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철학자 윌리암 제임스는 “영웅의 출현에는 반드시 ‘시대와 인물 사이의 일치’가 있어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는 국가 경영이든, 기업 경영이든 다르지 않다. 즉, 가장 최선의 결과를 가져오게 하기 위해서는 ‘환경-시대-인물’간의 상호 조합이 매우 잘 되어 있어야 뭔가 실효성 있는 경영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세종이 처한 그 시대의 환경은 어땠을까?
단언적으로 얘기하자면, 세종이 맞은 신생조선은 거대한 ‘힘의 이동’이 있던 시기였다. 고려는 ‘해체(deconstruct)’되었고, 비효율적인 계급은 ‘제거(outsource)’되었다. 그들은 곧 새로운 시대에 맞는 계급으로 ‘대체(replace)’되었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건 무엇인가? 그것은 조선에 맞는 것들을 찾아 재조립하고, 재창조하고, 거기에다 생명력을 불어 넣는 것이었다.
이 일을 해 낸 장본인이 바로 세종이었다. 그리하여 CEO 세종은 자신에게 주어진 시대적 사명이 무엇인지를 알고, 이를 실천하고자 했다. 그는 왕자로 남아 자신의 삶을 즐길 수 있는 편안한 길을 버리고, 새로운 선택을 한 조선의 최고경영자로서 자기를 자리 매김시켰다. 이는 국가 경영에 대한 열정이 없으면 실로 불가능한 것이었다.
‘인(仁)의 경영’은 ‘삶의 즐거움’으로 이어 진다
‘누인개국(累仁開國)’이라 함은 ‘인(仁)을 쌓아서 나라를 연다.’는 뜻이다. 조선의 창업 CEO들은 인(仁)을 표방했으나, 실제 인의 경영을 해 내지는 못했다. 한손에 피 묻은 칼을 들고 ‘인(仁)’을 운운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종은 종래의 한계를 뛰어 넘었다. 이 젬이 세종이 조선을 새롭게 창업한 CEO로 평가 될 만한 이유다. 그는 자신이 어디로 가야할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세종의 이러한 현실 인식은 신생 조선이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에만 집중한 것은 아니었다. 대신, 그는 살아가는 문제의 해결과 더불어 영구적으로 남아야 하는 ‘기초ㆍ기반’에 해당되는 것들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그것은 조선이 그 무렵 창업 초기에 해당되는 나라였기 때문에 더 요구되는 것이었다 할 수 있다.
그리하여 세종은 시작 단계에부터 국가적 인프라를 만드는 것에 관심을 갖고, 국가를 경영해 나갔다. 세종이 자신에게 주어진 권력을 향유하던 후세의 무력하고, 무능한 수많은 CEO들과 확실히 구별되는 측면이 바로 이 점이다. 그가 추구하는 인프라는 수많은 저항을 뚫고 나가지 않으면 결코 쌓아질 수 없는 것이었다. 따라서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도 CEO의 강력한 의지가 요구되었다. 그의 이런 경영 철학은 일관되어, 결국 ‘생생지락(生生之樂)’의 삶의 인프라를 만들어 나가는 것으로 집중된다. 그는 ‘기쁨이 넘쳐흐르는 세상 만들기’에 누구보다도 앞장섰던 CEO 였다.
세상에 영원히 지지 않는 꽃은 없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만일 현대의 경영서를 놓고 『세종실록』과 비교해 본다면, 우리는 거기서 분명한 하나의 명확한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것은 바로 세종시대에 이미 국가나 기업 경영에 관한 모든 전범이 마련되었다는 것이다. 그것을 제대로 알고 실천한 CEO는 이 세상에 그다지 많지 않다.
CEO이자, 오너였던 세종의 경영방식
일반적으로 얘기하듯이 ‘오너십’ - 또는 ‘경영권’ - 이란,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는 얻어내기가 어렵다. 조선 창업의 전과정을 살펴보면, 이 사실은 보다 분명하게 드러난다. 태조는 구족멸화의 리스크와 역사에 영구토록 논란이 될 위화도 회군의 불명예를 안고 창업했고, 태종은 골육상쟁과 피의 숙청이라는 대가를 지불하고 CEO가 되었으며, 세종은 그들의 칼에 묻은 피를 닦아 내면서 모든 면에서 조선을 업-그래이드시켜야 하는 임무를 의무로 갖고 CEO가 된 사람이었다.
그것은 실로 목숨을 내놓고라도 이루어 내야만 하는 매우 위태로운 경쟁적 조건하에서 행해진 국가 경영이었다. 따라서 경쟁은 그들이 역사 속에 있게 한 조건이기도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오늘날 우리가 계승해야 할 세종의 경영 방식은 보다 차원 높은 것이다. 그것은 주어진 경영 환경에 유연하게 적응해 가면서도 세상과 더불어 자신을 경영해 나가는 것을 뜻한다. 예나 지금이나, 경영자가 되려면 누구나 각자 자기의 자리에서 더 성숙되어야 한다. 경영자는 이와 같이 자기 중심과제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것은 그가 바로 CEO가 책임의 주체이기 때문이다. 세종은 이렇듯 자기 경영에 성공한 CEO였다.
사실 이 점은 그 누구에게도 책임을 전가할 수 없다. 그렇게 때문에 CEO이자 오너였던 세종이 어떻게 국가를 경영 했었는지를 아는 것은 오늘날 우리에게 매우 소중한 교훈이 된다.
그렇다면 세종의 경영 특징은 무엇일까? 그것은 대체로 다음과 같이 정리될 수 있다.
세종은,
- 지배가 아닌 성과를 바탕으로 경영 했다.
- CEO와 신하가 함께 국사를 논하는 참여 경영을 실시했다.
- 많은 영역에 관해 지식을 갖고 있었다. CEO 스스로 지식 경영을 실천하고자 했고, 국사에 대한 업무
파악에 결코 소홀하지 않았다.
- 국가 소유권에 대한 태도가 매우 헌신적이었다. ‘헌신’은 그에게 진정한 소유의 배경이 되었다.
- 경영 방식이 민주적이었다. 그는 민본주의자이면서 박애주의자였고, 동시에 민주주의자였다.
- 자신의 역할을 인프라 갖추기에 두었다. 이는 단기적 성과가 아닌, 영구한 시스템의 일부로 남게 했다.
- 자신을 하늘을 섬기고 백성을 위하는 ‘위민(爲民)사상’의 실천자로 생각하고, 이를 실천하도록 했다. 최고경영자는 탑(top)에 있는 사람이므로 특히, 스스로 두려워 할 줄 알아야 한다.
바로 이런 점들이 세종이 후대 CEO들에게 남긴 건실한 경영의 유산이었다.
ⓒ전경일, <창조의 CEO 세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