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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경영/남자, 마흔 이후 | 마흔 살의 우정

둑을 잘 지킵시다

by 전경일 2018. 5. 16.

둑을 잘 지킵시다

 

요즘엔 각종 보험, 연금이 노후 생활의 안정을 도모할 수 있다고 앞 다퉈 선전하고 있다. 경제적 측면에서는 보험사나 연금사가 몇 가지 주요 변수를 제어할 수만 있다면, 지금 하는 얘기는 보다 더 설득력 있게 들릴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인플레이션이나, 물가상승, 금리 변동, 기금 운영의 안정성 같은 것들 말들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요소가 상수 아닌, 변수라서 떨떠름하다. 그럼에도 이 같은 연금, 보험은 외면할 수 없는 노후 준비 방법임에는 부인할 수 없다. 급여의 일정 부분을 이런 상품에 선투자 하는 것은 현재를 적립해 미래의 구난조치를 받으려는 것 아닌지.

 

그런 생각을 하니 마치 폭풍우 이는 먼 바다를 항해하는 가랑 잎 배가 연상된다. 일엽편주, 그게 인생 아닐까.

 

보험이나 연금 같은 것 말고도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엔 무엇이 있을까? 인생의 굳건한 안심보험은 무엇일까?

 

주변에서 흔히 목격하는 바이지만, 나이 들며 각고의 노력 끝에 쌓아가는 자기 내공이라는 생각이다. 마음의 내공, 삶의 과정에서 만나게 되어 있는 온갖 희노애락에 대해 굳건한 자기 의지, 마음을 다스리는 능력 말이다. 마음을 잃어버린 사람들은 자기를 찾을 길 없다. 자신과 굳건한 관계를 맺는데서 우리는 힘든 인생이지만, 훌륭히 살아가는 중년의 나를 만나겠금 되어 있다. 과거는 바꿀 수 없으므로, 지금부터 전진시키면 된다.

 

내 친구는 그런 상태를 가리켜 터지려는 둑방을 온 몸으로 막는 것이라는 표현을 쓴다. 건강, 직업, 가족, 정서적 안정, 은행잔고 등등 우리가 살며 막아내야 할 생활의 요소들이다. 생활요소가 계속 도전을 받고 있는 가운데 겹겹이 밀려오는 파도를 막아내는 것은 결코 작지 않은 일이다. 따라서 둑방을 자기가 지켜내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몸으로 터지려는 둑을 막았다는 네덜란드의 한 소년 이야기를 떠올려서 그런지, 친구의 비유는 막 터질 것 같은 둑방 위에 서 있는 듯한 생생한 느낌이 들었다.

 

어느 곳에서는 물이 넘치는 일도 있겠지만, 자기가 온 몸으로 막아 내기만 하면 그 둑방은 지켜내게 되어 있다. 삶에 대한 내공은 그럴 때 생긴다. 마음, 그걸 만약 정신적 상태라는 말로 표현한다면 결국엔 자기 할 나름이겠지. 그런 과정이 한 차례 끝나면 우리는 평온한 바다를 바라보는 노년에 이미 이른 게 되는 것이지.”

 

중년이란 나이에 접어들며 적지 않은 도전과 맞닥뜨린 친구가 하는 얘기였다. 마음의 평온이 모든 걸 결정하는 것이라고.

 

우리는 살며 거센 도전에 직면하게 되는데 대부분의 그것들은 절제되지 못한 거칠고 졸렬한 심적 상태에서 출발한다. 야망이니, 욕심이니 하는 보다 격정적인 단어들은 이제 적당히 다스릴 줄 알아야 한다. 정서적 안정은, 그런 의미에서 아름다운 노년을 준비하는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 된다.

 

마음의 중심에서 우러나오는 절제, 통제력은 인생의 깊이를 더 해 나가는 게 중요한 기준이 된다. 바다를 향해 항해하는 배가 너무 가벼울 때면 돌을 넣어 무게를 더하듯, 안정된 상태를 취할 수 있을 때 우리는 중년 이후의 더 거친 바다를 항해해 나갈 수 있다. 표류와 항해의 차이는 누구나 알지 않은가.

 

출세의 허상보다는, 행복한 가정생활에 더 큰 의미를 두어야 하는 것은 생애의 주요한 목적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돌보지 않고, 홀로 질주만 하는 인생에게 참다운 동참자를 찾기란 쉽지 않다. 우리를 지켜주는 둑이 터져 버리면, 그 위에 쌓은 모든 탑은 무너져 버리고 만다. 가족과 가정은 앞으로 30년 살기 위한 나를 지키는 가장 최전방에 놓여 있는 둑이다.

ⓒ전경일 인문경영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