연계가 인간에게 선물한 또 다른 진화의 법칙이 작용한 예인 것이다.

 

같은 상황에 처해 21세기 경영자들은 어떤 판단을 내릴까? 시시각각 변화하는 경영환경과 생존조건 앞에서 벨딩 땅다람쥐들의 사고를 하고 있을까, 아니면 디어로지호의 선원들과 같은 판단을 내리고 있을까? 경영자들의 예측되는 다양한 행동양태와 달리, 우리가 쉽게 빠져드는 경영의 구루들은 대부분 다람쥐 방식을 권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들에게는 인간이 인간을 설득해내서 감히 상상치도 못한 기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신념은 너무나 추상적인 것으로 보일 것이다. 이 시대를 풍비하는 서구적 경영이론의 한계이다.

 

전함 디어로지호의 선원들이 다 생존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인간의 놀라운 힘을 이끌어 내는 혁신적 사고가 있었고, 전원의 일치된 혼연일체의 리더십이 있었다. 경영상의 문제에 처해 디어로지호가 처한 상황처럼 위기의 순간에 필요한 것은 전혀 다른 시각에서의 현실인식과 창조적 사고다.

 

문제는 문제 자체가 아니라, 문제를 대하는 다양하고, 유연하며, 의지 에 가득 찬 접근법의 부재다. 그런 의미에서 굿바이 잭 웰치를 부르짖는 경영자가 있다면, 그처럼 훌륭한 경영자는 없을 것이다.

 

미래의 경영은 지금까지의 방식과 달리 벨딩 땅다람쥐 이상의 선택해야 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수많은 땅 다람쥐들의 선택을 살펴보면서 아직은 자신이 희생자가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행복해 하는 한 마리의 불쌍한 다람쥐가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한다. 분별없는 정치와 참정권 행사, 지역주의, 님비, 해고를 가져오는 구조조정 같은 것들은 모두를 살리는 적극적 생존법이 아닌, 나만 살겠다고 아우성치는 낮은 단계의 선택에 불과하다.

 

이것을 찬미하는 경영의 수준은 지금까지 우리가 목도한 어떤 위대한 경영자들도 한결같이 실행한 전형적인 모습이다. (최근 이와 달리 평생고용을 목표로 하고 있는 일본 미쓰이 공업의 야마다 사장의 경영 철학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오늘날 경영자들은 여전히 해밀턴 법칙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그들이 이런 선택을 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단언컨대, 자신은 포식자이지, 포식자 앞에 서는 다람쥐 꼴은 아니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결국 수많은 대안과 차선의 기회를 버리고 그들은 결국엔 선원들과 함께 수장되는 선택을 하고 있는 것 같다. 희생자의 죽음을 목격한 땅 다람쥐들은 어느 누구도 굴 밖으로 먼저 나가려고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경영에의 한계와 앞으로의 비전이 뒤섞이고 있는 대목이다.

 

 

<경영 구루들의 심각한 오류들>

오늘날 경영은 위험으로 가득 차 있다. 위험을 회피하려는 생존에의 욕구는 인간을 현재에까지 생존케 하고, 유지시켜 온 동인이다. 이 같은 위험은 경영 현장에 그대로 투영된다. 경기침체나 위기 때 마다 기업들은 식은 죽 먹기로 구조조정을 해대고, 이는 마치 가장 쓸모없는 직원들과 사업 부문을 솎아내는 것이 선택집중을 위한 경영으로 인식되고 있다. 경영의 마술을 펼쳐 보인 것으로 평가되는 구루들이 취한 방식이 대부분 이런 식이다.

 

기업을 경영하기 전에 인간을 경영하는 마인드가 없다면, 우리는 끊임없이 조직 내 쓸모없는벨링 땅다람쥐들을 양산해내게 될 것이다. 어느 하나의 선택보다는, 모두를 살리는 선택을 하는 조직은 탁월하다. 무한한 능력을 지닌 인간이기에 가능한 예를 우리는 전함 디어로지호의 선원들의 생존 투쟁과 승리에서 찾을 수 있다. 21세기 경영은 이 같은 선선(善善)의 선()의 경영을 추구하는데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자연과 마찬가지로 경영에는 무수한 래드 플래그가 펄럭인다. 그러나 정작은 본질이 그렇다기 보다는 부풀려지는 면도 없지 않다. 사회적으로 누군가의 희생이 끊임없이 요구된다면 그 사회나 조직의 갈등은 사라지지 않는다. 희생은 구원으로 환치될 수 있다. 경영의 수를 높이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 함께 사는 세상을 구현하는 인간적인 경영활동이어야 한다. 가장 인간적인 판단과 행동이 기업을 더욱 번영시킨다는 것을 오늘날의 황폐해져만가는 기업 환경과 경영활동은 잘 드러내 주고 있다.

 

사회적 문제 해결에 기업이 뛰어드는 것, 환경문제에 기업이 관심을 가지는 것, 봉사활동에 기업들이 적잖은 참여활동을 하는 것 등은 사회적 희생을 예방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래드 플래그는 그 자체로 위험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유발하는 우리의 사고와 시스템과 관례에서 나온다. 위험을 해소하는 방법은 이미 우리 자신이 알고 있다. 그것은 기업이 위치하는 곳과 본질을 외면해 온 우리 내부에 대한 재인식에 있다.

 

기업과 경영은 더 나은 세상을 구현해 낼 수 있다. 그러나 희생을 당연시한다면, 래드 플래그는 그치지 않을 것이다.

 

래드 플래그 제14법칙: 조직에서의 해밀턴의 법칙

미국의 저명한 경영학자인 허버트 사이먼은 의사결정에 대해 의사결정은 경영의 심장이며, 경영은 일련의 의사결정으로 이루어진다. 경영은 곧 의사결정이다라고 말한다. 모든 성공과 실패의 뒤에는 어떤 식으로든 의사결정이 작용한다는 것이다. 경영은 선택지를 두고 고민하는 과정과 같다. 최적의 의사결정을 위해서는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까?

 

 <징후 예측과 위험 발생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방법들 >

당신이 속한 조직은 올바른 의사결정을 내리고 있는가? 이를 위해 올바른 문제인식을 선행적으로 갖추고 있는가? 기존 사고에 사로잡혀 혁신적 사고의 가능성을 배제하고, 혁신이 자명한 결과내지, 구조조정이라는 의도된 목적으로만 활용되고 있지는 않은가? 만일 당신이 소속된 조직이 이와 같다면, 그것은 21세기 새로운 경영의 패러다임을 이끌 리더십이 아니라는 점을 여실히 드러내 준다.

 

혁신의 본질은 다양성을 희생 없이 공존케 함으로서 조직의 생명력을 더욱 강하게 드러내는 것이다. 자르고 베는 외과수술식의 경영이 아닌, 잉태하고 출산해 내는 산부인과식 경영을 이뤄 것이다. 21세기 경영의 철학은 죽임이 아닌, 살림의 경영이다. 가지를 치는 방식이 아닌, 가지를 북돋워 주는 것이다. 새로운 경영의 전형을 만들어 내는 기업들은 경영철학이 혼동에 빠진 시대에 새로운 상생의 등불이 되어 줄 것이다.

 

우리는 자연계에서 배운 경영의 법칙을 수용하기도 하지만, 인간이기에 극복할 수 있는 장애로 인식하기도 한다. 벨링 땅 다람쥐의 선택은 공동의 윈-윈 앞에서는 그다지 효용성이 없어 보인다. 우리에게는 기존의 진화의 법칙이 다 밝히지 못한 인간 고유의 무한한 창조적 능력이 내재돼 있고, 이를 경영에서 드러내야 하는 새로운 도전 목표가 있다.

 

래드 플래그를 인지하고 방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원천을 창조적 사고로 뛰어넘는 것도 우리 시대에 경영자가 해내야 할 목표이다. 우리가 염두에 두고 경영해 나가야 할 원칙이 바로 이것이며, 총체적 에너지를 자발적으로 경영현장에 집결시키는 방법이 이것이다.

 

 

<참고자료>

리 듀커킨, 동물들의 사회생활, 지호, 1999.

 

인문경영연구소, 전경일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