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는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무엇보다도 경영의 최전선에 서 있는 사람이다. 제도와 틀을 만들고, 여기에 적응해 가는 사람이며, 동시에 그것을 전하는 사람이다. 이 모든 것에 CEO는 관계한다. 그만큼 그가 하는 일은 많다. 그의 목적은 경영 목표와 일치한다.
하지만, 각 개인별로 경영수준과 성과는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그가 보여준 성과(performance)는 CEO를 평가하는데 하나의 기준이 된다. 이런 평가는 자신의 직분을 제대로 아는 데서 출발한다.
그렇다면 세종은 어떠했을까? 결론적으로 얘기하자면, 세종은 무엇보다도 국가 CEO의 자질과 능력을 새로운 경지로 끌어 올렸다는 차원에서 ‘남’ 다르다.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세계 역사상 그와 같은 업적을 이루어 낸 국가 CEO는 어디서고 쉽게 찾아지지 않는다. 어느 한 두 가지가 만족스럽다면, 어느 한 두 가지는 결정적인 결함을 갖고 있는 CEO는 많다. 그러나 세종은 모든 면에서 그러한 기준을 뛰어 넘었다. 스스로 자신이 누구인지, 역할이 무엇인지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는 참으로 ‘국가 경영이 뭔지 제대로 알고 있는’ CEO였던 것이다.
불멸의 CEO로서 세종
이 세상에 없어지지 않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인간의 정신이다. 불멸의 신화로 남아 있는 것들은 하나같이 인간의 정신으로 남는 것이지, 다른 어떤 것으로도 남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세종의 정신은 더욱 빛을 발한다.
세종시대 최대의 주역은 세종 자신
신생 조선의 창업에서 수성으로 이어지는 그 시기에 전임 CEO인 태종은 실로 고민이 많았을 것이다. 과연 누가 차기 CEO감으로 적임자일까? 고심 끝에 그는 가장 베스트 초이스를 하게 된다. 그것은 많은 출혈을 감당한 선택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올바른 선택이었다. 그 수혜자가 바로 세종이다.
그 때에는 무엇보다도 백성의 마음을 추스리는 일이 가장 급선무였고, 이에 가장 걸맞고, 이를 가장 잘 소화해 낼 수 있는 인물로 세종이 인정되었다. 더구나 그는 시대적 요구와 정확하게 맞아 떨어졌다. 그리하여 세종이 CEO가 된 것은 신생 조선이 나라다운 나라가 되고, 일을 더 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였다. 이러한 사실을 알고 세종은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였다. 아니, 오히려 준비했다고 할 수 있다. 그리하여 그는 전임 CEO가 생각했던 경영의 단계보다 훨씬 더 차원 높게 이를 뛰어넘어 모든 백성들과 후세에 이어지는 인프라와 시스템을 만들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다음 세대의 운명을 바꾸어 버렸다.
영원한 경영의 승자
세종이 경영에 있어 ‘영원한 승자’인 것은 실행력에 의해 그를 대신한 시스템이 영구히 작동되도록 한데 있다. 세종은 한 나라가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영속성을 가져오게 한 CEO였다. 왜냐하면 그의 경영은 겨레에 얼을 심어 놓은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그는 역사상 그 누구도 자신이 통제할 수 없었던 역사의 자신에 대한 평가 즉, 명예를 항구적으로 통제할 수 있었다. 이 점이 그의 이름을 더욱 빛내도록 해 주었다.
‘근원적인’ 경영에 이르다
더불어 세종의 탁월한 경영 능력은 바로 ‘통합’에 있었다. 그것은 성격이 다른 각 집단을 조정하는 조정 능력뿐만 아니라, 멀리 중국을 통해 이슬람으로부터 흘러 들어오는 문화를 통합하는데 까지 이어졌다. 그는 신생 조선을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업-그래이드해서 자신의 조선 경영에 있어 장기적인 성공을 약속했다. 더구나 모든 성과에 있어 그의 성공은 ‘근원적’이었다. 물론 이는 당대에는 ‘근본적’인 문제를 터치한 것이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이것은 후세에 ‘근원적’인 것으로 평가되었다. 이것이 그의 경영을 차원이 다르게 만들었다.
세종 자신이 브랜드였다
세종은 CEO로서 오늘날에 있어서도 결코 퇴색한 이름이 아니다.『용비어천가』를 통해 세종은 자신을 역사에 남기고 PR하는 방법을 너무나 잘 표현해 냈다. 그에게 있어 오늘날 얘기하는 브랜드 관리 시 ‘동일화(identification)’와 ‘차별화(differentiation)’ 요소는 정말 훌륭히 표현되었다. 그리하여 누구나 ‘세종’이라는 브랜드를 듣자마자, 그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 이름은 다른 CEO들과 어떻게 다른지를 너무나 잘 인식하게 하고 있다. 이것은 조선 전체를 통 털어 어떤 CEO들도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은 데서도 나타난다. 나아가 오늘날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서도 마찬가지로 잘 드러난다. 심지어 그는 만원권 지폐의 주인공이 아닌가! 이는 그 자신이 CEO로서 자기 관리가 경영의 주요 요소라는 것을 너무나 잘 인식하고 행동한데 기인한다. 더불어 CEO로서 자신의 개성ㆍ친근성ㆍ혁신성ㆍ리더십ㆍ책임감 같은 덕목이 그의 브랜드를 더욱 빛나게 했기 때문이다.
세종은 자기 자신을 파트너로 생각했다
세종의 민주적 사고와 절차는 수많은 사례들에도 그대로 나타난다. 그는 명령을 내리는 CEO였으나, 동시에 자신뿐만 아니라, 팀원들을 파트너로 생각하고 행동했다. 나아가 신하를 자신과 같은 하나의 인재로 생각해 같은 멘토와 리더로 격상시켜 받아들였다. 이러한 평등성은 그로 하여금 보편적이며 전문적인 뛰어난 인재들을 만들고 그들의 지식을 신생 조선을 가동시키는데 강력한 에너지원이 되도록 했다. 그런 측면에서 세종은 파트너십을 가지고 인재 통합자(integrator) 역할을 했으며, 그 자신 팀원이 되어 각종 국가적 과제에 뛰어 들게 만들었다.
경영 전략가로써 세종
경영 전략은 현실인식과 대안을 찾는 과정에서 나타난다. 그것은 어느 시대, 어느 CEO에게 있어서나 마찬가지이다. 세종이 CEO가 되면서 접한 현실도 결코 이와 다르지 않다. 그리하여 그는 정확한 현실 인식을 위해 지식과 정보에 투자했고, 국가 경영을 자신이 만들어 낸 ‘시스템’을 통해 작동시켜 나가고자 했다. 바로 이런 점에서 세종의 조직 운영의 탁월성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그가 취한 이슬람 문명의 흡수와 변화하는 동북아의 정세에 맞는 실리 외교 같은 것은 바로 이러한 기조에서 나온 것이었다. 그는 실로 ‘힘’을 쓸 줄 알았고, 자신보다 더 강한 ‘힘’을 활용할 줄도 알았다. 그의 이러한 ‘탁월함의 경영’이 시대를 불문해 모든 경영 전략의 핵심이 된 것은 두 말할 나위 없다.
지식에 투자하다
세종 경영의 특징의 하나는 ‘지식 경영’에 있다. 그 자신 변화의 물결을 온 몸으로 격은 CEO였고, 그의 신하들은 역사의 무대에 새로 등장한 신진사대부, 즉 ‘신지식인층’이었다. 이러한 환경 변화에 빨리 대응하기 위해 세종은 무엇보다도 지식에 투자했다. 일반적으로 세종이 위대한 CEO라고 하는 것은 그 자신의 능력과 더불어 세종을 내 세워 그 시대를 경영한 신하들의 낯을 세워준 측면도 크게 작용한다. 역사상 가장 탁월했던 CEO와 더불어 자기 이름도 남기겠다는 의욕에 불 타는 당대 집현전 학자들의 ‘위대한 CEO만들기’에는 바로 세종 자신의 이러한 적극적인 수용의지가 있었던 것이다. 물론 이런 일련의 ‘움직임’은 그 시대적 도움과 요구 덕분이었다. 그러나 온갖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이를 계승한 후대인들의 도움도 결코 적지 않았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한글’이었다. 「훈민정음」은 결국 후대 사람들에 의해 다시 발굴돼 온전한 우리 O/S로 기능하게 된 것이다. 그럼으로써 결국 세종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추구했고, 지금도 추구하고 있는 CEO의 전형이 될 수 있었다.
ⓒ전경일, <창조의 CEO 세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