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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경영/삼국지에서 배우는 경영

인정에 이끌려 양양 9개 군을 잃은 노숙과 제갈량의 협상법

by 전경일 2018. 7. 26.

인정에 이끌려 양양 9개 군을 잃은 노숙과 재갈량의 협상법

 

삼국지세계에서 적벽대전 이후 주유는 노숙을 보내 유비에게 형주를 돌려달라고 한다. 그러자 유비는 유기가 죽으면 돌려주겠다고 말한다. 주유가 노숙에게 젊은 사람이 언제 죽을지 아냐며 꾸짖자, 노숙은 유기가 주색에 빠져 얼굴이 검어 반년을 넘기자 못 할 거라고 말한다.

 

마침내 유기가 죽자 동오에서는 노숙이 방문한다. 공명은 노숙이 왔다는 말을 듣고 유비와 함께 성문 밖까지 나가서 그를 맞이했다. 유비와 공명은 술상을 내어 노숙을 대접했다. 몇 순배 술이 돌자 노숙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찾아 온 목적을 말하려는 것이었다.

 

노숙: 전에 유 황숙께서 말씀하시기를, ‘공자가 계시지 않게 되면 형주를 돌려주겠다고 하셨는데, 이제 공자께서 돌아가셨으니 형주를 동오에 돌려주시리라 믿습니다. 언제쯤 돌려주시겠습니까?

 

공명: 자경은 이치가 통하지 않는구려! 우리 주공께서는 지금 황제의 숙부가 되시는 분이고 유경승은 우리 주공의 형님이 되시는 분인데, 아우가 형의 유업을 잇는 것이 무엇이 잘못되었단 말이오? 그리고 노숙 공의 주인이신 손권은 일찍이 조정에 공을 세운 바 없이 지금 681주를 점거하고 있지 않소. 지난번 적벽 싸움 때에도 우리 주공의 수고가 많았는데, 어찌 동오의 손권의 힘으로 승리를 얻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내가 만일 동남풍을 빌지 않았더라면 주유는 반푼어치도 공을 세우지 못했을 것이 아닙니까?

 

노숙: 공명의 말은 억지요, 그렇게 말씀하시면 제가 난처한 입장에 처하게 됩니다. 전날 유 황숙께서 당양에서 난을 당했을 때 강을 건너 우리 주공을 만나게 했던 사람이 바로 저요. 후에 주유가 형주를 치려고 할 때 그를 막은 것도 저였소. 또 유 황숙께서 공자 유기가 돌아가시면 형주를 동오에 내놓겠다고 말씀하시도록 다리를 놓았던 사람도 역시 나였소. 그런데 이제 와서 전에 한 말을 모르겠다고 한다면 제가 무슨 낯으로 주공과 주유를 만날 수 있겠습니까?

 

공명: 조조가 100만 대군을 거느리고 천자의 이름을 빌려 천하를 호령하는 것도 가소로운 데, 내가 애송이 주유를 두려워할 까닭이 있겠소? 공의 입장이 그토록 난처하시다면 내가 우리 주공께 여쭈어 잠시 동안 형주를 빌려 터전을 삼았다가 따로이 성지를 마련하는 대로 형주를 동오에 돌려주겠다는 내용의 편지를 쓰시도록 할 터이니, 그것을 가지고 동오로 돌아가는 게 어떻겠습니까?

노숙: 공명께서는 어느 곳을 얻은 후에 형주를 동오에 돌려주려고 하십니까?

 

공명: 조조가 버티고 있는 중원은 지금 취하기 어려우니 유장이 지키고 있는 서천을 도모코자 합니다. 서천을 차지하면 언제든지 형주를 반환하도록 하겠습니다.

 

노숙은 달리 도리가 없어 공명의 말에 따르기로 했다.

 

공명: 노숙 공께서도 보증인으로 서주신다면 손권께서도 문서를 받아보시고 퍽 기뻐하실 것입니다.

 

노숙: 제가 알기로 유 황숙은 어질고 의로운 분이니 약속을 지키시리라 믿습니다.

노숙은 서명한 문서를 들고 가서 주유를 만났다. 문서를 접하자 주유는 발을 구르며 노숙을 꾸짖듯이 말했다.

 

주유: 공께서는 제갈량의 지모에 넘어갔구려. 명분은 땅을 빌린다고 하나 그 실상은 먹어버리려는 속셈이오. 서천을 취하면 형주를 내놓겠다고 하지만 어느 천년에 서천을 취하겠소? 이따위 문서 조각을 뭣에 쓰겠다고 가지고 오셨소?

 

노숙은 주유의 말을 한동안 듣고 있더니 입을 열었다.

 

노숙: 유현덕이 나를 버리지는 아니할 것입니다.

 

주유: 자경은 참으로 고지식한 사람이구려.

 

제갈량은 슬기로운 전략으로 형주 땅을 지켰으니 촉의 일방적인 완승이었던 셈이다. 게다가 뒤에 주유가 형주를 얻기 위해 손권의 여동생 손상향을 유비에게 시집보낸다는 구실로 유비를 동오로 초대한 후 인질로 잡아 형주를 돌려받으려 하자, 공명의 계략으로 유비는 손상향과 결혼하여 형주로 돌아오니 형주 이야기는 공명의 협상술이 빗어낸 완판 승부라 하겠다. ⓒ전경일 인문경영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