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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경영/부모코칭 | 아버지의 마음

오리 알이 백조가 된대요 - 아이의 입장에서 이해하라

by 전경일 2009. 10. 9.

다른 집에 비해 이사를 자주 해야 했던 우리 부부는 항상 버려야할 짐이 너무 많았다. 둘째 아이가 태어나기 전 이사를 하면서 나는 아무 생각없이 큰 딸 아이가 가지고 놀던 오리알 인형을 버린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것은 치명적인 나의 실수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느날인가 아이와 놀아주면서 오리알에 대해 이런 동화를 들려주었었다.

 

“아가, 이 오리알이 시간이 지나면 오리가 되고, 또 착한 오리는 백조로 다시 태어날거야.”

 

딸 아이는 그 말을 잊지 않고 그 인형이 오리가 되고, 다시 백조가 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나는 내가 들려준 동화는 까맣게 잊고 별로 쓸모없고 이미 그런 장난감과는 맞지 않는 나이에 접어든 딸에게 필요 없을 것으로 생각해서 아무 설명없이 덜컥 버린 것이다.


아버지의 동화를 기억하며 오리알이 백조가 되기를 기다리던 딸아이에게 인형은 더 이상 인형이 아니라 친구였다. 순진무구한 아이의 희망이었으며, 꿈이었고, 친절하고 따뜻한 아버지의 추억까지 함께 할 수 있는 상징이었다. 그 아름다운 꿈을 나는 아무런 설명도 없이 버렸으니 아이가 받은 상처가 오죽했을까? 물론 나는 정중하게 사과하는 것을 잊지 않았고, 그 사과를 아이는 받아주었지만 그 후로도 딸 아이의 원망은 오랫동안 계속되었던 것을 잊지 못한다.


퓰리처상 수상작가인 애니 딜러드는 <어린 시절>이라는 책에서 자기가 다섯 살 때 집 뒤 골목길에서 막대기로 땅을 파다가 1919년에 주조된 10센트짜리 은화를 발견한 얘기를 적고 있다.


그 은화를 아버지한테 보였더니 아버지는 땅에 버려진 은화 위에 오랜 세월에 걸쳐 흙이 쌓여 은화가 땅속에 묻히게 되는 경위를 자상하게 설명해주었다. 그때 일을 계기로 그녀는 일생을 땅속에 묻힌 보물을 찾는 데 바치기로 결심했다. 아마도 그 은화는 그녀에게 꿈이었으며, 희망이었을 것이다.


부모와 함께하는 삶은 아이에게 많은 의미를 준다. 그래서 집안에서 아이와 다양한 의견을 교환하고 성장하는 것을 돕는 것은 부모로서 보람이자 큰 기쁨이 아닐 수 없다. 아이의 성장을 올바로 지지하기 위해 부모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부모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아이가 커서 갖게 되는 사회적 관계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


오리알 사건은 시간이 흘러서도 내게 항상 잊혀지지 않는 교훈이 되었다. 아이들의 꿈은 어른들의 그것과 얼마든지 다를 수 있다. 아이의 입장이 되지 않으면 훌륭한 부모가 될 수 없다. 나를 부모로 키우는 건 적어도 8할 정도는 우리 집 아이들이다.


아이들은 부모와 함께 돛단배를 만들어 냇물에 띄우는 놀이를 하며 자랄 수 있지만, 후에 그 배의 선장이 되어 홀로 항해하게 된다. 아이가 항해를 무사히 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다독여주는 것은 부모가 해야 할 일이다. 부모와 자녀 간의 가장 바람직한 관계의 시작은 자녀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다. 쉽지만은 않지만 부모가 먼저 다가가고 용기를 내 보라. 오리알이 백조가 되는 꿈을 키워주기 위해서라도.

ⓒ전경일.이민경, <부모코칭이 아이의 미래를 바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