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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경영/이끌림의 인문학

햄버거와 밀크셰이크가 지구를 망친다

by 전경일 2016. 6. 23.

햄버거와 밀크셰이크가 지구를 망친다

 

미국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햄버거와 밀크셰이크가 준비될 때까지의 과정은 입이 떡 벌어진다. 농장으로부터 소비자에게 식품이 전달되기까지 각 재료들은 년 11500여 킬로미터의 거리를 30등분으로 구획해 온갖 포장 트럭이 실어 나르며 갖가지 재료들을 끌어 모은다. 그것들이 달려온 거리를 종합해 보면 다음과 같다.

플라스틱 스푼(매사추세츠주 윌민턴, 576)

종이냅킨(위스콘신주, 2160)

밀크셰이크(설탕-뉴올리언스, 2160)(수입 조미료-뉴욕, 32)(밀크-퍼드앰보이, 3)

피클스(매사추세츠주 리비어, 400)

쇠고기(캔자스시티, 2160)

밀가루(네브래스카주, 2470)

롤빵(매사추세츠주 퀸시, 376)

양파(뉴욕주 로체스터, 648)

소금(뉴욕주 시라큐즈, 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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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럭 총 수송 거리: 11,425 [단위: km]

햄버거와 밀크셰이크 하나를 만드는 데에 이처럼 엄청난 이동거리가 소요된다. 여기에 필요한 수송 차량인 트럭 대수도 놀랄만한 숫자다. 가장 흔한 재료인 달걀, 닭고기, 돼지고기, 쇠고기의 98퍼센트가 트럭으로 운반되고, 700만 대 이상의 트럭이 전국 각처의 농장과 집하장에서 시동을 건다. 이 숫자는 90년대 말 기준 미국 전체 트럭수의 대략 4분의 1에 해당된다. 미 정부 수송정책 특별조사위원회에서 내린 분석이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지금에는 어떨까? 세계적으로 교역량 증가로 트럭 운송은 더욱 증가하고 있다. 2012년 이후 트럭 생산도 전 세계적으로 27퍼센트나 늘어났다. 식재료 운송의 경우는 몇 배나 더 복잡하게 운영되고 있다. 식료품 가게나, 레스토랑, 혹은 일반 가정의 식탁에 놓이는 식재료들은 대부분 원거리에서 온 것들이다. 이런 현상은 금세기 들어 세계무역자유화 정책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내다보인다. 이제는 닭을 키우던 뒷마당이 국경인 것이다.

 

미국에서 사용되는 식재료 관련 부수 공산품도 가까이 멕시코나 캐나다는 물론, 유럽과 아프리카에서 운반되는 물품이 허다하다. 온갖 향료들, 통조림에 든 정어리 따위도 이런 것들이다. 또 동남아와 중국 등지에서 들어오는 한 끼 식사를 위한 온갖 공산품도 마찬가지다. 이들의 종류와 물량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이 물건들의 운송 거리는 홍콩에서 뉴욕을 기준으로 하면 대략 13천 킬로미터를 쉬지 않고 달려온 것들이다. 각국에서 모아진 식재료와 공산품 거리까지 합하면 각 재료들은 최소한 15천여 킬로미터를 달려 뉴욕의 식료품상에 진열되고 최종적으로 식탁에 놓인다.

 

운송수단인 트럭을 만드는 것도 만만치 않다. 차량 제작에 필요한 부품재료들은 더 먼 곳에서 온다. 절단이나 연마를 위한 다이아몬드, 페인트나 래커를 위한 야자유, 철사를 보호하기 위한 밀랍 등 다양한 재료들과 가장 기본적인 원료 중에서 철, 강철, 고무, 유리 등도 전 세계에서 모여든다. 물량만 해도 수십억 톤이다. 니켈을 만들기 위해 강철 합금과 도금이 필요한데 이런 소재는 캐나다, 노르웨이, 영국 등지에서 들여온다.

 

뉴욕의 한 가게에서 햄버거와 밀크셰이크를 만드는 데 간단히 몇 가지만 따져도 이토록 엄청난 거리와 재료들이 요구된다. 이것이 끝도 아니다. 세계 각국의 재료가 모아지기 위해선 엄청난 자본주의적 파워가 발휘되어야만 한다. 노동과 임금 간 불균형, 노사 문제, 무역 갈등 등이 첨예하게 표출된다.

 

이런 과다 운송에 들어가는 거리를 줄이기 위해 1990년대부터 등장한 개념이 바로 로컬 푸드(Local Food)근거리 먹거리 문제다. 이와 더불어 생겨난 개념이 푸드 마일(Food miles)이다. 푸드 마일이란 음식이 생산된 시간부터 소비자에게 도달할 때까지의 운송 거리를 가리킨다. 최근 들어서는 지구 온난화 영향으로 식재료의 운송거리를 줄이려는 시도가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 지속가능한 농업과 환경과의 조화란 차원에서 착안된 것이다. 이후 식재료의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지구 온난화를 측정하는 주요 지표로 인식되어 쓰이고 있다.

 

어떤 학자들은 푸드 운송 시간이 늘어난 것은 세계화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세계화가 진행될수록 엄청난 양의 식자재가 국경을 제 집 담 넘듯 하는데, 이때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것이 이산화탄소(CO2)이다. 다른 한편, 대체로 음식 때문에 생기는 온실 가스의 대부분은 생산 단계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체 이산화탄소 방출량의 83퍼센트가 여기서 발생한다. 장거리 운송이 지구 온난화의 주범이 아니라는 주장의 근거다. 이를 밑받침해주듯, 영국에서는 농산물 관련 이산화탄소 방출량이 음식 사슬(소매, 포장, 비료 생산 등)의 약 40퍼센트를 차지하지만 운송 중 생기는 방출량은 단지 12퍼센트에 불과하다. 푸드 마일이 지구 온난화의 주범이 아니라는 얘기다

 

식자재 운송 방법도 주요 고려 사항이다. 식재료가 얼마나 멀리 운송되었는가 보다 푸드 체인의 모든 부분에서 운송 방법이 더 중요하다. 예컨대 도로를 통한 운송은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할 때보다 훨씬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도로가 60퍼센트, 항공이 20퍼센트, 철도와 선박이 10퍼센트 순이다. 영국 환경식품농무부 분석에 따르면, 영국 내에서만 푸드 운송에 년 간 150억 달러가 소요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와 다른 주장도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은 소비자가 차를 타고 쇼핑을 하러 갈 때 더 많이 발생하지, 첫 운송 장소에서 여타의 교통수단에 의해 운반될 때 더 많이 발생하는 게 아니라는 주장이다. 심지어는 푸드 마일 컨셉이 소비자들을 잘못 인도하고 있다고 한다. 여기에는 운송 크기와 생산 단위가 제대로 반영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카네기 멜론대의 조사에 의하면, 식재료 운반이 가져오는 온실 가스는 단지 4퍼센트 밖에 안 된다. 채소를 많이 먹는 것도 그 채소가 장거리 운송 하에 식탁에 올라 올 수 있기 때문에 로컬 푸드를 먹는 것보다 온실가스 감소에 별로 도움이 안 된다고 한다. 예를 들어 1갤런의 휘발유를 사용한다고 할 때 대형 수송 수단을 쓰면 5킬로그램의 육류를 수송하는데 97천 킬로미터나 이동시킬 수 있지만, 고객 개인이 운반하면 단지 64 킬로미터 밖에 움직이지 못한다. 따라서 온실가스 배출과 관련되어 식재료는 그것이 어디서 생산되었는지 와 운송 수단, 크기, 방법 및 조리 방식 등에 영향 받는다.

 

환경 평가 결과를 보면 식재료가 어떻게 생산되고, 생산에 얼마나 많은 에너지가 쓰였는가 아는 것이 주요 고려 사항이다. 최근 조사에 의하면, 스페인에서 자란 토마토를 영국에 수출하는 것이 영국의 농장 온실에서 생산하는 것보다 이산화탄소가 적게 발생한다. 영국에서는 식육과 낙농, 이 둘이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8퍼센트나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것은 한국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먹거리의 80퍼센트가 외지에서 흘러들어 온 것으로 그것들은 엄청난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고 대형 마트에 진열대에 놓인다. 그러다 마지막으로 각 가정의 저녁 식탁에 놓이는 것이다

 

음식이 생산된 시간부터 소비자에게 도달할 때까지의 운송 거리를 푸드 마일이라고 한다면, 식재료든 공산품이든 일정한 물건을 만드는데 사용되는 물의 양을 가상으로 환산한 것을 물발자국(water footprint)' 또는 '가상수(假想水, virtual water)라고 한다. 물발자국은 소비하는 곡물의 양, 계란의 수, 고기와 과일 소비량, 하루 중 마시는 커피의 양과 제품 소비액 등 사용량에 실제로 눈에 보이는 물의 사용량을 합해서 구한다. 예컨대 밀 1톤을 생산하는데 1백만 리터의 가상수가 들어갔다면, 한국은 가상수를 1백만 리터 수입하는 꼴이다. 물발자국 개념이 주목받는 것은 세계적인 물 부족 현상에 기인한다. 따라서 물발자국은 물의 이동성을 가중시켜 전 지구적으로 물의 양적 관리에 큰 영향을 미친다.

 

  

  지도상의 화살표는 1995에서 1999년 사이 지구상의 13개 지역의 가상수 이동 상태를 보여주고 있다. 녹색은 가상수 수출국, 붉은 색은 수입국이다. 우리나라는 수입국에 해당된다. 전 세계 국가 간 가상수 교역량의 67퍼센트가 곡물, 23퍼센트가 일용공산품, 10퍼센트가 산업용품의 교역에 쓰였다. 가상수를 수입하는 국가는 일본, 스리랑카, 이탈리아 등이고, 수출국은 미국, 캐나다, 호주, 아르헨티나, 타일랜드 등이다. 가상수 이동은 국가 간 무역품의 종류와 재화의 이동도 엿볼 수 있는 주요 자료로 활용된다. Source: A.Y. Hoekstra and P.Q. Hung Virtual water trade: A quantification of virtual water flows between nations in relation to international crop trade, International Expert Meeting on Virtual Water Trade Reports, IHE Delft, Netherlands, 12-13 December 2002.

 

물은 생명체에는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자, 천연재이다.보이지 않는 물 가상수를 쓴 런던 킹스 칼리지의 토니 앨런 교수에 의하면 햄버거 하나를 생산하는 데에 3000리터의 물이 필요하고, 밀크셰이크 한 잔을 생산하는 데에는 1000리터의 물이 필요하다. 밀크셰이크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우유 1리터를 생산하는 데에는 2000리터 이상의 물이 들어가고, 1킬로그램의 치즈를 생산하는 데에는 5000리터의 물이 필요하다. 설탕 1킬로그램에는 3000리터의 물이, 커피 1킬로그램에는 2만 리터의 물이 필요하고, 토스트 한 쪽에는 150리터, 밥 한 그릇에는 100리터의 물이 들어간다.

 

아침 식단의 빵을 만드는 밀 1킬로그램을 생산하려면 1000리터의 물이 필요하고, 밥을 먹게 하는 쌀을 생산하는 데에는 1000리터에서 5000리터의 물이 사용된다. 또 쇠고기 1킬로그램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물 24천 리터가 필요하다. 2000년 현재 식재료를 만드는 데 쓰이는 가상수는 1340 제곱킬로미터에 달한다. 실로 막대한 물발자국이 모든 식품 및 공산품 생산에 사용되는 것이다. 물발자국 문제를 보다 정치적인 사안과 결부시키자면, 한국 전쟁 중 한반도 영토에 투하한 전체 폭탄 38만 톤의 생산에 들어간 가상수를 예측해 보면, 한반도는 노아 시대의 대홍수를 겪은 것과 바를 바 없을 것이다. 물을 불로 환원시켜 퍼부은 인간 재앙이다.

 

우리는 자연이 무한정하다는 오만을 버려야 한다. 푸드 마일, 물발자국 같은 개념과 함께 등장하고 있는 생태발자국, 탄소발자국 같은 신조어 출현에 바짝 긴장할 필요가 있다. 물은 수도꼭지를 틀면 무조건 쏟아져 나오는 천연 자원이 아니다. 아프리카 어느 지역에서는 1인당 하루 4리터 이하의 물만을 소비하고 있다. 한 사람이 하루에 마시는 물은 많아야 5리터지만, 5리터의 물을 구하기 위해 10킬로미터를 걸어가서 구해 와야만 한다. 반면, 미국에서는 하루에 인당 약 7200리터 정도의 물을 소비하고 있다. 이중 6400리터가 농업 및 공업용수임을 반영할 때 인당 약 800리터의 물을 쏟아 붓고 있는 셈이다.

 

지구상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은, 어느 곳에서 넘치는 현상은 다른 곳에서 발생하는 기근과 무관하지 않다. 어느 곳에 집중되는 부는 다른 어느 곳에 만연한 빈곤과 긴밀한 관련 있다. 이 불균형이 자연계라면 자정 작용에 의해 균형을 맞춰나가지만 인간에 의해 촉발될 때에는 심각한 사회 문제를 야기한다.

 

인간이 이 지구라는 행성에서 더 오래 살려면 지금보다 훨씬 겸손한 태도를 취해야 할 것이다. 햄버거와 밀크셰이크를 만드는데 사용되는 엄청난 거리, 석유 자원, 물발자국은 인젠가 부메랑이 되어 대재앙으로 돌아온다. 이것을 위해 지금 당장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욕조에 똑똑 떨어지는 수도꼭지를 잠그는 것이다. 이것보다 지구를 위한 직접적이고 효과적인 작지만 위대한 행동은 없다. ⓒ인문경영연구소, 전경일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