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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경영/평범한 직원이 회사를 살린다

자기 몫은 꼭 해 낸다

by 전경일 2009. 3. 9.

 국 축구를 보고 있노라면, 화려한 스타급 플레이어 뒤에서 훌륭히 조연 역할을 해내고 있는 많은 선수들을 발견하게 된다. 카메라가 공을 넣은 선수를 쫓고 있을 때, 앵글에는 잡히지 않지만 저 멀리 어시스트한 선수들을 생각하게 된다.


연전에 축구를 좋아하는 친구와 함께 상암구장에 갔었는데, 붉은 악마 출신인 이 친구는 골이 터지자 내게, “뒤를 보세요. 공을 넣은 저 선수 말고, 저기까지 전술을 수행해 낸 친구들을요” 하며 주의를 환기시켰다. 그 친구 말마따나 공을 쏘아올린 뒤에 포진한 선수들은 다시 긴장 상태로 전방을 주시하는 것이 보였다. 그들 모두가 각자 자기 몫을 재대로 해내는 일체감이 느껴졌다. 나는 그때, 작으나마 깊은 감명을 받았다.


흔히 가치라 함은 겉으로 드러난 결과만을 얘기하는 경향이 있으나, 결과를 만들어낸 동인이자 끊임없이 자기 혁신을 꾀하는 사람들이 해 내는 몫이 크게 작용한다. 화려함 뒤에는 반드시 어둡고 힘든 상황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 상황을 견디어 내는 사람들이 있다. 그 같은 역할을 수행한 ‘소리 없는’ 인재들의 가치는 결코 희석될 수 없다. 


회사 일도 이와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다. 사장상이란 사장상은 혼자 다 휩쓰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그를 뒤에서 지원하는 사원도 있다. 서포터들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기업은 살벌한 약육강식의 경쟁만 있게 될 것이다. 그럴 때에는 인간성의 상실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협력에 대한 의지도 실종되고 말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인재들을 다루는 용인술의 핵심은 공을 만들고, 이를 안분하는 것이다. 이것에 실책을 범할 때 기업 내부는 소란스럽고, 심지어는 부침을 더 빨리 겪게 된다. 서포터들은 결코 들러리가 아닌 것이다.


평사원으로 시작해 임원의 한 사람으로 자리 잡기까지 나의 경쟁력을 들여다보면 특별히 내 놓을 거라곤 하나도 없는 것 같다. 한때 창업한 적도 있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것도 배움의 한 과정으로 남았다. 그런데도 직장 내에서 어느덧 상사가 되어 있다. 무엇이 나를 이 위치까지 끌어 올렸을까? 단순히 시간이 지나고, ‘짠밥’을 많이 먹었기 때문에 이룬 성과는 아니리라. 자가 진단을 해 보자면, 나의 경쟁력은 내 몫을 해 내고자 애를 써왔기 때문이다.  거저 된 게 아무것도 없다. 그런데 다들 도중에 떨어져 나가니 나의 인내는 그 만큼 성공 가까이 나를 끌고 간 셈이다. 이제부턴 본격적으로 능력을 얘기해야 겠지만, 하여간 지금까진 그렇다는 얘기다. 내 자리를 굳건히 지키며, 맡은 바 소임에서 최상의 결과를 이끌어 내려 하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있는지 나는 잘 모른다. 결국엔 자기 포지션을 잘 지키고, 뒤는 축구 선수들과 다를 바 없는 것이다.


앞서 상암구장에서의 깨달음을 얘기했지만, 인생에는 변함없는 원칙이 있는 것 같다. 어느 조직에서나 화려한 스타 플레이어가 현란한 기술과 멀티형 재능으로 전후를 누빌 때 보통의 평범한 사람들은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킨다. 이들이 해 내는 일은 그리 커 보이지 않으나, 기업에는 없어서는 안될 가장 핵심적인 일들이다. 보편적인 인간관계, 거래처 직원과 인적 교류 및 굳은 신뢰 관계, 상하간의 두터운 정리 같은 것들은 결코 돈으로 얻어지지 않는다. 최고의 스승을 하루 24시간 곁에 붙여 두어도 얻어지지 않는다.


우리가 보통의 이 특별한 사람들에 주목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아무나 자기 몫을 해내는 것이 아니다. 각자가 자기 몫을 해 낼 때 우리는 조직이 경쟁 우위를 지니겠금 이끌어 나가는 것이다. 몫은 나를 많은 직원들과 함께 있게 한다. 몫은 목숨과 같다. ⓒ전경일, <평범한 직원이 회사를 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