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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살이 이야기

만추로 향해 달려가는 가을 길

안성에 있는 건국대에서 강의를 하고 돌아오는데, 캠퍼스 길가로 은행잎이 온통 황금 빛을 띠며 나뒹굽니다. 한 지인은 제게 이렇게 말했었죠. "나무가 잎을 떨구는 것은 붙잡으려는 의지가 없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추풍낙엽 같던 한 정국을 빗대 그는 이렇게 비유하고는 다음 해 봄에 미국으로 날아갔었습니다. 무슨 인디언 부락인가 하는데서 산다고... 몇 해 전에는 가족과 함께 과천 쪽 관악산 아래 마을을 내려오다가 황금빛에 취해 차를 세우고는 사진을 찍었던 풍경이 생각납니다. 지인의 말과 달리, 나무는 붙잡는 의지가 없어 잎을 보내는 것이지만, 나는 오히려 떨어진 나무잎에 주목합니다. 때론 떨어지려는 의지, 떨어져야 내년 봄에 새 순을 틔우는 새로운 의지를 위해 지난 잎들은 무참히 떨어져 내리는 거라고... 이제 봄이 오면 창끝처럼 새 순들은 이 산야에, 마을에, 들판에 솟아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겨울부터 옷깃 여미고 경건하게 잘 보내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