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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경영/부모코칭 | 아버지의 마음

4734만 명 중 나는 몇 번째 어른에 해당할까? - 부모다움을 배워라

by 전경일 2009. 5. 21.
 

몇 해 전, 통계청이 발표한 인구 분포표를 기초로 어느 일간지에 특별한 기사가 실렸다. 기사 제목은 ‘우리나라 인구 4734만 명 중 나는 몇 번째 어른에 해당될까?’였다. 기사는 친절하게도 입시생들의 전국 수능성적 누적분포표처럼 나이대별 순위를 매겨놓았다. 아쉽게도 내 나이대인 1964년생에 대해서는 자료가 보이지 않아 자세히 알 수는 없었지만, 부모님 세대의 순위에 대해서는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아버지: 1924년생 /전체 순위: 86만 1809(1.82%) / 남자 중 순위: 26만 5568(1.11%)

어머니: 1932년생 /전체 순위: 236만 7358(5.00%) / 여자 중 순위: 152만 847(6.38%)


재작년 초에 돌아가신 아버지나, 미망인이 되신 연로한 어머니는 전체 생존자 중 채 5퍼센트를 넘지 않았다. 특별히 불행한 일이 없다면, 자식들에 비해 부모님의 백분율은 당연히 낮을 것이다. 피라미드형이든, 항아리형이든, 인구분포도상 많은 나이층에 놓여 있다가 서서히 낮은 분포도로 이동해가는 게 인생일거라고 생각하니 숫자에 대해 남다른 감응이 일었다. 나는 상위 몇 퍼센트에 이를 때까지 앞으로 살게 될까? 그런 생각을 하자, 불현듯 지금의 나이를 살아온 내 삶의 자욱이 눈에 밟히는 듯 가까이 다가왔다.


십여 년 성사, 그 사이 결혼해 애들이 둘씩이나 생기는 인생 최대의 횡재를 하고, 용케도 삶의 언저리에 낀 빙판에 넘어지지 않고 잘도 내딛으며 살아왔다. 지난 삶을 돌이켜보면, 무엇보다도 내게 아이들이라는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선물을 보내주신 신께 감사드리고 싶다. 태어나서 새끼를 보고, 귀염 떠는 것을 지켜보며 하루를 살고, 때로는 자식을 무릎에 앉힌 채 살을 부빌 때 부모가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런 건 정말이지 놀라운 경험이다! 이로 인해 가정에 늘 조잘거리며 울고 웃는 크고 작은 소리가 악기처럼 난다는 것은…….


얼떨결에 낳은 첫애 때에는 몰랐던 것을 둘째 애를 낳고서야 알게 되었다. 내가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 말이다. 라이센스도 없이 얻은 ‘어른’이란 타이틀이었다. 그러나 때로 애들 앞에 서면, 내가 정작 어른이 되긴 했는지 자문하게 된다. 아이들 앞에서 억제하지 못한 화를 쏟아내고, 분에 겨워 감정 통제에 실패하는 날이면, 이유야 어찌되었건, 내가 부모 이전에 어른이 되었는지 묻게 된다.


나이대별 백분율은 그렇다 치고, 부모로써 내가 이룬 어른스러움은 과연 몇 퍼센트에 해당될까? 내가 세운 목표대에 도달한 것인지, 나의 점유대는 얼마인지 궁금하다. 나는 이런 질문에 뚜렷히 이렇다고 대답을 꺼내놓을 수 있을까?


돌이켜 보면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한 채, 형식적으로 나이라는 숫자만 집어먹은 어른이 우리 집에 버티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런 사람이 가장이 되고, 이 사회를 떠맡은 책임의 주체로 제 몸에 맞지 않은 옷을 걸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반성케 하는 대목이다. 결국엔 내가 나 다울 때 부모로서의 자리도 격에 맞고, 의젖한 것 아닐까. 결국엔 에비로서 나의 수신(修身)의 문제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닦고 사는 게 인생이라고 했다. 해서 나는 부모라는 이름의 나를 바라볼 때면, 아이들 앞에서 아이들보다 더 작아지는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이때처럼 자신이 한없이 부끄러워지는 적 있을까? 아이들은 부모를 믿고 의지하며 자라나지만, 그 작은 아이들은 자가 반추하는 부모에게는 부모다움을 재는 저울이 된다. 따라서 아이들이 부모를 만들고 어른을 만든다. 나는 스스로 내 자신에 그렇게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아이들에게 어떤 부모가 되어야 할까? 어른으로서, 부모로서 나의 자리는 무엇인가? 밥을 먹이고, 옷을 해 입히고, 학교를 보내는 것만이 아닌, 아이가 내게 와 깃드는 큰 나무로서 부모가 된다는 것은 무엇인가? 저녁 무렵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들으며 부모는 자신을 돌아본다. 부모 세대가 내게 드러내준 것 이상을 이룩하고 싶어진다.

ⓒ전경일.이민경, <부모코칭이 아이의 미래를 바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