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인재 유형


신규 법인장이 싱가폴 지사로 부임해 오면서 달라진 거라고는 삐그덕 거리는 소리 밖에는 없다고, 남동수 B그룹 동남아 법인사업부 과장은 말한다.


“저 의자 좀 고치라고 해! 삐그덕 거려서 도대체 참을 수 있어야지.”


지사장이 부임한 뒤로 그들 끼리 나누는 대화는 늘 이런 식이다. 문제의 발단은 신임지사장의 독단 때문이었다. 어찌 보면 카리스마고 어찌 보면 특이한 리더십이라서 처음에는 다들 이상하게 여겼지만 일단 지시하는 방향으로 가 보자는 식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점입가경이었다. 기존의 거래 관행을 무시하고, 외국 바이어를 만나 새로운 제안을 불쑥 던지질 않나, 갑작스럽게 물량 공급을 약속하질 않나, 도저히 뒷감당이 되지 않았다.

무슨 능력이라도 있어서 그러나 싶었는데, 본사에 알아봤더니 그것도 아니고, 오히려 동남아 공급 물량을 줄여 나가는 게 본사 정책이라는 것이었다. 그것도 담당자에게 전화를 해서야 알게 된 거라고 그는 말했다. 신규로 터지는 남미시장 만큼 메리트가 있는 곳도 아니요, 과포화 상태로 금방 물량이 넘칠 동남아에 주력을 집중할 회사는 어디에도 없지 않느냐며 그는 볼멘소리를 했다.


그런 이유로 업체와의 즉흥적인 제안은 장기적으로 볼 때, 본사는 물론, 지사의 사활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그는 완전히 나 홀로 플레이라는 것이었다. 지사 직원들은 본사에서도 스타급이었다던 그가 어떻게 이렇게 업무를 할까, 의구심을 갖게 되었다. 알아보니, 거의 몰아붙이기형 사업부장이라는 것이었다. 과정이야 어찌 되었건 결과만 중시하며, 결과의 긍정적인 부분은 전체가 자기 실적이 되는 이상한 계산법을 가진 사람이라는 거였다. 그런 연유로 올 A 특진 대상자가 되어 지금까지 승승장구해 왔다는 것이었다.


남 과장은 답답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당장 대책도 없다. 지사장 스스로 변해야지, 그 좁은 지사에서 서로 마음 고생해가며 사는 것도 못할 짓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사람이 그럴 수밖에 없다면 그가 변하길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포기해야 할 때 포기하는 것도 미덕 아닌가. 사람을 포기해 버리면 그만이라는 생각도 솟구쳤다.  


기업은 나 홀로 플레이 하는 곳이 아니다. 그러기 때문에 조직의 형태를 갖춘다. 훌륭한 타자는 감독의 지시에 따라 홈런을 날릴 수 있는 상황에서도 번트로 마무리해야만 하는 경우가 있다. 이건 자신의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감독의 지시는 조직 전체의 승리와 관련된 의사결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간혹 조직 내 ‘나 홀로 스타’인 인재들의 경우에는 솔로 플레이를 즐긴다. 이에 따른 결과는 분명하다. 목표 성취의 실패다.


스타급 인재들의 ‘나 홀로’ 경향은 회사 사정이 어려워지면 금방 나타나기도 한다. 그들이 자신하는 자기 경쟁력은 회사를 통해 큰 것이 아니라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그러다보니 회사가 어려워지면 언제든 떠날 수 있다. 철저한 상황 논리다. 한 때 그들을 믿고 지원했던 모든 자원의 집중적 배치는 전략적 손실로 귀결된다.


본사에서 이 일을 알고 뒤늦게 손을 쓰자, 지사장은 “아니 내가 키운 게 얼만데...” 하며 버럭 화를 내더라는 것이었다. 그가 법인 카드로 업체 접대 차원에서 수없이 회사 돈을 쓴 결과 달라진 것은 하나 밖에 없다는 것. 그는 접대를 하던 회사로 넘어갔고, 직원들은 그 뒷감당에 곤혹을 치러야 했다. 물론, 운영 능력 부족으로 본사 인사팀에서 평가가 나와 다들 인사고과에서 D를 받고 귀국 명령을 받았다는 것 밖에는.

ⓒ전경일, <평범한 직원이 회사를 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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