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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경영/20대를 위한 세상공부

상사ㆍ동료들과의 대화에는 반드시 지켜야 할 자신만의 원칙이 있다

by 전경일 2010. 2. 3.

어느 회사건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적잖이 강조하고 있습니다. 회사 일은 남들과 더불어 하는 것이기에 이 같은 대화방법이나 스킬은 중요 관심사일 수밖에 없겠죠. 기업체 교육에서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교과과정이 바로 이 같은 내용입니다. 흔히 커뮤니케이션을 말할 때 인용되는 예가 있습니다. 예컨대, 아마존의 고목이 쓰러졌다. 미국에 사는 사람이 그 소리를 들었어야 하는가? 듣지 않았어도 되는가? 이런 질문의 답은 너무 상식적일 것이므로 논외로 하겠습니다. 또 다른 예로, 내가 길가에서 어떤 예쁜 여자를 만나 쫓아가 온갖 구애를 다 하였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여자가 일본여자라서 내 말뜻을 전혀 알아듣지 못했다. 내가 구애를 한 것이냐, 아니냐? 양쪽 질문 다 당연히 답은 ‘아니다’죠.

남이 이해하는 수준으로 이야기 된 것이 아닌 것은 커뮤니케이션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혼자 떠들어 대는 말이나, 교장 선생님의 훈시 같이 장황하지만 귀에는 하나도 들어오지 않는 말들은 대화가 된 것이 아니라, 그저 소리를 낸 것에 불과합니다. 우리는 회사에서 수많은 회의를 일상적으로 하고, 협력업체와 만나는 등 대화에 많은 시간을 공들이지만, 서로의 생각이 다르다는 것만 확인할 뿐 진정으로 통하는 대화를 나누었는지는 의심스러운 경우가 많습니다. 서로의 입장 차이만이라도 명확하게 알면 그것도 커뮤니케이션이 어느 면에서는 된 것일 텐데 그것마저도 쉽지 않습니다.

직장 상사나 동료하고의 대화에도 이런 차이는 등장합니다. 일전에 나는 후배사원들과 얘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서로간의 생각의 차이를 발견하고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마치 하나의 단어에 쓰이는 의미가 중층적인 양 서로 가리키고 있는 의미나 그 일과 연결된 기억들도 달랐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상대가 먼저 단어의 뒷면에 깔린 복선적 의미를 들추며 넘겨 짚고 나가는 바람에 감정이 상하기까지 했습니다. 커뮤니케이션은 이 만큼 어려운 일입니다. 상대를 알게 하고, 상황을 정확히 표현해 내는 것은 각자 지닌 선입관과 입장차에 의해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사람은 언제고 자기가 이해한 방식대로 이해하려 하고, 남에게 자신의 이해 범주 내에서 이해시키고자 합니다. 그런 불완전한 소통구조를 가지고 우리는 타인과 통하고자 합니다. 결과는 매번 조금씩 다르다는 점을 발견할 뿐입니다.

우리는 직장 내에서 어떻게 커뮤니케이션해야 할까요? 많은 경우 직장에서 ‘얘기하는’ 커뮤니케이션은 단순히 대화 그 자체의 문제를 말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업무협조를 요청한다든가, 유관부서를 제대로 찾아가야 하는 문제, 나의 일이 아닌 것을 들고 오는 문제에 대한 성가 싫음의 표현, 내 업무 영역이나 권한을 침범했다고 느낄 때 보일 수 있는 반응, 상대를 경쟁자로 인식할 때의 반응, 상대에 대한 약점 뒤집어씌우기, 조직 내 다양성의 부재로 인한 단일한 가치의 독주 등에서 얼마든지 표현됩니다.

상대가 나의 기대에 어긋날 때에도 가장 쉽고 완곡하지만 치명적으로 공격할 수 있는 표현이 ‘저 사람은 커뮤니케이션에 문제가 많아.’라고 말하기도 하는 것이죠. 이 말은 매우 복잡한 성격을 띠고 있어, 그 의미를 정확히 파악하기조차 어렵습니다. 둘 간에 다소간의 오해가 있었는데 웃으며 넘어갔다는 것인지, 화해하기에는 너무 골이 깊다는 얘긴지, 상대의 미스 커뮤니케이션으로 조직 전체가 위험에 처하게 되었다는 말인지, 상대가 잘 적응하지 못하고 늘 문제를 일으켜 내가 매우 곤란한 상황에 처해 있다는 얘긴지 애매모호하기만 합니다. 그만큼 쓰는 쪽에서 임의적으로 쓸 수 있는 활용도가 매우 높은 조직용어인 셈입니다. 물론, 직장 내 정치적 술어이기도 합니다.

왜곡된 쓰임새의 여부를 떠나 어찌되었건 직장에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커뮤니케이션 문제가 현존합니다. 차이가 만들어 내는 미세한 뉘앙스를 잡지 못해 의사소통이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도 하고, 정말 문제다 싶을 만큼 서로간의 채널이 다른 주파수에 맞추어져 있는 경우도 더러 있을 것입니다. 물론 대화 자체보다 그 뒤의 함의가 훨씬 더 클 수 있다는 얘기도 됩니다. 조직 내 대화에는 수많은 복선이 자리 잡고 있으며, 흔히들 ‘큐션을 때린다.’고 하는 에둘러 표현하고 뒤통수치는 행동 등도 포함됩니다. 그러니 이런 소통 방식에서 여러분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제 생각엔 안보이는 것을 읽는 ‘언독(言讀)’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여러분 현명하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 상대가 하는 말과 말하지 않는 행간을 읽는 능력, 그것을 간파할 때 현명해 질것은 분명합니다.

직장 내 복잡한 커뮤니케이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적절한 해법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저는 여러 방식 중 예의 바르고 직접적인 수사법을 권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말을 너무 배배꼬아서 얘기하거나, 에둘러서 얘기하거나, 흐릿하게 얘기하는데 익숙해져 있습니다. 노회함 강화된 수사에 익숙한 사회에 살아서 그럴 수 있죠. 대화의 명확성은 떨어지고, 오해는 증폭됩니다. 더구나 이럴 때에는 비정치적이어 덜 스마트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물론 이런 인상이나 평가는 자신에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직장 내 대화 중 90퍼센트 이상이 불필요한 수사이고, 진정으로 서로에게 다가서는, 혹은 일을 합의에 들어서거나 거래를 트게 만드는 커뮤니케이션과 무관하다는 연구를 살펴보면, 이제는 보다 실질대화가 필요한 게 아닌가 합니다. 무효내지 들러리 대화, 입에 바른 말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유효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저는 이런 걸 가리켜 ‘스트래이트(stright)한 대화’라고 표현합니다. 이리저리 군더더기 붙여 본말이 뒤집히는 것이 아니라, 바르고, 정직하게, 자신이 생각한 바를 소신껏 말함으로써 덜 정치적으로 보일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의 부하(負荷)나 왜곡을 덜고 막을 수 있다면, 그것은 조직 소통에 대단히 큰 기여를 하는 것일 겁니다. 수사가 부족해서 진실이 가려지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말보다는 묵묵한 행동이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도움이 된다는 걸 적잖은 직장생활 동안 우리는 자연히 터득하게 됩니다. 우리가 다니는 직장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고도의 심리게임을 대화의 방식으로 취해도 의연하고 당당하게 대할 수 있다면, 그런 야비한 게임의 룰에 넘어가지는 않게 되겠지요.

우리는 말을 간결하고 핵심에 접근하도록 하는 습관을 들일 필요가 있습니다. 위로 올라갈수록 수사는 일파만파의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회사에서 누가 커뮤니케이션이라는 말을 할 때면, 그때에는 수사를 집어치우더라도 반듯한 말을 선택하면 어떨까요? 사람이 반듯해 보이고, 어디로 중심 없이 쓸려 다니는 것같이 보이지 않으며, 내공이 분명한 사람으로 비춰질 것입니다. 그리고 끝내 그런 점이 사람들의 우호적 평판을 얻어낼 것입니다. 물론, 비정치적이기도 한 여러분의 용기에 사람들은 가치를 발견하고는 끝내 손을 들어 줄 것입니다. ⓒ전경일, <20대를 위한 세상공부>