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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일 저자 인터뷰, 우리 곁에 늘 존재하는 위기의 징후, ‘레드 플래그’

by 전경일 2009. 3. 2.
원인 없는 결과는 존재할 수 없다. 어떤 현상이 일어날 때에는 반드시 선행되는 무언가가 있게 마련이다. 특히나 어떤 사건사고가 발생하는 데 있어, 그 원인이 되는 것들은 우리가 꼭 인지해야 할 중요한 사안들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타이타닉 호의 침몰, 시프린스 호 기름유출사고, 이리역 폭발사고, 수마트라 쓰나미 등 인류에게 큰 피해를 끼쳤던 사건사고들은 어느 날 갑자기 우리에게 닥친 재앙 같지만 절대로 그렇지 않다. 사고가 발생하기 전부터 주변 환경은 어떤 사인(sign)들을 지속적으로 보내 알려주었다. 우리가 그런 사인들을 한눈에 알아보지 못하고 지나쳤거나 간과했을 뿐이다.
최근, <레드 플래그>를 출간한 전경일 저자는 이러한 사인들을 ‘레드 플래그’라는 용어로 정의하며 위험은 얼마든지 통제 가능한 것이라 주장한다. 그가 말하는 현 시대의 위험, 그리고 그것을 미리 감지하고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Q. 이번에 새로 출간된 <레드 플래그>는 소재 자체도 신선하고, 지금까지 쓰셨던 책들과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이 책을 쓰게 된 특별한 동기가 있다면.
A. 전에 외국계 회사에 근무할 때 위험요소를 나타내는 말로 ‘레드 플래그’라는 용어를 일반적으로 썼다. 그런데 국내기업들은 그런 말을 잘 쓰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사실 ‘위기’라는 말 자체도 중요하지만, 위기는 이미 닥친 것이기 때문에 그 위기의 징후를 알아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 징후를 모르면 항상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이 될 수밖에 없다. 어느 기업이나 위기관리 부서가 있지만 그 부서에 있는 사람들조차 ‘레드 플래그’라는 용어를 쓰지 않는다. 그들 역시 닥친 위기에 대처할 뿐이다. 그래서 위기의 징후를 알아내는 것이 시스템화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고, 이 책을 계기로 하여 국내기업들이 위기의 징후를 미리 발견하고 예방할 수 있도록 조언을 해주고 싶었다.
 
Q. 많은 독자들이 ‘레드 플래그’라는 말에 대해 궁금해 할 것 같다. 저자가 말하는 ‘레드 플래그’란 어떤 것을 의미하는가?
A. ‘레드 플래그’는 위기의 징후를 미리 알려주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예방할 수 있는 위기가 있고, 그럴 수 없는 위기가 있다. 그렇지만 중요한 것은 막을 수 없는 위기라 해도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수마트라 지진의 경우에는 내셔널지오그래픽 잡지에 나오는 쓰나미 관련 기사를 본 사람들이 미리 경고를 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반대로 쓰촨성 지진의 경우, 지진이 발생하고 나서 인터넷에 퍼졌던 두꺼비떼 사진을 기억할 것이다. 그 역시 지진 발생 며칠 전 나타났던 레드 플래그였지만, 사람들은 ‘설마, 그런 일이 생기겠어? 나는 아니겠지.’라며 간과했기 때문에 위기의 징후를 현실로 만든 것이다.
 
Q. 사실 ‘이 상황이 위험한 상황이구나’를 인지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어떤 상황이 위험이라는 것을 어떻게 판별할 수 있을까?
A. 비즈니스에서 살펴본다면, 비정상적인 행위들이 벌어질 때가 있다. 기업이 추구하는 부분들은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 이것은 이성과 욕망이 균형을 이루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종종 과도한 욕망이 개입되는 경우가 있다. 예컨대, 서프라임 모지기론이 그렇다. 대출을 받고 또 받는 연대 대출의 순환고리가 지금의 사태를 만든 것이다. 순환고리를 이루고 있는 상태에서는 문제가 하나 터지면 연쇄작용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그들은 처음에 상품을 만들 때부터 이런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경제적인 금융소득, 즉 과도한 욕망 때문에 그것을 끝까지 끌고 온 것이고 오늘날 전세계 금융 위기가 닥친 것이다. 또 다른 예로 쓰나미를 살펴보면, 쓰나미 자체는 자연현상이기에 막을 수 없다. 그러나 사람들이 해변가를 계속 개발하고 자연을 손상시켰기 때문에 쓰나미 피해에 더욱 취약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인간의 욕망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그것이 삶을 진화시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의 욕망에는 브레이크가 필요하다. 제어 불가능한 욕망은 삶을 망쳐놓을 뿐이다. 위험은 저절로 생겨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우리가 만들어 내기도 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Q. 저자가 살아오면서 위험을 감지해서 문제를 미연에 방지했던 경험에 대해 말씀해 주신다면.
A. IMF 당시, 국내 모 대기업에서 일하고 있었다. 때가 때이니 만큼 명예퇴직을 하는 사람이 많았는데 나가는 사람들을 보니 두 부류였다. 똑똑한 사람들과 일을 못하는 사람들. 그리고 남아 있는 사람들은 보통 사람들이었다. 자발적으로 나가는 사람들은 대부분 똑똑한 사람들이었는데 그 상황이 지속되면 회사의 인재들이 다 없어질 것 같았다. 그래서 회장님께 메일을 썼다. 인재육성을 위해 ‘사내벤처제도’를 만들자는 제안을 했다. 회사와 관련있는 자회사들을 계속 만들자는 내용이었다. 결국 사내벤처제도가 시행되었고, 많은 인재들은 관련 분야에서 일을 하며 상생할 수 있었다.
 
Q. 그럼 그 반대로 놓치고 나서야 ‘그때 그것을 미리 알아차렸어야 했는데’라고 아쉬워 했던 적도 있었을 것이다. 어떤 경우였는가?
A. 무선 인터넷과 관련된 창업을 했던 적이 있었다. 그때는 경험도 부족했고, 재원도 부족했기에 성공하지는 못했다. 당시에도 많은 레드 플래그가 있었지만, 나 역시 그것들을 간과했다. 지금 생각하면 오히려 젊어서 그런 것을 경험한 것이 많은 도움이 된 듯하다. 그때 레드 플래그의 중요성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Q. 저자가 생각하는 현 시대의 가장 큰 위험은 무엇인가?
A. 가치가 다원화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 가장 큰 위험이라 본다. 단일한 가치, 소위 돈이면 돈, 권력이면 권력만을 좇다 보니, 사회 자체가 황폐화 되고, 개인의 삶 또한 망가지고 있다. 이 모든 것이 더 큰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레드 플래그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Q. ‘위험’과 관련하여 기업들에게 해주고 싶은 충고가 있다면.
A. 책을 보면 ‘꼬리가 개를 흔든다’라는 말이 나온다. 화산 연구를 하는 분들이 흔히 쓰는 말인데, 화산이 폭발하려면 징후가 있게 마련이다. 가끔 유황가스 냄새가 나거나, 연기가 일정하게 올라오다가 소리를 낸다거나 하는 평소와 다른 패턴의 요동이 일어난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패턴 인식이다. 평소와 다른 패턴이 보일 때, 그게 좋은 징후인지 아닌지를 판별할 줄 알아야 하고, 그 주변에서 원인을 찾아낼 줄 알아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평소에도 긴장하면서 지내라는 의미는 아니다. 훌륭한 명장은 주마간산 하면서도 아름다운 꽃을 볼 줄 알고, 그 속에 숨어 있는 적도 볼 줄 안다. 관찰력과 통찰력을 키워야 한다고 조언하고 싶다.
 
Q. 어떤 현상을 단순히 현상으로 바라보지 않고, 항상 더 멀리까지 보시고 미래를 예측하시는 것 같다. 그런 관점을 갖는 데 어떤 활동들이 도움이 되었다 생각하는가?
A. 물론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지금까지 경험해온 모든 것들이라 할 수 있다. 경험만큼 사람을 깨닫게 하는 것은 없으니까.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독서라고 생각한다. 고전, 역사서를 많이 읽는 것은 정말 큰 도움이 된다. 오늘날 경영의 해법은 옛 역사를 살펴보면 답이 있기 때문이다. 인류는 발전했지만, 인간은 똑같기 때문에 모든 일들은 어떤 사이클로 돌아가게 되어 있다.  
 
Q. 경제경영, 에세이 등 굉장히 다양한 분야의 책을 쓰시고 계신데, 모든 분야를 다양하게 다룬다는 것이 어렵지는 않나?
A. 삶을 살아오면서 느끼는 것들을 자연스럽게 차례대로 쓰고 있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직장인으로서, 40대로서, 아빠로서, 남편으로서, 한 개인의 접점은 여러 가지다. 그 접점에서 느끼는 것들을 풀어내고 있는 중이다.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쓴 것이 <맞벌이 부부로 산다는 것>, 40대로서 쓴 책이 <마흔으로 산다는 것>, <남자, 마흔 이후>, 직장인으로서 경영에 대해 생각하다가 쓰게 된 책이 <창조의 CEO, 세종>, <광개토태왕 대륙을 경영하다>, <레드 플래그>였다. 등산을 좋아하다 보니 그에 대한 책도 곧 출간할 예정이다. 다양한 것들을 경험할수록 점점 써야 할 것들이 늘어나고 있다. 30년 이상 쓸 내용들이 남아 있다(웃음). 에디슨이 “300년만 더 산다면 아이디어들을 더 많이 표출했을 텐데.”라는 말을 했다던데, 나 역시도 할 것들이 너무나 많다. 그러나 인생이란 결국 과정 속에서 시작해서 과정 속에서 끝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Q. 직장인이면서 많은 글을 쓴다는 것은 시간적인 측면에서 쉬운 일이 아닌데, 본인만의 특별한 글쓰기 방법이 있다면?
A. 많은 책들을 동시에 작업하는 편이다. 고은 시인은 몇 가지의 작품을 동시에 쓰신다고 들었는데, 나 역시도 그렇다. 이것을 쓰다가 잘 안 써지면 다른 작품으로 옮겨 간다. 그리고 그게 잘 써지면 그것을 완성하고, 아니면 또 다른 작품을 쓴다.
 
Q. 저자에게 글쓰기란 무엇인가?
A. 자기 내면을 깊숙이 들여다 볼 수 있는 것, 그리고 세상을 통찰하게 하는 것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두 개가 어우러지면 글을 쓰면서 마음이 따뜻해짐을 느낀다.
 
Q. 앞으로 어떤 분야의 책을 쓰실 계획이신지.
A. 내가 쓰는 책들을 보면 거의 퓨전이다. 자기계발서의 느낌이 있으면서도 경제경영서의 느낌이 섞여 있고, 에세이의 느낌이 나면서도 경제경영서의 느낌이 난다. 현재로서는 이것이 나만의 독특한 장르이며 경쟁력이라 생각한다. 후에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나면, 시와 소설을 전문적으로 쓰고 싶다. 꼭 이루고 싶은 게 있다면,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를 소설로 써서 시대의 대작으로 남기고 싶다.
 
Q.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게 될 독자 여러분께 한말씀해 주신다면.
A. <레드 플래그>를 통해 평소에 집어내지 못했던 부분들을 한번 체크해 보시면 좋을 것 같다. 책의 말미를 보면, 해밀턴 법칙이 나온다. 다수의 생존을 위해 소수는 희생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성을 가진 인간이기에 모두가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고, 위기를 미리 찾아내면 상생할 수 있다. 그것을 찾아내지 못해, 위기가 터진 후에 자신만 살기 바쁜 것이다. 독자 여러분은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 직장, 가정을 더욱 더 안전하게 만들고, 행복하게 이끌기 위해 ‘위기의 징후’에 대해 평소에 생각해보길 바란다. 이 책이 그 계기가 되고 자그마한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어느 시대에나 위험은 존재했지만, 시대가 발전할수록 더 많은 위험요소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의 말처럼 인간의 욕망이 나날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전경일 저자는 스스로를 욕망의 유혹에서 통제하기 위해 신영복 시인의 ‘처음처럼’과 바다의 요정 사이렌 그림을 책상에 붙여둔다고 했다. 인간의 노력으로 안 되는 것이 있을까? 모든 것은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 내기 나름이고, 그렇기에 욕망을 통제하는 것과 위험을 방지하는 것 모두 우리의 몫이 될 것이다. 지금 주변을 돌아보자. 여러분의 주변에도 위험 요소는 분명 존재한다. 아무리 작은 사인이라도 간과하지 말고, 그 레드 플래그를 흔들어 모든 사람들을 일깨우길 바란다. 이 책 <레드 플래그>가 그 첫 번째 신호가 될 것이다. <출처: 다산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