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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강의/세종 | 창조의 CEO

[창조의 CEO 세종]『신 용비어천가』에 대한 명상: CEO란 무엇을 하는 자인가?

by 전경일 2009. 2. 3.

 

후대 CEO들을 위한 지침서를 만들다


우리가 잘 아는『용비어천가』의 110장에서부터 124장을 가리켜 이른바‘무망장(毋忘章)’ - 또는‘물망장(勿忘章)’- 이라 한다. 이 말은 쉽게 말해 다른 것은 다 잊어 버려도 요 장(章)만은 ‘잊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과연 이 장들에 무슨 내용이 있길 레 ‘결코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일까?

 

이 부분이 바로 세종이 후대 CEO들에게 말하고 싶은 핵심 내용인 것이다. 각 장들에서 세종은 후대 CEO들이 국가를 경영함에 있어 반드시 지켜야 할 기본 원칙들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천명과 민심에 근거한 경영, 창업 정신을 잊지 말라는 후세 CEO들에 대한 경계와 부탁의 말, 그들의 의무 등이 바로 그것이다.

 

 

 

 

창업과 수성의 어려움을 잊지 말아라

 

세종이 특별히 이 장들을 넣은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다름 아닌, 그의 경영 원칙 및 경영 정신을 후대에 지속적으로 유지시켜 나가고자 하는데 목적이 있다. 그는 창업만큼이나 수성이 어렵다는 것을 역사를 통해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리하여 후대 CEO들이 아침 저녁으로 읽고 깨달아 국가 경영 활동에 거울이 되게 할 하나의 교육용 지침서가 필요했던 것이다. 그것도 딱딱한 이론서가 아니라, 쉽게 쉽게 읽어 내려가되 마음속에 되새길 수 있는 그런 형식의 글이어야 했다. 그리하여 그는 자신이 목표로 했던 창업과 수성이 ‘뿌리 깊은 나무’와 ‘샘이 깊은 물’이 되어 계속 후세로 이어져 나가기를 간절히 기원했던 것이다. (『용비어천가』는 실제 조선의 마지막 CEO라 할 수 있는 고종 때까지 언급될 정도로 롱런한 창업과 수성을 위한 CEO의 다이어리이자, 동시에 경영의 대서사시였던 것이다. 그것은 실로 경영학 분야의 스테디 셀러였다. )

 

 

 

 

그리하여 『용비어천가』는 훗날에도 지속적으로 CEO들에게 읽히고, 또 언급되기까지 한다. 그것은 경영의 산 교재였다. 그리하여 한참 뒤 영조는『용비어천가』를 읽다가, “지금 우리 시조는 경흥(慶興)에 산다”는 대목에 이르러, ‘백두산이 우리나라 산이 된다는 명백한 증거가 여기 이렇게 있지 않느냐’며 곧바로 신하들에게 지시해 백두산에서 제사를 지내 추모토록 한다.

 

또 뒤를 이어 정조는 창업 할 때의 성서로움을 기념하고자 기념각(閣)을 세우게 했다. 또 현종은 한발 더 나아가 『용비어천가』의 내용을 근거로 국가 CEO가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적어 수시로 참고하였고, 또 한 참 뒤에 고종은 구한말의 어지러웠던 시기에 『용비어천가』를 접하게 된다. 그 무렵 영의정 이유원이 『용비어천가』의 125장을 가리키며 나라를 세우던 어려운 시기를 생각해 그 덕을 계승하고 하늘을 공경하고 백성을 위하여 후세에 까지 공적이 남도록 하기 위해 국가 CEO로서 노력하고 또 노력하라고 청하자, 고종은 이를 들으며 자신의 경영에 대해 뼈저리게 반성했던 것이다. 구한말, 그 위태로운 상황에서 『용비어천가』의 ‘무망장’을 읽으며 고종이 무슨 생각을 했을지는 너무나도 자명한 일이다.  

 

여기서 제3장은 살펴 보면 다음과 같다.

 

 

 

 

“周國大王(주국대왕)이 빈谷(빈곡)애 사라샤 帝業(제업)을 여르시니. 우리 始祖(시조)ㅣ 慶興(경흥)에 사라샤 王業(왕업)을 여르시니.”

 

 

 

 

내용인 즉, 주나라의 왕인 고공단보가 빈곡에 살면서 제업의 기초를 닦았듯이, 우리 시조인 목조가 경흥에 살면서 왕업의 기초를 닦았다는 얘기다. 실제 목조는 전주에서 살다가 삼척을 거쳐 함경도 덕원부로 옮겨 가 살았다. 이때 자신을 따르는 백성 170여 호를 데리고 이주하였고, 그 뒤 원나라에 귀화하여 경흥 동쪽으로 이사했는데, 거기에서 원나라로부터 벼슬을 받아 동북면의 민심을 사로잡았다. 이것이 바로 조선 창업의 기초가 되었던 것이다. 즉, 작으나마 자신을 따르는 백성들을 얻었고, 기존 강자 편에서 인정받아 세력을 얻는 계기를 잡았으며, 그다지 눈에 띄이지 않는 변방에서부터 자기 세력을 서서히 구축해 나갔던 것이다. 이는 국가 창업이나 기업 창업 및 경영에 있어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렇듯 세종은 그 자신의 경영 원칙을 후세에 지속적으로 전하기 위해 실로 강력한 지침서를 만들어 남기고, 또 전했던 것이다. 그것이 바로『용비어천가』가 였다. 그리하여 그 마지막 장에 만일 후대 CEO들이 누인개국(累仁開國)의 취지를 알고, 국가경영에 있어 정말 경천근민(敬天勤民)해 임하지 않으면 국가 CEO라고 할지라도 퇴출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명심시키고 있는 것이다. 사실『용비어천가』는 세종이 이런 얘기를 하기 위해 쓰여진 것이다.

 

 

 

 

<무망장의 경영학적 해석>

 

   CEO의 다이어리라고 할 수 있는 이 ‘무망장’의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세종은 후대 CEO들에게 창업 시기의 CEO들이 기반을 다지기 위해 얼마나 고생 했는지를 얘기하고 있다. 그리하여 그는 제110장에서 그들이 겨우 몇 간이나 되는 집에서 살았는지 너희들이 아느냐, 그들은 짚을 덮은 집조차 없어서 움막에서 살기도 했고(제111장), 군대 행렬을 따라 다니느라 갑옷을 벗어보지도 못하고 잠을 자기도 했고(제112장), 싸움터에 나가 밥을 먹지 못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지금 너희들이 궁궐에서 호의호식한다(제111장, 제113장) 하여 창업 시기의 어려움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더구나 창업 CEO인 태조는 싸움터에서 입은 상처로 온 몸에 상처가 아닌 곳이 없을 정도였으니, 너희들이 지금 군사 호위를 받고 있다 하여 이를 잊으면 안된다(제114장)고 세종은 분명한 어조로 말하고 있다. 그럼에도 창업자들은 항시 자신의 공에 겸손했고(제118장), 비록 형제의 변이 있긴 했어도 사이가 좋아 허물이 없었으니, 너희들도 간사한 무리들로부터 이간을 당하지 않도록 조심할 것이며(제119장), 또 백성들로부터 세금 거두어 들임에 있어 가혹하게 하지 말며(제120장), 신하들이 잘못한 것도 다 잘 해보려고 하다가 그런 것이니 이를 너그러이 받아주고(제121장), CEO로서 배움을 게을리 하여 소인배에 휘둘림을 받지 않도록 조심하고(제122장), 무고함을 경계하고(제123장), 유교적 가르침에 따라 국가 경영에 있어 자기중심을 반듯이 잡아 나가(제125장), 성군으로 백성을 부지런히 돌보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후대 CEO들이 만일 그렇지 못하다면, 너희들이 CEO의 자리에서 쫓겨 날 때 전대 CEO의 덕을 믿어 보아야 그것은 아무런 소용도 없는 것이라는 점은 세종은 분명히 주지시키고 있다. 이것이 바로 국가CEO가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이다’라고 세종은 마지막으로 그들을 훈계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무망장’의 내용이다.

 

 

 

 

 

[세종으로부터 배우는 경영 정신]

 

* 차기 CEO감을 제대로 뽑고, 이를 육성하라. 그것이 당신이 훌륭한 CEO였다는 평가를 받게 한다.

 

 

 

 

* 시대에 맞는 CEO를 선정하라. ‘문무(文武)’는 때로 어느 시기에는, 다른 어느 것이 더 우선시 되거나, 요구될 수도 있다.

 

 

 

 

* 똑똑한 CEO를 뽑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CEO 선정에는 기초 체력 및 다방면에 걸친 종합 테스트가 병행되어야 한다.

 

 

 

 

* 차기 CEO를 후원하라. 그것이 당신이 베품을 받았던 것을 다시 베푸는 것이다. 그것은 매우 순환적이며, 자연스러운 것이다.

 

 

 

 

* 가정이 편안하고, 주변 환경이 잘 정돈된 CEO를 뽑으라. 그렇지 않다면, 그는 업무 외적인 부담이 너무 커  제 능력을 발휘하기 어려울 것이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는 경영에서 만고의 진리다.  

 

 

 

 

* 명분에 근거해 CEO를 뽑고 나면 훗날 반드시 불씨가 된다. 철저하게 능력주의에 근거해 뽑으라.

 

 

 

 

* 주변의 경영권 도전 세력을 유심히 살펴라. 그것은 차기 CEO 육성책 만큼이나, 책임자에게 전임 CEO가 만들어 놓은 환경을 넘겨준다는 차원에서 중요하다.

 

 

 

 

* CEO의 다이어리에 담을 ‘무망장(毋忘章)’의 내용을 남기고, 이를 전하라. 거기에는 반드시 창업 정신이 충분히 인식되고, 계승되어 있어야 한다.

 

 

 

 

* 후임 CEO도 다음 CEO의 긍정적인 레퍼런스가 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그것이 바로 경영자의 모습이라는 것을 항시 각성하라.

ⓒ전경일, <창조의 CEO 세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