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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경영/통섭과 초영역인재

꽉 막힌 생각의 흐름을 뚫는 법

by 전경일 2009. 10. 13.

얼마 전 나는 에디슨에 대한 전기를 다시 훑어보았다. 이 사람은 어떻게 해서 수많은 발명품을 만들어 낼 수 있었을까? 이런 궁금증은 그의 사고의 측면, 실험의 측면에서 남다른 문법을 해독할 수 있다. 그것은 달리보기, 즉 생각의 유연성이다. 에디슨은 광석 파쇄기에 들어갈 새로운 부품을 설계할 때 엔지니어들이 세 각도에서 그려낸 도면을 48가지의 설계안으로 다시 그려냈다. 수없이 도면을 그려내며 그는 새로운 개념과 맥락을 찾아냈고 거기에다가 생명을 불어넣었다.

에디슨에게 창조는 습관이었다. 발명에 임하는 자세도 이와 같았지만, 그는 주변의 지식과 경험을 끌어 모아 하나의 덩어리로 만들어 낼 줄 아는 능력, 즉 통합성(요즘 말로 통섭적 역량)이 있었다. 이것이 발명의 원천이었다. 예컨대, 에디슨은 평생 걸쳐 열 명 정도의 핵심 협력자를 둔 것으로 유명하다. 그를 밑받침 해 준 사람들은 직물직공, 시계공, 수학자, 전기기술자, 유리세공기술자, 전기공학자, 전신기술자 등 다양했다. 출신도 영국, 스위스, 아일랜드, 독일, 미국, 아프리카계 미국인 등 그야말로 글로벌이었다. 학력도 물리학 석사학위 취득자에서부터 학력과 무관한 채 공장에서 일하던 장인들까지 포진했다. 한쪽은 지식, 다른 한쪽은 실무 경력으로 충만했던 것.

자, 그렇다면 이들을 한곳에 모아놓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에디슨의 경우, 이들 모두가 힘을 합해 수백 건의 발명특허와 제품을 양산해 냈다. 즉, 세계를 제패한 최고의 드림 팀이 탄생했던 것이다. 에디슨이 이처럼 다양한 경험의 소유자들을 가까이 둔 것은 전문가 집단으로 하여금 특정 프로젝트에 활력을 불어 넣고, 일을 진척케 하며, 전문성이 각 공정( 혹은 기능에) 투입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그럼으로써 프로젝트 지휘자로서 전체를 통합해 내고자 했기 때문이다. 각 분야의 스페셜리스트들은 특정 업무를 수행하며 그 자신도 지식이 광합성 되는 발명의 현장에서 지식의 양과 깊이를 더해가며 훗날 독립적인 발명가로 발전해 나가기도 한다.

창의적 사고는 에디슨 시대만 국한된 게 아니다. 오늘날 비즈니스의 주요 핵심 가치를 이룬다. 자, 구글의 저 위대한 낙서를 보자. 구글 본사의 ‘구글 플렉스’에 쓰여 있는 화이트보드만 보아도 이 회사의 미래를 엿볼 수 있다. 칠판에는 사소한 낙서부터 수학 공식, 제품 관련 아이디어, 만화 등이 그려져 있다. 칠판의 낙서들이 가득 차면 담당자는 이를 사진으로 남겨서 웹사이트에 올려놓는다. 아이디어의 표현, 추가, 합성, 통합, 분리, 재단, 재결합, 통섭, 크로스오버 등은 범주가 없으며, 무경계이기에 오히려 자유롭게 넘나든다. 이것이야 말로 검색 엔진 회사가 산업 전 분야를 꿰는 원동력이 된 이유이다. 여기에 사람들은 구글의 상상력이 낳은 놀라운 신세계에 열광하는 것이다. 2008년 현재 브랜드 가치 860억 5,700만 달러, 월 방문자 수 1억 800만 명이라는 어마어마한 숫자를 이루는 세계 인터넷 1위 기업은 이 모든 것이 하나로 뭉쳐 탄생한 것이다. 결국엔 사고의 유연성이자, 흐름이다.

그렇다면, 생각은 어떻게 막힘없이 흐르며 서로 통할까? 우리에게 친숙한 여류 작가 버지니아 울프의 작품을 보면, 그녀가 생각의 흐름을 따라가며 스토리텔링을 하는 모습이 엿보인다. '의식의 흐름기법'이라고 잘 알려진 창작법이 그것이다. 벽에 그려진 검은 점 하나를 보며 그녀의 의식은 물줄기처럼 흐른다. 그것이 박힌 못인지, 파리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요는 생각을 자유자재로 풀어 놓는 유연성이다.

자, 바쁜 일상에 사무실 의자에 앉아 10분간 정해 놓은 주제에 대해 떠오르는 모든 생각을 적어보자. 이상한 말이라도 좋다. 그러다 보면 이전에는 생각지도 못한 멋진 아이디어가 떠오를 수 있다. 마인드맵이란 게 이런 것이다.

지식 포만 사회에 보석과 같은 가치를 주어 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이 진행되는 과정을 꿰뚫 수 있는 통합적 시각, 경험, 지식이 필요하다. 범위는 다소 좁더라도 서로 특성이 다른 지식, 경험을 엮으면 어느 순간 뭔가 다른 것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언제든 부분은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생각의 패턴을 바꾸면 세상은 어제와 다른 모습으로 다가와 있다.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느냐고? 비틀고, 꿰고, 엮어 보는 것이다. 인문은 이런 차이를 안겨 준다.
ⓒ전경일, <행복한 동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