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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경영/부모코칭 | 아버지의 마음

[아버지의 마음] 나는 열심히 살았는데

by 전경일 2009. 5. 21.

“요즘, 힘드시죠?”
요즘 라디오를 틀면 진행자들이 빠뜨리지 않고 묻는 단골 멘트가 ‘힘드시죠?’이다. 가만히 들어보면 끝에는 ‘그래도 희망을 가지세요’라고 말하곤 한다.
IMF 세대의 비애, 전력 질주 하듯이 살아왔는데 또다시 슈퍼맨이 돼야 하는 현실, 요즘 돈벌이의 어려움을 알고, 세상살이의 만만찮음을 다시 한 번 깨닫고, 세상에 쉽게 얻어지는 게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대한민국 아버지들이 아침에 서류봉투나 가방만 들고 출근하는 것은 아니다. 한손에는 불안을, 다른 한손에는 희망을 들고 뚜벅뚜벅 세상을 살아간다. 월급봉투를 받은 날은 희망과 자신감으로 손이 묵직해지고, 구조조정이 된다는 소문이 도는 날은 불안으로 어깨가 무거워진다.
어떤 날은 바쁜 아침에 가족과 인사조차 못하고 집을 나온다. 눈 부비고 일어난 아이들에게 손을 흔들어주지도 못한 채, 아파트 바닥에 구두굽을 부딪치며 급히 뛰어 내려오거나, 젖은 머리를 휘날리며 버스나 지하철에 올라타곤 한다.

‘몇 억은 있어야 노후가 든든하다는데 당장 애들 학원 하나를 줄여야 하는 상황에 목이 아프다…….’

추운 바람을 피해 담배 한 대를 몰래 피워 물 때쯤 한숨처럼 내뱉는 말이다. 출근하는 뒷모습이 서글픈 이유다. 한겨울 온통 칼바람 매섭고, 살얼음이 낀 날 운전하는 것과도 비슷한 심정이 된다. 물동이 지게를 진 지게장수처럼 한쪽에는 행복을, 한쪽에는 절망을 지고 삐거덕 삐거덕, 휘청거리며 조심스럽게 세상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간다.

하지만 대한민국 아버지들의 아침이 결코 힘겹기만 한 것은 아니다. 집에 가면 총알처럼 뛰쳐나와 매달리는 아이들이 대롱대롱 매달린다. ‘아빠’ 하고 부르는 아이의 첫마디가 절망 쪽으로 휘는 몸을 붙잡아서 행복 쪽으로 돌려준다. 파김치가 되어서 집으로 돌아와도 내게 와락 달려드는 아이들이 있다면, 삶에 다시 축포가 터진다.
행복을 느끼는 건 너무나 가까운데 있다. 아빠를 꼭 껴안는 아이의 가느다란 팔, 귓가에 들리는 아이의 웃음소리, 아내의 고맙다는 말 한마디에 행복은 숨어 있다.

 

 


   꽁꽁 얼어붙은 얼음장에도 숨구멍이 있다.

아무리 추워도 강물 전체가 어는 건 아니다.

인생의 어느 막다른 골목길에도 희망으로의 길은 있다.

ⓒ전경일, <아버지의 마음을 아는 사람은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